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김문수 노동부 장관 등이 참여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동약자지원법 입법발의 국민보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가 든 손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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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의 하나로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노동약자 지원법) 제정안을 공개했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을 ‘노동약자’로 규정하고, 이들에게 일자리 정보 제공, 소액생계비 대출 등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동약자를 별도로 만들어 기존 노동자와 구별짓는데다 지원 방안마저도 생색내기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26일 고용노동부와 국민의힘이 공개한 노동약자 지원법은 법 적용 대상(제2조)을 비롯해 취업 촉진 및 고용 안정(제9조), 표준계약서 제정·보급(제12조) 등 총 22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국민의힘은 법 적용 대상을 특수고용(55만명)·플랫폼(88만명, 중복 가능) 노동자를 비롯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334만명) 등 최소 422만명으로 추정했다.
우선 적용 대상을 ‘노동약자’로, ‘국가로부터 지원·보호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지급받는 사람(특고·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현행 노동법상 근로자임에도 사업장 특성·여건 등으로 근로조건 개선 등을 도모하기 어려운 사람(소규모 영세사업장 등) 등이다. 특고·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대상이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직무능력 개발, 소액생계비 자금 대출, 일·가정 양립 장려금 등도 마련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정부가 노동약자 지원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노동약자지원재단 설립 등 국가 차원의 보호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노동약자’ 규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약자라는 개념은 한편으로 ‘노동강자’ 존재를 전제해, 노동자를 강자와 약자로 나누고 서로를 배제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국제노동기구(ILO)가 규정하는 ‘취약 노동자’를 보면 특고·플랫폼·영세사업장 노동자를 포함해 단기·임기제 등 비정규직, 이주민, 여성 등 범위가 훨씬 넓다”며 “자의적으로 노동약자를 정의했다”고 비판했다.
지원 방안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는 “그간 노동계에서 요구해온 공제회, 분쟁조정위원회 설립 등 내용이 반영했다”면서도 “다만 노동자 권리 보호가 아닌 고용(안정)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라, 지금도 노동법에서 배제된 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종진 소장은 “그간 프리랜서 등이 핵심적으로 요구한 사회보험 확대 내용은 전무하다”고 했다. 더욱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노동약자 지원법 대상에 포함되면서 정부의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의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국회 논의는 여야 간 충돌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노동약자 지원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해 연내 정기국회에서 논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일하는사람 기본법’으로 맞서고 있다. 계약 형식에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취지로 이용우 민주당 의원 등이 3개 법안을 발의했다. 아직 당론으로 채택되지 않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2022년 대선 공약인 만큼 추진 가능성이 크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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