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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30대 되면 죽는 '희소병'…딸 치료비 위해 아빠는 740㎞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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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희소병에 걸린 세살배기 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국토대장정에 나선 전요셉 오산교회 목사가 20일 충북 청주에 도착해 서원구 미평동의 한 거리를 걷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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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병에 걸린 딸을 위해 740㎞에 달하는 국토대장정에 나선 아빠가 있다.

유전 질환 일종인 ‘듀센 근이영양증(DMD)’을 앓고 있는 전사랑(3)양의 아빠 전요셉(34) 오산교회 목사 얘기다. 전 목사는 지난 5일 부산 기장군을 출발, 하루 40여 ㎞씩 걷고 있다. 울산과 경북 포항, 대구, 대전을 거쳐 20일 고향인 충북 청주에 도착했다. 최종 목적지는 서울 광화문이다.

유전질환 치료비 46억원…1만원 기부 챌린지

그가 도보 대장정에 뛰어든 이유는 딸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듀센 근이영양증은 유전자 이상으로 팔이나 다리·몸통 등 근육이 퇴행하는 희소 유전 질환이다. 근육이 생성되지 않아 10대에 걷지 못하고, 20대에 호흡기를 쓰기 시작해 30대 초에 사망하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남성에게 발병하지만 5000만명 중의 1명꼴로 여아에게 나타난다.

사랑양은 1년 전 근육병으로 진단받았다가 추가 검사를 통해 지난 5월 듀센 근이영양증 확정 진단을 받았다. 다리 근육이 약해 뛸 수 없고, 계단은 손잡이를 잡고 겨우 오른다. 새벽에 근육 경련이 일어나 응급실에 자주 간다. 스테로이드 복용과 재활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엘레비디스’라는 치료제가 개발됐으나, 국내에선 구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330만 달러(한화 약 46억원)에 달하는 약값이다. 전 목사는 “천문학적인 치료비를 감당할 형편이 안된다”며 “지난달 칠레에서 듀센 근이영양증에 걸린 한 환우의 엄마가 국토대장정에 나서 치료비 53억원을 마련해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뉴스를 본 뒤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발로 뛰며 도움을 요청해보자는 마음에 국토대장정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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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요셉 목사와 아내 이상아씨, 딸 사랑양. 사진 전요셉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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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전 거쳐 20일 고향 청주 도착



전 목사는 국토대장정과 동시에 ‘46만명 1만원의 기적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1명이 1만원을 기부하는 모금 운동이다. 각 지역 교회와 번화가를 돌며 딸의 사연을 알리고 있다. ‘사랑하는 사랑아 널 위해 이 길을 걸을 수 있어서 아빠는 참 기쁘다’란 문구를 배낭에 걸었다. ‘근육병으로부터 사랑이를 지켜주세요’란 글귀가 써진 옷도 입었다. 전 목사는 “‘구걸하러 왔냐’며 문전박대하는 분도 있었지만, ‘힘내라’고 응원해 주시는 분이 점점 많아져서 힘이 난다”고 했다.

전 목사는 “다리가 아플 때마다 ‘아빠, 근육병이 나갔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딸을 뒤로하고 숨죽여 운 적도 많았다”며 “어린이집에서 미끄럼틀 타기와 술래잡기 놀이에 끼지 못해 혼자 앉아있는 사랑이를 볼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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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병에 걸린 세살배기 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국토대장정에 나선 전요셉 오산교회 목사가 20일 충북 청주에 도착해 '46만명 1만원의 기적 챌린지'를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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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 1억2000만원 모여…‘힘내라’ 응원도



전 목사는 무릎 수술을 4번이나 받아 오래 걷거나, 날씨가 추우면 통증이 지속한다고 한다. 그는 “아침마다 진통제를 복용하며 걷고 있다”며 “사랑이를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대장정 이후 지금까지 1억2000여만 원이 모금됐다. 전 목사는 “치료제 비용으로 따지면 약 2%가 모금됐다”며 “사랑이를 도와준 1만2000여명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청주 상당교회와 복대교회·오산교회를 거쳐 이날 일정을 마쳤다. 늦은 오후 사랑양과 만난다. 21일 충남 천안까지 걸은 뒤 이후 경기도 평택·오산·분당, 서울 여러 교회를 거쳐 오는 29일 광화문에 도착할 예정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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