컨텐츠 바로가기

11.14 (목)

출생 직후 뒤바뀐 아기…55년만에 알게 된 英가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신생아 자료사진. /pixabay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의 한 병원에서 아기가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다 55년 만에 친딸을 찾게 됐다는 두 가족의 사연이 전해졌다.

2일(현지시각) 영국 BBC 등은 “영국 국민건강보험(NHS) 역사상 최초로 출생 직후 아기가 바뀐 사례가 확인됐다”며 “이에 따라 웨스트미들랜드의 두 가족은 보상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실은 웨스트미들랜즈에 사는 ‘토니’라는 남성이 가정용 키트로 DNA검사를 한 것을 계기로 밝혀지게 됐다.

토니는 2021년 크리스마스에 친구들로부터 DNA 검사키트를 선물 받았다. DNA 검사로 ‘족보’를 알려주는 서비스가 유행하자, 친구들이 재미삼아 이를 선물한 것이었다. 토니는 이듬해 2월에야 키트를 열어 침을 뱉은 뒤 검사기관으로 이를 보냈다.

며칠 뒤 검사결과를 확인한 토니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족보에 막내 여동생의 이름이 틀리게 적힌 것이었다. 토니 여동생의 이름은 ‘제시카’였는데, 이 검사 결과에서는 ‘클레어’라는 이름이 자신의 친형제로 기록돼 있었다.

토니는 검사업체의 개인 메시지를 통해 클레어에게 연락을 취했다.

클레어는 2020년 아들로부터 같은 업체의 키트를 선물받아 DNA검사를 받았다. 클레어도 당시에는 ‘이상한 결과’를 받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가족과 연고 있는 지역’이라고 나타난 곳은 클레어 부모님이 태어난 곳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었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람과 사촌지간이라고 나타났던 것이다.

결과가 잘못됐겠거니 생각했던 클레어는 2년이 지난 2022년 ‘친형제가 가족 구성원으로 등록됐다’는 알림을 받았다. 클레어는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완벽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나는 자라면서 가족에 속한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외모나 성격이 전혀 달랐다”라며 “스스로가 입양아라고 생각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클레어와 토니는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이를 통해 토니의 여동생 제시카와 자신이 1967년의 어느날 밤, 같은 병원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두 사람은 몇 시간 차이로 태어난 제시카와 클레어가 출생 직후 뒤바뀌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클레어는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고, 토니는 어머니 조안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클레어는 며칠 뒤 생모인 조안을 만났다. 클레어는 “수년 동안 출근하며 어머니가 사는 곳을 지나쳤다”며 “어머니를 처음 본 순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어머니를 보고 ‘내가 어머니의 눈을 닮았구나! 내가 누군가와 닮았다니!’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두 가족은 진실을 확인한 뒤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조안은 토니와 함께 제시카의 집을 찾아가 이 사실을 말했다. 두 사람은 “우리가 가족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고 했지만, 이후 제시카와 가족들의 관계는 점차 소원해졌다. 제시카는 이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도 거절했다.

클레어는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올해 초 세상을 떠난 그는, 생전 친딸 제시카에게 명절과 생일에 선물을 보내는 등 관계를 쌓아보려 노력했지만, 클레어가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고 한다.

[김가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