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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러 신형 IRBM, 폭발 구덩이 겨우 ‘1.5m’... 위력 작았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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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22일(현지 시각)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 그는 "그러니까, 이게 당신들이 원하던 것이었나? 그럼 가져라"라며 "초음속 탄도 미사일 공격"이라고 썼다. 타스통신은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올린 영상을 두고 "오레시니크가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 있는 유즈마시 미사일 공장 부지를 강타하는 영상"이라고 전했다.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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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 발사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오레시니크’에 실제 탄두에 폭발물을 탑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미사일로 인한 피해가 적었다는 점이 꼽혔는데, 군사적 목적보다는 미사일 개발 기술을 과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강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다.

2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독일 빌트를 인용해 “지난 21일 발사된 오레시니크 미사일이 상당한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의회 국방정보위원장인 로만 코스텐코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공습으로 생긴 구덩이는 약 1.5m에 불과하고 다른 피해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정도 규모의 폭발은 2파운드(약 900g) 정도의 폭발물로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만일 미사일이 정말로 빈 채로 발사됐다면, 전적으로 보여주기식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공습 영상을 보면 한번에 여섯발씩 탄두가 낙하하는 섬광이 보이지만, 폭발 장면이 목격되지는 않았다.

빌트에 따르면 군사 분석가 율리안 뢰케는 폭발 장면을 담은 영상을 분석한 결과 오레시니크는 러시아의 RS-26 루베즈 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또 미사일에 실제 폭발물이나 탄두가 없었으며 핵탄두의 모양을 모방하기 위한 대체물만 장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뢰케는 “이것은 군사적 행동이 아니라 선전 및 정치적 행동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사일에는 핵탄두도 폭발물도 없었다. 그래서 피해가 그렇게 미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역시 비슷한 추정을 내놨다. 매체는 안드레이 바클리츠키 유엔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수석연구원을 인용해 “영상 분석 결과 여러 개의 탄두가 고속으로 드니프로에 추락하는 모습이 확인됐다”며 “탄두들이 서로 가까운 곳에 떨어진 점을 보면 이는 MIRV 기술과 일치하며, 탄두가 독립적으로 표적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MIRV 기술은 각각의 탄두가 서로 다른 목표물을 타격하는 기술이다.

그는 “여러 개의 탄두를 방어하는 것이 더 어렵지만 각 탄두의 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폭발 규모가 작아 보이는 것에 대해선 “탄두에 탑재된 탑재물이 작거나 전혀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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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지난 21일(현지시각) 발사한 신형 미사일 오레시니크의 잔해.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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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가진 국영방송 대국민 연설에서 이날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 쏜 오레시니크 미사일은 새롭게 설계된 무기로 기존 방공망으로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당초 이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발표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번에 쓴 미사일이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은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사거리 3000∼5500㎞)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전투 상황에서 러시아의 최신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중 하나인 비핵 극초음속 탄도 미사일 시험이 포함됐다”고 했다. 미국 정부도 러시아가 신형 IRBM을 시험 발사했다고 확인하면서 이 미사일을 개조하면 핵탄두 장착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GUR)은 오레시니크 미사일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며 음속의 11배 속도로 비행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GUR에 따르면 미사일은 러시아 아스트라한 지역의 카푸스틴 야르 미사일 시험장에서 발사돼 15분 만에 드니프로를 타격했으며 각각 6개의 자탄을 탑재한 6개의 탄두를 보유했다. GUR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6월에 훈련장에서 유사한 미사일의 시험 발사가 실시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엔지니어 마이클 보네르트는 이 미사일이 기존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된 미사일과는 다른 중거리 미사일이며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특성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보네르트는 “세계의 현대식 방공 시스템과 유럽의 미국이 만든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그런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호주 육군 소장 출신 군사분석가 믹 라이언은 “이번 공격이 군사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의도가 강했다”며 “이 미사일이 유럽과 영국의 거의 모든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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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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