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발전 청정수소 발전 개요/그래픽=김현정 |
청정수소 발전시장이 '반쪽 출범'하게 됐다. 민간 기업의 부재 속에 한국남부발전 한 곳만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청정수소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기업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입찰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발표한 '청정수소 발전의무화제도 입찰'에서 남부발전이 전체 입찰자 중 유일하게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입찰에는 SK이노베이션 E&S를 비롯해 남동·중부·남부·동서발전 등이 참가했었는데 남부발전만 허들을 넘은 것이다. 남부발전은 최종낙찰자로 선정되면 2028년부터 삼척그린파워 1호기에서 연 750GWh(기가와트시) 규모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을 개시할 예정이다.
올해 처음 개설된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만큼,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가스에서 탄소포집하는 과정을 통해 만드는 블루수소, 풍력·태양광 등으로 물을 분해해 만드는 그린수소 등의 생태계 조성이 가속화될 수 있는 계기로 기대받았던 것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유일한 민간 기업으로 입찰에 참가해 기대를 모았던 SK E&S가 고배를 마신 점이 눈에 띈다. SK E&S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확보한 '저탄소 LNG(액화천연가스)'를 국내로 들여와 탄소포집을 통해 블루수소를 만든 후 발전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이 계획의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SK E&S 관계자는 "블루수소 사업 계획이 일정부분 순연될 수밖에 없지만, 국내 블루수소 전주기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블루수소 사업은 무탄소 에너지의 확산을 위해 필수 사업이기 때문에, 보다 면밀히 사업을 준비하고 이해관계자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추후 재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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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E&S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아예 입찰 신청도 내지 못했다. 한화임팩트와 두산퓨얼셀은 막판까지 검토를 진행했지만, 최종적으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특히 한화임팩트는 수소 혼소율 60% 발전 실증에 이어 '100% 수소 전소' 실증에도 성공하며 청정수소 발전 시장 진출을 겨냥했지만, 최종 선택은 '불참'이었다. 이밖에도 청정수소 사업을 자체적으로 준비하던 복수의 대기업들이 일제히 '관망세'를 택했다.
전력 당국이 마련한 발전단가 가격 '비공개 상한선'이 기업들에 부담이 됐던 것으로 파악된다. 입찰 과정에서 제시하는 발전단가가 특정 가격 이상일 경우 탈락하는 구조로 알려졌는데, 이 정보가 비공개여서 기업들이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계약기간이 15년에 달하기에 기업 입장에선 정부가 정한 상한선 아래의 저렴한 발전단가를 제시하기에 힘든 구조이기도 했다.
한 에너지 기업 관계자는 "수소 연료 도입가가 아직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가격을 잘못 책정하면 막대한 규모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발전소 가동률 보장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15년간의 계약을 체결하는 건 확실히 부담"이라며 "힘들게 확보한 비싼 수소·암모니아를 활용도 못하는 상황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더욱 민간에 친화적인 청정수소 입찰 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의 활발한 참여없이 청정수소의 생산, 저장·운송, 활용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조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 불경기로 청정수소와 같은 신사업을 힘있게 추진하기 힘든 환경"이라며 "기업을 유인할 수 있는 방식이 입찰 과정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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