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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김지원의 여기는 텔아비브] 성경에도 나온 이스라엘 와인… 전쟁통에 고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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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너리 밀집한 레바논 접경 지역 헤즈볼라 로켓 공격

포도밭들 불타고 직원들은 피란 떠나 와인 생산 60% 감소

조선일보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호수 인근에서 생산하는 와인. /레카나티 와이너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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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 중심가의 한 와인바. 종업원에게 “이스라엘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2020년산 스파클링 와인을 가져다 줬다. 가격은 220셰켈(약 8만3000원)이었는데, 종업원은 “상당히 귀한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전쟁 때문에 이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양조장)에서 작년과 올해 포도를 거의 수확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이 브랜드에서 생산한 와인을 구경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여름엔 고온 건조하고 겨울은 짧고 습한 지중해성 기후에 첨단 관개 시스템을 갖춰 고품질 포도 재배가 가능하다. ‘숨은 와인 강국’으로 꼽힌다. 한국 경상북도(약 1만9000㎢)와 비슷한 면적의 국토에 와이너리만 350곳에 달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노아가 포도나무를 심어 포도주를 마셨다’는 성경의 창세기 구절을 들어 “이스라엘이 와인의 본고장”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 와인 산업은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와이너리가 밀집한 북부 지역이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의 기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헤즈볼라는 하마스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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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호수 인근의 한 포도밭에 지난 6월 레바논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가 발사한 미사일이 추락해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달튼와이너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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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북부 갈릴리호수 인근과 골란 고원, 갈멜산 등지의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이스라엘 전체 와인 생산량(연간 약 4000만병)의 40%를 차지한다. 그러나 헤즈볼라가 연일 이 지역에 로켓과 드론 등을 발사하면서 포도 재배와 수확이 거의 마비됐다. 이스라엘와인생산자협회(IWPA)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 지역 와인 생산량은 60% 가까이 감소했다.

갈릴리호수 북부의 유명 와이너리 ‘달튼’은 헤즈볼라 공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3만평에 달하는 포도밭 관리를 포기했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와이너리 중 하나인 ‘레카나티’는 포도밭 일부가 이스라엘군의 군사 작전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1만9000평에 달하는 농지를 잃었다. 그나마 접근 가능한 포도밭도 로켓이나 드론 파편이 떨어져 불타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레바논 국경과 700m떨어진 갈릴산 와이너리는 올해 화재로 포도밭 9만평이 소실됐다.

포도밭이 남아있다고 해도 전쟁으로 직원 대부분이 1년 넘게 피란을 떠나 제대로 관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동자 상당수가 팔레스타인이나 태국 출신이었는데, 이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수확을 비롯한 작업이 마비됐다. 일부 와이너리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 때문에 올해 1~2월 가지치기 작업을 하지 못해 포도가 거의 열리지 않고 나무가 말라 죽는 경우도 잇따랐다고 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경 지대에서 전쟁 피해를 입은 기업에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대다수 와이너리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상 기준을 국경 5㎞ 이내에 위치한 기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달튼을 비롯한 일부 와이너리는 불과 500m 차이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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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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