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단통법 폐지 법안 국회 통과 가시권...통신 시장 파장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백연식 기자]
디지털투데이

[사진 : 셔터스톡]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제22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2소위에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안이 통과됐다. 법안소위에서 단통법 폐지안이 통과된만큼 이변이 없는 한 상임위(과방위)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의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다만 정부 측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을 통해 선택약정할인 25%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전기통신사업법에 상당 부분 단통법 관련 내용이 이관될 예정이다. 개정될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제조사(삼성전자)의 판매장려금 제출 의무 등이 신설되고, 법 폐지로 인해 단통법의 핵심(선택약정할인 25%, 지원금 공시) 중 지원금 공시 의무가 사라진다.

또한 이용자 차별 금지가 사라져 기기변경과 번호이동에 대한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 법 폐지로 인해 지금보다 사업자간 경쟁이 더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존 단통법의 대부분 조항이 전기통신사업법에 거의 그대로 이관됐기 때문에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지난 21일 국회 과방위는 단통법 폐지안 및 단통법 폐지에 따른 후속조치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법안2소위에서 의결했다. 이에 따라 단통법 폐지 및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은 내달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법안소위에선 여당 박충권 의원안과 야당 김현 의원안을 하나로 병합하는 안을 논의했다. 병합안은 단통법을 폐지해 지원금 공시 제도를 없지만 월 이용요금의 25%를 할인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할인을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하는 것이 핵심이다.

원래 야당 안에 있었던 '지원금의 차별 지급 금지'는 제외됐다. 기존 단통법 제3조였던 이 조항은 이동통신사가 가입 유형(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요금제 거주 지역, 나이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의 사유로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기기변경(이통사 유지)과 번호이동(이통사 변경)에 대한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등 제조사의 판매장려금 관련 자료제출 의무 조항은 다시 신설된다. 앞으로 제조사는 판매장려금 관련 자료를 정부에게 제출해야 한다. 대신 정부는 이에 대한 비밀 유지를 지켜야 한다. 이 조항은 지난 2014년 단통법 시행 이후 3년 유지됐지만 3년 일몰 조건으로 인해 사라진 바 있다. 이번에 다시 부활하게 되는 것이다. 이통사나 유통망 등은 단말 유통구조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제조사가 장려금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각 유통채널에 지급하는 장려금의 규모에 따라 소비자에 지급되는 보조금에도 차별이 발생되는데, 단말기 제조사가 유통채널에 지급하는 장려금 규모는 공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등 제조사는 영업 비밀 및 글로벌 제조사라는 이유로 이를 반대해왔다.

예를 들어 유통망에 지급되는 판매장려금이 50만원인데, 제조사가 20만원을 부담할 경우 이 사실이 알려지면 제조사는 20만원만큼 출고가를 낮출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 제조사의 판매장려금 관련 자료제출 의무를 찬성하는 측 입장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장려금 관련 자료 제출이 의무화될 경우 삼성전자가 오히려 판매장려금을 줄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는 국내 제조사는 삼성전자 하나만 남은데다가 애플의 경우 판매장려금 등을 1원도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통법의 뼈대 중 하나였던 지원금 공시가 없어지고 기기변경(이통사 유지)과 번호이동(이통사 변경)에 대한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이 가능해져 이용자 차별이 심화될 가능이 제기된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때문이라도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선택약정할인을 유지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는 고가요금제에 비해 파격적인 지원금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단통법 폐지 시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무제한 요금제 등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VIP' 고객이나 2030 세대 등 일명 '성지'에 대한 정보력을 가진 일부 이용자에게만 유리해질 수 있다.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를 통해 현저한 이용자 차별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단통법 폐지 자체가 '차별을 통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기준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지도 핵심 쟁점이다. 결국 단통법 폐지의 성공 열쇠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촘촘하게 잘 구성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일부가 아닌 상당한 분량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은 사실상 대체 법이기 때문에 조삼모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단통법이 폐지된다고 해도 과거 대비 이통사가 경쟁할 상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혼란이 오거나 소비자 혜택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선택약정할인 25%를 유지하려는 이유도 혼란을 없애기 위해서다. 단통법 시행 전 이동통신 시장은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인 LTE의 등장으로 이통사마다 가입자 유치에 혈안이 돼 있을 때였기 때문이다. LTE 서비스로 속도가 3G에 비해 차별적으로 빨라지면서 이미지, 영상 서비스가 활발하게 유통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하면서 휴대폰 교체 수요도 파격적으로 올라갔다. 게다가 LG유플러스가 3G 서비스 없이 LTE에 바로 뛰어들어 사운을 걸고 올인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섰다. 이로 인해 경쟁사인 SK텔레콤, KT 또한 가입자 방어와 가입자 뺏기 경쟁에 나서면서 시장이 활성화됐다. 하지만 현재 5G가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스마트폰 보급률은 이미 100%에 육박하고 있으며 통신 서비스 시장은 포화된 상태인지 오래다.

단통법 폐지로 사실상 제4이동통신 역할을 해온 알뜰폰 업계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들이 현재 경영 상황상 마케팅비에 많은 돈을 쓰기 힘든 상황을 고려하면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보통신방송미디어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안정상 중앙대 겸임교수는 "지원금과 연계한 개별계약 체결 제한 규정을 도입하고 단말기 제조사가 지원금으로 불공정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제조사에 대한 규제를 배제하면 봐주기 의심이 나올 수 있고, 또 가성비 좋은 국내외 단말기의 유통 활성화가 어렵게 된다. 정보력이 취약한 계층이 불이익을 받는 등 이용자간 차별 문제가 심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Copyright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