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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非과학 끝판왕 마법?..."'찐 덕후'는 둘 다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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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과학관 내달 1일까지 '뉴턴 스칼라 마법 학교' 개최
드래곤부터 천문학까지…마법의 눈으로 바라보는 현대 과학
"팝업스토어에서 영감…어른도 즐기는 과학관 만들 것"

머니투데이

23일 국립중앙과학관 '뉴턴 스칼라 마법 학교'에서 만난 토르키온 로윈 메카트로니 교수(이하은 국립중앙과학관 연구원), 쏠레리온 교수(강솔빈 과학커뮤니케이터)/사진=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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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뉴턴 스칼라 마법학교 신입생 여러분."

짙은 녹색 망토와 고깔모자를 쓴 '수상한' 사람들이 23일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어린이들이 가던 길을 멈춘 채 입을 떡 벌리고 이들을 쳐다봤다. 검은 망토를 쓴 키 큰 남성이 손짓했다. "머글과학 수업이 곧 시작되니 신입생들은 여기로 모이세요." '머글'은 조앤 롤링의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단어로, 마법사가 아닌 일반 인간을 지칭한다.

국립중앙과학관이 '국립머글과학관'으로 깜짝 변신했다. 전 연령대가 참여해 '머글 세계'의 과학기술을 체험하고 배우는 마법학교 콘셉트의 과학 체험 행사다. 마법사 복장을 하고 전시관 곳곳을 다니며 마법학교 교장인 카시 뉴턴이 남긴 흔적을 찾아 미션을 수행하는 스탬프투어, 6인의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진행하는 탐방해설 등 각종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마법의 물약과 마법석을 파는 마법사 마을 상점도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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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입학생들이 담당 교수의 인솔을 받으며 첫 번째 지하 강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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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신입생이 모두 모이자 이날의 담당 교수가 지하 강의실로 가는 '비밀의 문'을 열었다. 마법생물학을 가르치는 쏠레리온 교수(과학커뮤니케이터 강솔빈)가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을 '드래곤보호연맹'의 회장이라 소개한 쏠레리온 교수의 첫 강의는 '드래곤에 대한 학문적 이해'.

쏠레리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드래곤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해선 대전시 전체에 맞먹는 540킬로제곱미터(㎢)의 땅이 필요하다. 먹잇값은 감당 못할 정도다. 드래곤 한 마리는 한 달 동안 소 15마리를 먹는데, 이를 가격으로 환산하면 9000만원이다. 다행히 드래곤은 인간 세계에 살지 못한다. 지구의 산소 농도는 약 21%인데, 드래곤은 불을 뿜기 위해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기에 대기 농도가 30% 이상인 지역에서만 산다는 것. 쏠레리온 교수는 "현대를 사는 우리가 드래곤을 볼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강의는 머글 세계의 과학기술을 알아보는 머글과학수업, 마법천문학 등으로 이어졌다. '은하수방랑자'라 불리는 유차니우스 마법학교 천문학 교수(과학해설사 정유찬)의 강의실에선 나만의 몬스터를 조합하는 체험이 진행됐다. 특이한 점은 이 수업에 열광한 마법학교 신입생이 어린이가 아니라, 모두 20~30대의 성인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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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차니우스 마법학교 천문학 교수(과학해설사 정유찬)의 마법천문학 강의가 시작됐다. /사진=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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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덕후의 마음'…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즐거운 과학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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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와이트의 마법석 상점에서는 원하는 능력의 마석가루를 골라 나만의 마법석을 만들어갈 수 있다. /사진=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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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형 국립중앙과학관 전시운영정책과장은 "학령인구가 점점 줄어들어드는 상황에서 과학관도 생존책을 궁리하게 됐고, 이에 따라 성인도 즐길 수 있는 과학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는 실제 성과로 나타났다. 마법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인 '탐방해설'은 사전예약이 열리자마자 1분 만에 매진됐다. 총 200명을 모집했는데, 이중 절반이 20대 이상의 성인이었다. 올해 초 '과감한 과학관'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각종 프로그램이 여러 연령층을 통틀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3월 열린 '아인슈타인 생일카페', 세계고양이의 날을 맞아 열린 8월 '냥냥이 학술대회', 10월 핼러윈에 열린 '죽은 과학자의 사회' 행사 등이 그 예다. 마법학교는 올해의 마지막 행사다.

성공의 중심엔 '찐 덕후' 2명이 있다. 기현정 국립중앙과학관 연구사, 이하은 연구원이 기획의 전 과정을 맡고 있다. 기 연구사는 "행사 기획을 위해 전국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40곳 넘게 돌아다녔다"고 했다. 팝업스토어는 개방형 공간을 특별한 콘셉트로 꾸미고, 방문객이 브랜드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이들은 팝업스토어의 특징을 과학관으로 끌어들여와, 과학이 관람객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다. 마법사 마을에 입장한 관람객은 먼저 '캐러디스 의상실'에서 마법사 망토를 빌릴 수 있다. 상점의 이름은 최초의 나일론을 만든 화학자 윌리스 캐러더스에서 따왔다. 전시관을 구석구석 돌아 스탬프를 모두 모으면 '드와이트의 마법석 상점'에서 맞춤형 마법석을 받을 수 있는데, 드와이트는 광물분류법을 처음 사용한 지질학자 제임스 드와이트 대너를 뜻한다. 또 마법학교의 교장인 카시 뉴턴의 '카시'는 뉴턴의 본명인 '아이작'을 역순으로 쓴 이름이다.

기 연구사는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건 '덕후의 마음'"이라고 했다. 덕후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단어로, 특정 대상에 몰두해 파고드는 사람을 뜻한다. 그는 "덕후가 기획하면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안다. 과학과 마법에 진심인 사람이 스토리와 세계관을 완벽히 만들어내 관람객의 몰입도를 높인 것"이라고 했다.

KAIST 기계공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산업디자인을 전공 중인 '해리포터' 덕후 이 연구원은 "마법은 비(非)과학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데, 정반대 지점에 있는 마법을 통해 과학을 볼 때 좀 더 낯선 시각에서 재밌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향한 힘이 과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과학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미 내년 행사로 외계 탐방이 콘셉트인 '우주 힙 저세상 축제'를 기획 중이다.

그러다 다시 '부캐'인 토르키온 로윈 메카트로니 교수로 돌아온 그는 "익명의 올빼미 우체국에서 응원의 편지를 쓸 수 있다"며 어딘가를 가리키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국립머글과학관'은 내달 1일까지 열리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대전=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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