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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기아 ‘타스만’ 공개…KGM ‘O100’으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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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픽업트럭 시장 커질까


매경이코노미

지난 10월 말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4 제다 국제 모터쇼’에서 기아가 공개한 ‘더 기아 타스만’ X-Pro 모델. (기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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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트럭 시장에 기아도 발을 들였다. 국내에서는 KG모빌리티(KGM)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브랜드와 일부 일본 브랜드 아성이 워낙 강해 진입이 쉽지 않았던 시장이다. 글로벌 픽업트럭 시장의 강자 제너럴모터스(GM)도 국내 시장을 정조준하며 신차를 출시하고 있어 잠잠했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격랑이 예상된다.

기아는 지난 10월 29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4 제다 국제 모터쇼’에서 브랜드 최초 정통 픽업트럭 ‘더 기아 타스만(이하 타스만)’을 공개했다.

호주 타스만 해협에서 이름을 딴 타스만은 올해 창사 80주년을 맞은 기아가 자체 개발한 중형 픽업트럭이다. 픽업트럭 특성상 외부는 쏘렌토보다 크지만 실내는 스포티지와 비슷하다. 가솔린 2.5ℓ 터보엔진을 8단 자동 변속기와 결합했다. 디젤 2.2ℓ 터보엔진도 선택할 수 있다. 가솔린 기준 최고 출력은 281마력, 최대 토크는 43㎏·m다. 경쟁 모델인 토요타 하이럭스(235마력)보다 출력을 19% 이상 끌어올렸다.

타스만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출시 준비 과정을 직접 챙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의선 야심작’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무려 4년 넘는 개발 기간 동안 주행 성능 등 타스만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뿐 아니라 미국, 스웨덴, 호주, 중동 등 각지에서 4년 넘는 개발 기간 동안 1777가지 시험을 1만8000차례 넘게 진행했을 정도로 단단히 벼르고 세상에 나왔다.

글로벌 초기 판매 목표를 약 8만대로 설정한 타스만의 판매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4000만~5000만원 선에 책정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픽업트럭이 화물차 세금을 적용받는 만큼 실구매 가격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보다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제다 모터쇼에서 송호성 기아 사장은 “8만대는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동급 픽업트럭 시장에서 약 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10만대면 5% 수준”이라며 “일반 소비자가 대형 SUV와 타스만(픽업트럭)을 고민해서 살 수 있을 정도의 가격대를 설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차 공개는 사우디에서 했지만 출시는 국내에서 먼저다. 기아는 경기 화성 공장에서 생산한 타스만을 내년 3월쯤 국내를 시작으로 호주,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 차례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픽업트럭 시장의 불모지로 통하던 한국에서 타스만을 생산하고 판매한다는 소식에 국내 픽업트럭 시장 저변이 넓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레저·귀촌 인구 덕에 수요 늘어

GM 등 수입 중대형 픽업 모델 인기

사실 과거 국내에서 픽업트럭은 주로 화물차, 용달차 취급을 받아왔다. 적재함과 승객석이 일체형인 승용차와 달리 픽업트럭은 적재함이 우리가 흔히 아는 트럭처럼 분리돼 있고, 적재함 덮개가 없는 게 특징이다.

레저용으로는 SUV에, 업무용으로는 포터·봉고 같은 1t 트럭에 밀리다 보니 국내에서 승용형 픽업트럭은 그닥 주목받지 못했다. ‘짐차’라는 투박한 이미지, 긴 차체로 인한 불편함, 여기에 해외에 비해 크지 않고 평탄한 지형까지 겹치며 국내 시장은 픽업트럭의 불모지로 통했다.

특히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소수 마니아층만 있다 보니 자동차 차종 중 시장 규모가 가장 작은 시장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나마 2018년 KGM의 중형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가 출시되기 전까진 2010년대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사실상 수요, 공급 모두 없는 시장이었다. 2020년대 들어서도 KGM의 중형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칸’이 픽업 시장점유율 82%(지난해 기준)를, 수입 픽업트럭 점유율 1위는 쉐보레 콜로라도가 차지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선택지가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캠핑·낚시·서핑 등 레저 활동이 인기를 끌고, 귀농·귀촌 인구 증가와도 맞물려 픽업트럭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SUV와 비슷하지만 화물차로 등록돼 세금 혜택이 좋고, 짐칸으로 실용성을 극대화했다는 장점이 부각된 덕분이다.

실제 GM 한국사업장은 지난 7월 완전변경된 중형 픽업트럭 쉐보레 ‘올 뉴 콜로라도’ 3세대를 국내 공식 출시했다. 2세대 모델보다 판매가가 2000만원가량 인상됐는데도 출시 첫날에만 400여대의 사전 계약이 몰리며 하루 만에 초도 물량을 모두 팔았다. 최고 출력 314.3마력, 최대 토크 54㎏·m를 발휘하는 2.7ℓ 직분사 가솔린 터보엔진이 신규 적용됐다. GM의 자회사 GMC도 그간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초대형 픽업트럭 모델 ‘시에라’를 앞세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선 굵은 디자인, 럭셔리한 실내 공간이 특징인 시에라는 지난해 2월 국내 출시된 지 이틀 만에 국내 첫 선적 물량을 완판한 이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렉스턴 스포츠로 국산 픽업트럭 시장을 꽉 잡아온 KGM은 내년 상반기께 전기 픽업트럭 ‘O100(프로젝트명)’을 국내 출시하며 기아, GM 등에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O100 신차 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O100은 토레스의 전동화 모델인 토레스 EVX를 베이스로 개발 중인데, 이에 따라 전체 외관도 토레스 EVX와 비슷한 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는 중국 비야디(BYD)가 생산하는 70㎾h 이상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가 늘고 신차가 속속 출시되는 것은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도 반길 만한 일이다. 신차 출시로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지면 신규 수요 진입과 함께 시장 규모도 덩달아 커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픽업트럭은 SUV와 비교했을 때 1대당 평균 수익률이 높은 고부가가치 차종이기도 하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이 지속되는 가운데 픽업트럭이 기존 세단, SUV 위주의 판매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공략할 수단인 셈이다.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픽업트럭을 잘 개발해놓으면 해외 시장 진출에도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승용형 픽업트럭은 국내와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 더 인기 차종이다. 국토가 넓고 웬만한 운송 서비스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북미권을 비롯해 아프리카, 중동, 남미, 호주 등에서 수요가 높다. 픽업트럭 신차는 국내 흥행 여부와 별개로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런 부푼 기대와 달리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여전히 작다. 국내 판매량도 연 2만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3분기 내수와 수입을 합친 국내 픽업트럭 신차 판매량은 1만974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519대에 비해 24.4% 줄었다. 2019년 4만2825대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20년 3만8929대, 2022년 2만9685대가 팔렸고, 지난해에는 1만8199대로 2만대 이하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완성차업계는 픽업트럭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판매량 감소는 신차 부재로 인한 영향이라는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KGM 말고는 픽업트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업체가 거의 없었다”며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포드, GM 등 픽업트럭에 강점을 가진 수입 완성차 업체들이 중후한 이미지의 픽업트럭 모델을 한국 시장에 안착시켰고, 이를 지켜본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신차를 속속 선보이고 있어 픽업트럭을 바라보는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5호 (2024.11.20~2024.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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