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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유튜버 제이크 폴과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의 경기를 한국 시간 11월 16일 아침 10시(미국 동부 15일 저녁 8시)에 독점 생중계한다.
이 경기는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AT&T 스타디움에서 진행된다. AT&T 스타디움은 약 8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NFL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홈구장이다.
넷플릭스는 5개 국어로 중계하며, 한국어 포함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경기는 '모스트 밸류어블 프로모션스'(MVP)에서 주최한다. 이 회사는 선수 중 한 명인 제이크 폴이 공동 창립한 곳이다.
MVP 측이 내세운 이번 경기의 별칭은 '문제아 The Problem Child' VS '지구상 가장 나쁜 남자 the Baddest Man on the Planet'다. 당연히 제이크 폴이 아이(Child), 마이크 타이슨이 남자(Man)다.
#타이슨의 건강 문제로 7월에서 11월로 연기
원래 7월 20일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경기를 앞둔 7주 전인 6월 8일에 11월로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됐다.
타이슨이 5월 비행기에서 궤양 발작으로 메스꺼움과 현기증을 느꼈고, 이에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경기를 연기하게 되었다.
하지만 타이슨은 성명을 통해 자신의 몸 상태는 1990년대 이후 최고의 상태이며, 자신의 궤양 덕분에 폴이 시간을 더 벌었다고 밝혔다.
#일반 경기와 다른 규칙 ··· 14온스 글러브 변수
일반 헤비급 복싱 경기와 다른 규칙이 적용된다.
라운드 시간은 기존 3분에서 2분으로 단축된다. 전체 라운드 수도 12라운드에서 8라운드로 축소된다. 풀 라운드로 가면 총 23분(라운드 16분, 휴식 7분)이다. 글러브는 10온스 대신 14온스 글러브를 착용한다.
단축된 경기 시간을 50대의 타이슨에게 유리한 규칙으로 본다. 그러나 폴도 타이슨의 펀치를 그만큼 짧게 상대한다. 그래서 두 선수에게 특별한 유불리가 없다.
단축된 시간에 정작 가장 이득을 보는 건 넷플릭스이다. 풀 라운드로 가면 23분, 등장과 소개까지 하면 45분 안팎이다. 본 경기는 시트콤 한 편, 전체는 드라마 한 편의 러닝타임으로 넷플릭스 구독자에게 익숙한 시간이다.
설령, 1회 1분 27초 KO로 끝나도 넷플릭스는 상관 없다. 그만큼 화제가 되어 더 많은 뉴스가 나올 것이다. 유튜버들은 15초짜리 쇼츠를 무한 생산할 것이다.
경기의 가장 큰 변수는 글러브이다. 경기에서 14온스 글러브를 사용하는 경우, 여러 측면에서 경기 양상이 바뀔 수 있다.
먼저, 더 많은 패딩이 들어간 무거운 글러브는 상대방에게 가해지는 충격을 줄여, 펀치의 파괴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공격적인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경기가 더욱 긴 시간 동안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글러브가 무거워지면 주먹을 휘두르는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펀치의 정확도와 연속 공격의 타이밍에 영향을 미치고, 빠른 콤비네이션을 사용하는 전략이 제한될 수 있다. 무게 증가로 인해 체력 소모도 더 빨라져, 후반 라운드로 갈수록 선수들의 팔이 무거워지고 지치는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반면, 14온스 글러브는 방어력을 높이는 효과를 줄 수 있다. 패딩이 두꺼운 만큼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낼 때 충격이 덜하게 느껴질 수 있어, 수비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선수에게 유리할 수 있다.
이런 특징들이 양 선수의 선술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타이슨은 무거운 글러브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 폭발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제이크에게는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재미있는 경기를 만들어야 한다. 주최사인 MVP의 설립자인 만큼 '재미없게' 수비적으로 지연해서 승리하느니 화려하게 KO패 당하는 게 낫다. 양 선수의 이해가 맞는 순간, 극단적으로 빠른 경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프로 복싱 역사상 가장 큰 나이 차 ··· 배팅 사이트 '제이크 폴' 우세
ESPN은 이번 경기가 프로 복싱 역사상 가장 큰 나이 차이를 기록한 대결이라고 보도했다.
타이슨은 58세(1966년생), 폴은 27세(1997년생)로,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31세이다.
이에 타이슨은 "내 또래 중에 나만큼 꾸준히 훈련한 사람은 없다. 나는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베팅 사이트에서는 제이크 폴의 승리를 예측한다. 제이크 폴의 승리 배당률은 1.4~1.5배, 마이크 타이슨의 승리 배당률은 2.7~2.8배로 나타났다.
#2000만 유튜버, 10승 1패 프로 복서, 사업가 제이크 폴
1997년생 제이크 폴은 2000만 여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이자 프로 복서이다.
그는 2020년 프로 복싱에 데뷔했다. 그가 프로 복서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관종 유튜버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현재까지 10승 1패의 전적을 기록하며 챔피언의 길을 가고 있다.
특히 제이크 폴이 주목 받은 경기는 두 번째 경기였다. 메인 이벤트 전 열리는 '언더카드'로 출전해, 네이트 로빈슨을 KO로 쓰러뜨렸다.
그런데 그 승리 때문에 주목 받은 게 아니다. 메인 이벤트의 선수가 바로 마이크 타이슨이었다. 타이슨이 은퇴 후 오랜 만에 나선 자선 경기였다. 그리고 4년도 안 돼서 제이크 폴은 직접 타이슨과 싸우게 된 것이다.
제이크 폴에게 이번 경기는 승패와 상관 없이 이미 승리한 게임이다. MVP를 창립한 지 불과 2년 반 만에, 미국에서 가장 큰 NFL 경기장에서, 2억 8200만 구독자를 가진 세계 최대의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생중계하기 때문이다. 프로 복서로서, 유튜버로서, 사업가로서 모든 것이 보장됐다.
그는 넷플릭스의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넷플릭스로 보든 현장에서 보든, 폴팀이든 타이슨팀이든, 평생 복싱 팬이든 처음 보는 팬이든, 이번 이벤트는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라며 "이번에 '지구에서 가장 나쁜 남자'이자 역대 최고의 헤비급 챔피언과 겨루며 내 실력을 입증할 기회를 잡았다. 평생 단 한 번 있을 경기가 될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역대 최연소 헤비급 챔피언, 50승 44KO,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
1966년생 마이크 타이슨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제이크 폴은 지난 몇 년 동안 복서로서 상당히 성장했다. 그래서 이 '젊은이'의 의지와 야망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는 건 정말 흥미롭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내가 로이 존스와 싸울 때 언더카드로 그의 복싱 여정을 시작하게 했고, 이제 내가 그의 여정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타이슨은 1986년, 만 20세에 역대 최연소 헤비급 챔피언에 오른 복서다. 통산 50승 6패(44KO). 폭발적인 파워와 공격적인 스타일로 미국에서는 '아이언 마이크(Iron Mike)'로, 한국에서는 '핵주먹'으로 불렸다.
그는 19경기 연속 KO승을 따내며 37연승을 이어갔다. 38번째 경기에서야 1패가 나왔다. 그런데 그 1패의 패배 방식이 문제였다.
1990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헤비급 통합타이틀전에서 37전 무패의 챔피언이 무명의 제임스 더글러스에게 패배했다.
더글러스는 '신데렐라 맨'(2005)이 아니었다. 타이슨을 잡았지만 1차전도 방어하지 못했다. 뒤집어 말하면, 타이슨을 이겨야 할 이유가 더글라스에겐 없었다.
게다가 타이슨은 10회에 KO패를 당했다. 무명 상대로 10회까지 갔다는 건 타이슨이 자랑하던 폭발적인 공격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즉 훈련이 전혀 되지 않았던 경기이다.
이후 타이슨은 사생활로 몰락했다. 특히 1992년, 성폭행 혐의로 3년간 복역했다. 이 당시를 모티브로 그린 영화가 웨슬리 스나입스 주연의 '언디스퓨티드'(2002)이다.
1996년 WBA 챔피언에 오르며 다시 한 번 '핵주먹'을 과시했다. 하지만 1997년, 상대 선수인 에반더 홀리필드의 귀를 경기 중 물어뜯은 '핵이빨' 사건을 일으켰다. 훗날 홀리필드가 타이슨에게 버팅 반칙을 교묘하게 계속 행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훌리필드은 애초에 '반칙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슨은 선을 넘었다.
이 사건으로 타이슨은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고, 사실상 복서로서 끝이 났다. 2003년 경기를 끝으로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은퇴 후인 2020년에 로이 존스 주니어와 자선경기를 가졌다. 그 경기의 언더카드 선수였던 제이크 폴과 이번에 20년 만의 공식 경기를 갖는다.
# 영화 '록키 발보아' 실화 버전
이번 경기는 이벤트 경기가 아니다. 텍사스 주 라이선스 및 규제 부서(TDLR)의 승인을 받은 공식 경기이다. 공식 경기가 되기를 타이슨이 강력하게 원했다, 마치 록키 발보아처럼.
이번 경기는 '록키 발보아'(2006)의 실화 버전이나 마찬가지이다.
영화 '록키 발보아'(2006)는 실베스타 스탤론 주연의 록키 시리즈의 6편이자 마지막 편이다. 은퇴했던 록키가 다시 젊은 헤비급 챔피언 메이슨과 정식 경기를 펼치는 이야기이다.
극 중 위원회는 록키의 나이를 고려해 위원회는 선수 자격 심사를 기각한다. 하지만 록키가 항변해 정식 경기에 나서게 된다, 마치 마이크 타이슨처럼.
스탤론의 당초 기획에는 타이슨이 록키의 상대였다. 타이슨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무산됐다. 대신 타이슨은 극 중 관중석 제일 앞 좌석에서 카메오로 출연했다.
이번 경기는 스탤론의 기획이 현실에서 실현된 것이다. 타이슨은 공식 경기 뜻을 관철시켰고, 다시 한 번 메인 이벤터가 됐다.
영화와 실화의 차이라면, 록키는 극 중 60세였고 타이슨은 이제 겨우 58세이다.
#넷플릭스의 세 번째 라이브
넷플릭스의 세 번째 생중계이다.
첫 번째 생중계 '넷플릭스 컵'은 2023년 11월에 열린 골프 이벤트였다. PGA 투어 선수들과 F1 드라이버들이 팀을 이뤄 경기를 펼쳤다. 두 번째 생중계 '더 넷플릭스 슬램'은 2024년 3월데 열린 테니스 이벤트로, 라파엘 나달과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맞붙었다.
그러나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앞선 두 경기가 일종의 '언더카드'이고, 이번 제이크 폴과 마이크 타이슨의 대결이야말로 진정한 '메인 이벤트'다.
이번 경기는 넷플릭스의 어떤 오리지널 콘텐츠보다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넷플릭스가 구독자와 광고 수익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한다.
#연기된 경기, 늘어난 마케팅 기회
이 경기의 세 번째 주인공을 넷플릭스로 보면, 지금까지 상황들이 달리 보인다.
대표적으로 경기가 7월에서 11월로 연기된 것은 넷플릭스에게 호재였다. 주가는 경기 첫 발표 당시보다 연기 발표가 있던 날 더 상승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콘텐츠 제작비는 본질적으로 마케팅 비용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경기 연기로 인해 늘어난 제작비는 마케팅 비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추가 제작비 규모조차 신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크지 않았고, 홍보 기간도 그만큼 늘어났다. 넷플릭스는 더 많은 관심을 끌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 언론과 인플루언서들은 이번 경기를 세 번 다뤘다. 최초 발표, 연기 발표, 그리고 본 경기 예고까지 각각의 시점에서 홍보 효과가 이어진 것이다.
#넷플릭스와 HBO는 파는 게 다르다
넷플릭스의 표면적인 모델은 셋탑 박스 채널 HBO가 구축했던 유료 중계(PPV) 모델이다.
HBO는 1973년 조지 포먼 VS 조 프레이저, 1975년 무하마드 알리 VS 조 프레이저, 2015년 메이웨더 VS 매니 파퀴아오 등 수많은 명경기를 중계하며 복싱계를 대표했으나, 2018년 복싱 중계를 종료했다. 이후 HBO는 워너 미디어 산하로 편입되어 현재는 '해리포터' 시리즈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에 넷플릭스는 HBO가 만들어 놓은 환경에 경쟁 없이 들어간 셈이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단순한 대체자가 아니다.
HBO가 미국 내 로컬 채널이었다면, 넷플릭스는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그러니 잠재 시청자 규모가 다르다.
또한 두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에도 차이가 있다. HBO의 PPV 모델은 경기마다 시청자가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구독자에게 관람료를 선지급 받은 상태에서 별도 콘텐츠를 추가하는 구조다. HBO처럼 매번 개별 경기로 추가 수익을 창출하지는 않지만, 이미 확보한 구독자 기반을 활용해 더 큰 잠재적 가치를 창출한다. 특히 넷플릭스는 광고를 통해 또 다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HBO가 '개별 시청자'에게 경기를 집에서 관람할 수 있는 '셋탑 박스(Set-Top Box) 입장권'을 팔았다면, 넷플릭스는 광고주들에게 글로벌 시청자를 만날 수 있는 '셋탑 박스 너머(Over The Top) 광고 플랫폼 입장권'을 판매하는 셈이다.
그러니 일부 소규모 영화관 프랜차이즈들이 아무리 자신들이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라고 주장한들, 정작 넷플릭스는 글로벌 구독자에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스포츠가 아니다
넷플릭스에게 이번 경기의 진짜 콘텐츠는 복싱이 아니다. '라이브'가 진짜 콘텐츠이다.
성공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넷플릭스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나의 핵심 서비스로 자리잡게 하고, 다양한 실시간 콘텐츠를 통해 구독자층을 더욱 넓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가령, 콘서트, 시상식, 리얼리티 쇼, 글로벌 이벤트 등 다양한 라이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5개 국어 중계가 중요하다. 지사마다 실시간 자막으로 처리하지 않고 5개 국어로 한정했다는 건, 이번 경기가 넷플릭스에게는 제한적인 접근이 전략적으로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아이콘+드라마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어떤 기준으로 라이브 콘텐츠와 계약할까?
넷플릭스 스포츠 콘텐츠 담당 부사장 게이브 스피처는 "제이크 폴과 마이크 타이슨의 경기는 순수한 드라마 그 자체이며, 넷플릭스와 MVP의 파트너십이 글로벌 팬들에게 역사적인 순간을 선사할 것이다. 두 아이콘의 대결을 전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의 말에 키워드가 모두 나와있다. 글로벌, 아이콘, 드라마. 초기에는 세 가지 키워드가 결합된 라이브 콘텐츠와 계약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미 스포츠 중계를 하는 한국 스트리밍 플랫폼(OTT)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단순히 큰 경기를 제공하거나 그럴싸한 네이밍으로 포장할 게 아니라, 스토리텔링이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구독자들의 충성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1위는 '다 아는 이야기'를 실행하고, 나머지는 '다 아는 이야기'도 못하는 것이다.
한편, 넷플릭스는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NFL 경기도 스트리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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