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4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자신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열린 미국 우선 정책 연구소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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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마약과 이민자 단속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 상품에 25%, 중국 상품에는 추가 10%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는 25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글로 “1월20일(대통령 취임일)에 나의 첫번째 행정명령의 하나로서 미국으로 오는 멕시코와 캐나다의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서류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두가 알듯 수천명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면서 범죄와 마약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가져오고 있다”며 “이런 관세는 마약, 특히 펜타닐, 모든 불법적인 외국인의 우리나라 침공이 중단될 때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서도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미국 유입 차단 노력을 하지 않아 “마약이 주로 멕시코를 통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우리나라로 들어온다”며 “그들이 멈출 때까지 모든 중국 상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가 이웃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것은 무관세가 적용되는 자유무역협정(FTA)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무시하는 것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멕시코는 무관세 혜택을 노린 외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지난해에 중국을 제치고 최대 대미 수출국이 됐다.
24일 부산항에 컨테이너선들이 정박해 있다. 부산/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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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부터 상당수 중국 상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다. 또 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과잉 생산이 미국 업체들을 불공정한 경쟁으로 내몬다는 이유로 일부 중국 상품 관세를 크게 올렸다. 순차적으로 적용이 시작될 중국 상품 관세율은 전기차 100%, 태양광셀·반도체 50%,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배터리 부품·흑연 25% 등이다. 트럼프의 추가 관세 부과는 이미 고율 관세를 부과받는 상품들의 판로를 더 좁힐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모든 중국 상품이 대상이라 큰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트럼프의 표적이 된 멕시코·중국·캐나다는 1~3위 대미 수출국으로, 올해 1~9월 미국 수입액의 42%를 차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멕시코와 캐나다는 수출의 80%가량이 미국으로 향하기에 25% 관세 부과는 두 나라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학자들도 관세를 많이 물리면 외국산 중간재를 쓰는 자국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소비자 물가도 자극한다며 트럼프의 공약을 비판해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라며 관세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강조해왔다. 모든 수입 상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고 중국산에는 60%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는 “100, 200, 2000%”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말도 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협정으로 추진해 타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을 손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트럼프의 경고는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는 관세를 올리면 세수가 늘고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펜타닐이나 월경자 단속 문제를 관세 부과 이유로 제시하면서 비경제적 분야의 정책을 놓고도 관세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트럼프가 재무장관으로 지명한 스콧 베센트는 최근 폭스뉴스 기고에서 관세는 “대통령의 대외 정책 목적 성취에 유용한 도구”라고 했다. 그는 동맹들의 방위비 증액, 시장 개방, 무단 월경과 펜타닐 거래 차단 협력 등을 얻어내는 데 관세가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이번 발표는 그와 측근들 사이에서 관세를 대외 정책의 주요 무기로 쓰자는 공감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무단 월경자 문제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멕시코는 단속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노력 등의 결과로 지난달 미국~멕시코 국경을 무단으로 넘었다가 붙잡힌 사람 수는 5만6530명으로 1년 전의 3분의 1로 줄었다.
한편 트럼프가 전략적 경쟁 대상인 중국뿐 아니라 우호국인 멕시코와 캐나다를 상대로도 고율 관세라는 칼을 휘두르겠다고 위협한 것은 한국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다른 나라들도 긴장시키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미국시장을 겨냥해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삼성전자, 엘지(LG)전자, 기아자동차,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도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부담을 떠안게 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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