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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공학 찬성하면 손드세요" 이 말에 '고요'…동덕여대생 1900명 모였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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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학생총회…'찬성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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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월곡캠퍼스에서 학생총회가 이뤄지는 모습. /사진=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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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 전환 찬성하는 분은 기표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20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월곡캠퍼스. 운동장에 앉은 학생 1900여명이 총학생회 관계자를 숨 죽인 채 지켜봤다. 학생회 관계자가 "아무도 손을 안드셔서 0명으로 기재하겠다"고 하자 학생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 달라고 말하자 학생들이 '2024 민주동덕 학생총회'라고 적힌 종이를 일제히 위로 들어 올렸다. 스태프들이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종이 수를 셌다. 기권하는 사람들도 종이를 들고 의사 표현을 했다.

집계를 마친 학생회 측은 "총 인원 1973명 중 찬성 0명, 반대 1971명, 기권 2명으로 동덕여대 공학 전환은 부결됐다"고 말했다.

동덕여대의 남녀 공학 전환을 둘러싼 점거 농성이 10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공학 전환 및 총장 직선제 전환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학생 총회가 열렸다. 1900여명이 참여했는데 공학 전환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동덕여대생 1900여명… 공학 전환 반대, 총장 직선제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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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동덕여대에서는 남녀 공학 전환, 총장 직선제 전환과 관련된 학생총회가 열렸다. 가로로 25명, 세로로 7명씩 총 11그룹이 만들어졌다. 구역마다 학생들은 자신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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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패딩에 모자와 마스크, 목도리를 두른 학생들이 이날 오후 2시부터 삼삼오오 학교 내로 들어갔다. 30여분이 지나자 운동장은 학생들로 가득 찼다. 가로로 25명, 세로로 7명씩 총 11그룹이 만들어졌다. 이날 학교 건물 벽면에는 졸업자들 역시 학생들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졸업증명서'가 붙어있었다.

총학생회는 학교 측이 공학 반대가 모두의 의견이 아니라고 한다며 공학 전환을 안건으로 올렸다. 또 학생들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이사회에서 총장을 임명하기 때문이라며 총장 직선제도 안건으로 내놨다.

이날 총학생회는 첫 번째 안건과 같은 방식으로 총장 직선제에 대한 의견을 취합했다. 학생회 관계자는 "총 인원 1933명 중 찬성 1932명, 반대 0명, 기권 1명으로 총장직선제 전환은 가결됐다"고 말했다.

최현아 동덕여대 학생회장은 "몸은 추웠을지언정 마음만은 따뜻했다"며 "민주동덕을 만들어가는 역사 중 하나를 우리 함께 모여 이뤄냈다. 내일 처장단과 간담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덕여대 점거 농성 10일째… 교수진 "불법 행위 정당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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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동덕여대 건물 벽면에는 졸업자들 역시 학생들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졸업증명서'가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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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는 지난 11일부터 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대하는 재학생들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본관 앞에는 수백개 학생 과잠이 비닐봉지에 덮인 채 바닥에 놓여 있었다. 창립자 조동식 선생 동상은 페인트와 계란 범벅으로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수업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일부 학과에서는 대면 수업이 필요하다는 민원이 쏟아졌고 회화과, 성악과 등에 한해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 중이다.

동덕여대는 전날 점거 시위를 벌인 학생들에 대해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동덕여대는 '동덕 구성원 피해 사례 신고 접수' 안내글을 올리고 학생들의 점거 농성 피해 사례도 수집한다고 했다. 학교 측은 이번 농성으로 인한 피해 금액이 최대 54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동덕여대 교수 236명 역시 이날 △학생들 간 수업 거부 강요 중단 △학교 시설 점거 및 훼손 행위 중단 △학내 갈등의 사회적 문제 비화 행위 중단 등을 요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교수진은 "지금 일부 학생들의 불법 행위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정당화될 수 없으며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이혜수 기자 es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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