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7일) 새벽 경기 안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당시, 31년 차 베테랑 소방관의 발 빠른 판단이 자칫 대형참사로 번질 위험을 막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늘 새벽 3시 38분쯤 안산시 고잔동 6층짜리 상가 건물에서 큰불이 났습니다. 1층 식당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5층과 6층 모텔까지 번졌습니다. 모두 잠든 시각이라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박홍규 경기 안산소방서 119구조대 3팀장은 JTBC와의 통화에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습니다. 박 팀장은 "상황실에 구조 요청이 빗발쳐 출동할 때부터 긴장을 많이 했는데, 현장에 가보니 실제로 화염과 불길이 세고 농염과 연기가 많이 분출되고 있었다. '위험하겠다'라고 직감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는 즉시 위층 모텔로 향했습니다. 투숙객들의 발이 묶여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입이 쉽지 않았습니다. 박 팀장은 "3층까지 올라갔지만 화염과 열기 때문에 더는 진입할 수 없었다"라고 기억했습니다.

다시 1층으로 내려온 구조대는 작전을 새로 짰습니다. 오래된 건물의 2층 창문이 눈에 들어왔고, 강화유리가 아니다 보니 쉽게 깰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구조대는 크기가 큰 창문부터 깨면서 열기를 건물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창문을 깨면서 구조대가 가까스로 진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박 팀장은 "무조건 창문을 다 깨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2개 조로 나눠 한 개 조는 창문을 깨며 옥상 문을 여는 작업을, 다른 한 개 조는 사람들을 구조하는 작업을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렇게 객실이 몰려 있는 층으로 진입했고, 본격적으로 인명 구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복도에 주저앉은 시민들이 보였고, 객실 안에도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고 합니다. 구조대원들은 한 명 한 명 호흡기를 연결해 1층까지 동행하는 작업을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에서 빠져나온 시민이 52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중 3명은 스스로 대피했고 49명은 소방대원들이 구조했습니다. 구조자 가운데 2명은 1층에 깔아 놓은 에어매트 위로 낙하했습니다. 사망자는 없었습니다. 2명은 중상자로 분류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입니다. 나머지 50명은 단순 연기 흡입으로, 전체 인원 가운데 31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