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유니클로 매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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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가 강제노동 등 인권침해 논란이 있는 중국 신장웨이우얼(위구르)산 면화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28일(현지시각) 비비시(BBC)가 보도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서 생산되는 면화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니클로가 이런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야나이 회장은 “더 말하면 너무 정치적으로 비치니, 여기까지만 하자”며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진 않았다.
앞서 중국 당국이 위구르족을 탄압하며 강제노동으로 면화를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 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에이치앤엠(H&M), 나이키, 버버리, 아디다스와 같은 세계적 패션 브랜드들은 신장웨이우얼산 면화 불매 대열에 합류했다.
2022년 미국은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을 제정해 신장웨이우얼산 면화 사용 제품의 수입을 법적으로 금지했고, 유럽연합(EU)은 중국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강제노동이 결부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해 2027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창 강제노동 논란에 불이 붙었던 2021년 당시 야나이 회장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하고 싶다”며 신장웨이우얼산 면화 사용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간 유니클로가 강제노동 논란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온 배경에는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있다. 중국은 의류 판매 및 생산 허브로서 유니클로에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다. 유니클로는 모국인 일본보다 중국에 더 많은 매장(900~1000개)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최대 3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실제로 야나이 회장이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편도 들지 않기로 했던 결정은 유니클로가 중국 소매 시장에서 인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비비시는 분석했다.
하지만 컨설팅 업체 ‘리스크 전략’의 최고경영자(CEO) 아이작 스톤 피시는 “더 이상 정치적 중립지대에 남아있을 수 있는 대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베이징(중국 정부)과 워싱턴(미국 정부)은 기업이 한쪽을 선택하길 원하고 있고, 도쿄(일본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유니클로를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로 키우기 위한 야나이 회장의 포부도 이런 결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야나이 회장은 아시아 시장 비중이 큰 유니클로를 패션 브랜드 ‘자라’를 뛰어넘는 세계에서 가장 큰 패션 업체로 성장시키길 원하는데, 이를 위해선 서구권 시장 확대가 필수다. 인권 문제에 민감한 서구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출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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