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묻지마범죄에 시진핑 "만연한 사회 갈등 해소 필요"…
사형집행 포함 가정폭력 5개 사례 공개하며 엄벌의지 강조
중국 베이징 시내 관광지 중 하나인 난뤄구샹(남라고항)을 찾은 중국인들의 모습. /사진=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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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가정폭력 범인에 대한 사형 집행 사실을 공개하는 등 사회 기강 다잡기에 들어갔다. 최근 연이은 묻지마 범죄 등으로 중국 사회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강조한 '갈등 해소'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중국 대법원과 중국전국부녀연맹은 지난 25일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가정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5대 가정폭력 사건사례를 공개하고 "가정폭력은 숨겨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관영 환구시보 등 중국 주요 매체들이 26일 일제히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사법당국은 최근 가정폭력 사범 시에모위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시에는 2014년 3월 도박중독 사실을 숨기고 결혼, 아내는 가족의 재산을 팔아 도박빚을 갚아야 했다. 시에는 아내를 구타하고 모욕했으며, 심지어 가위로 찔러 다치게 했다.
참다못한 아내는 2021년 1월 친정으로 돌아와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을 취하하라는 시에의 협박이 시작됐다. 같은 해 7월 법원의 소환장을 받은 시에는 친정에서 출근하던 아내를 끌고가 재차 소송 취하를 요구했다. 아내가 거부하자 들고간 칼로 여러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범행 이후 건물 옥상으로 도망친 시에는 공안에 체포됐다. 법원은 살인 동기가 매우 비열하다며 고의적 살인 혐의를 적용, 사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시점은 밝히지 않았으나 형이 신속하게 집행됐다고 전했다.
중국 대법원은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의 이혼 요구에 불복해 고의적 상해나 살인 등 심각한 폭력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형 집행은 심각한 가정폭력에 대한 사법당국의 명확한 태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가해자 및 잠재적 가해자에게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2016년 3월 1일부터 가정폭력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고의적인 살인이나 상해, 학대범죄 등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정폭력을 집안의 일로 치부하고 쉬쉬하는 경우가 적잖다.
중국 정부가 가정폭력 처벌 사례에 대한 대대적 홍보에 나선 가운데 중국 현지에선 최근 잇따르고 있는 묻지마 범죄로 악화한 여론을 달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거의 완벽한 통제를 자부하던 중국 사회는 최근 연속해서 발생하는 묻지마 강력범죄에 떨고 있다.
이혼소송 재산분배에 불만을 품은 한 장년이 무고한 시민들 사이로 차량을 돌진해 수십명을 죽이는가 하면, 청년이 인턴십 임금체불과 과잉노동을 호소하며 대학 내에서 칼을 휘둘러 역시 십수명이 죽었다. 등굣길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차를 몰고 달린 범인부터는 아예 범행 동기나 구체적인 피해 내용도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이후에도 묻지마범죄 소식은 온라인을 통해 계속해서 전해진다.
중국 정부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만연한 사회 갈등과 불만이 묻지마범죄의 형태로 터져나오고 있다고 진단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직접 나서 각계층에 잠재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최우선으로 꼽은 게 가정이다. 가정 내 갈등 해소를 위한 추가적 조치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형집행이라는 강력한 처벌과 함께 발표된 사례를 보면 이번 발표의 '갈등 해소' 함의는 분명해 보인다. 일방적이고 강력한 폭력에 대해서는 단죄했지만, 가정폭력에 대항하다가 발생한 자위적 범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용을 베푼 사례를 함께 발표했다.
피고인 자오무메이의 남편 류모우모우는 술 만 마셨다 하면 자오와 두 아이를 때렸다. 이혼을 요구하자 남편은 자오와 아이들뿐 아니라 말리는 본인의 부모까지 때렸다. 2023년 3월 20일에도 남편의 학대는 계속됐다. 자오의 머리채를 잡고 캐비닛과 히터 등에 닥치는대로 부딪히게 했다. 자오는 폭행 후 잠자리에 든 남편을 칼로 찔렀고 남편은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자오는 도망친 이모 집에서 공안에 전화해 자수했다. 자오의 소식을 들은 지역 부녀연맹은 자녀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죽은 남편의 부모도 자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탄원했다. 법원은 고의 살인은 인정했지만 모든 정황을 고려,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범죄자 처벌 수위가 강한 중국임을 감안하면 살인에 대해 관대한 상당히 이례적인 판결이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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