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자동차 멕시코 아과스칼리엔테스공장. 교도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집권 2기 때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무거운 관세를 물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일본 재계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7일 “트럼프 당선자가 내년 1월20일 취임 뒤 중국에서 오는 거의 모든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물리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취임 당일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중국에 압력을 가하면서, 우회 수출을 포함한 중국 제품의 유입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관세가 부과되는 대상 국가는 이들 세 나라지만, 유탄을 맞게 된 여러 나라 가운데 하나가 일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9일 스페이스X 스타십 로켓의 시험 비행 발사를 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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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것은 일본 산업 대표 주자인 자동차 분야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가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힌 멕시코는 일본 완성차 기업과 관련 부품 제조업체가 몰려 있는 곳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멕시코로 직접 투자된 전체 금액의 80%이상이 자동차 분야에 쏠려 있다. 이 지역에서 완성차 생산을 위해서는 결국 부품과 반제품들이 미국과 멕시코를 오가야 하는데, 이때마다 이전보다 훨씬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업체들이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언론들은 “미국이 관세를 높이면 수익에 악영향이 오는 걸 피할 수 없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 일본자동차 기업 가운데 멕시코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생산하는 닛산자동차는 트럼프 당선자의 발언 하나하나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멕시코에 공장 네 곳을 두고 스포츠실용차(SUV) 등을 주로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기업인 도요타 자동차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동안 멕시코에서 전략 차종인 픽업트럭을 생산해왔고, 최근 이 지역에 14억5천만달러(2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멕시코 현지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되는 닛산, 도요타, 혼다, 마쓰다 등 일본 자동차 기업 네 곳의 차량이 한해 70만대를 넘는다. 캐나다에도 중동부 온타리오주를 중심으로 혼다, 도요타 등의 완성차 공장이 있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사장은 지난 7일 결산 기자회견에서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추진하는 방향이 변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오야마 혼다 부사장도 “기본적으로는 (정해진 계획을) 추진한다”면서도 “로비 활동을 포함해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걱정은 자동차 분야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의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은 하루 전 트럼프 당선자의 관세 인상 방침에 대해 “실제 그렇게 되면, 일본 기업에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강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함께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 분야도 근심이 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트럼프 당선자의 구상이 실현되면, 일본계 기업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26일 일본 자동차와 반도체 관련 기업의 주가 하락폭이 컸다”고 보도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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