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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상법 개정하면 나라가 망한다? 반대론의 반대론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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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최근 상법 개정안이 '외나무다리'에 섰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안에 상법 개정을 이뤄내겠다며 벼르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반대론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상당수 주주가 찬성하는 이 법을 여당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들이 펼쳐놓은 상법 개정안의 반대 논리는 얼마만큼 설득력이 있을까요? 더스쿠프가 쉽게 풀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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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정상을 회복하고 기업의 자금 조달, 국민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이번 정기국회 내에 알맹이 빼먹기를 허용하는 상법의 주주 충실의무조항부터 개정하겠다."

11월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와 여당(국민의힘)이 밀어붙이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찬성하면서 내놓은 다짐입니다.

'1500만 주식투자자들이 금투세 폐지를 원한다면 금투세 도입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기왕이면 주식투자자들의 권익을 좀 더 도모할 수 있는 상법 개정까지 적극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함께한 셈입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당론 법안으로 채택했습니다.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법안이라면 국회 통과는 시간문제입니다.

그러자 국민의힘과 재계, 심지어 정부기관(금융위원회)까지 나서서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클 거라는 게 이유입니다. 반대론자들은 상법을 개정하면 나라가 망할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상법 개정안은 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이렇게 반대가 심한 걸까요?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제382조의3)"고 돼 있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바꾸는 겁니다.

[※참고: 이사의 '충실한 직무 수행'이 무엇인지 규정하는 조항도 추가했습니다. 해당 조항에는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아울러 이사를 선임할 땐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집중투표제 도입이나 감사분리선출제의 확대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사 충실의무 바꾸면 벌어질 일

그럼 개정안대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전체 주주로 확대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현재는 이사회의 경영 판단으로 일부 주주에게 손실이 생겨도 이사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면 소액주주들이 이사를 상대로 충실의무를 어겼다면서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나옵니다. "이사가 회사를 위한 직무를 수행하면서(회사에는 손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일부 주주에게만 손실이 생기는 결정을 할 수도 있느냐"는 겁니다.

네, 꽤 많습니다. 회사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일부 사업을 분할할 경우,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를 발행할 경우, 기업을 합병할 경우 등 다양한 상황에서 주주별로 이해관계가 달라집니다.

상장사의 물적분할과 재상장을 예로 들어볼까요? 상장사(A사)가 미래가 유망한 사업 부문을 따로 떼어내 별도의 법인(B사)으로 만들고, 자회사로 두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이를 물적분할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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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렇게 물적분할한 B사를 다시 상장할 때 발생합니다. 모든 결정은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A사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습니다. A사가 여전히 B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죠. 당연히 대주주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없습니다. 오히려 더 강화될 때가 많습니다.

다만 A사가 미래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온 기존의 일반주주들은 손해입니다. A사의 미래사업 가치가 모두 B사로 이전되기 때문에 A사의 주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죠.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물적분할해 재상장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현재 주가는 물적분할 당시 고점 대비 3분의 1, 2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상법 개정을 강조하면서 "엄마소는 내 소인데, 송아지는 다른 사람이 가져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던 것도 그래서죠. 이럴 때 상법이 개정안대로 바뀐다면 기존 주주들은 두 회사의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도 이런 현실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당시 모회사가 신사업을 물적분할해 재상장할 때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신주를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권리)을 부여하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소액주주의 피해를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는 거였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역시 법무부 장관 시절인 지난해 4월 상법 개정안(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상법 개정안ㆍ핵심내용 동일)의 취지와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한 국회의원의 질문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획기적인 법안"이라고 밝혔죠.

[※참고: 물론 2022년 금융위원회는 상장사의 이사회가 물적분할을 결의할 경우, 이를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주식을 회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을 부여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권리 행사 시 매수 가격이 공정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상법 개정안을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첫째 이유는 논리가 허술하다는 겁니다. 예컨대 일부에선 재계의 입장을 고려해 이렇게 주장합니다. "세계적으로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규정을 둔 사례가 없다." 하지만 주州마다 법이 다른 미국의 경우,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와 주주'로 명시한 곳들이 있습니다. 델라웨어주의 회사법이 대표적입니다.

일본은 법 조문에 이사의 충실의무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법을 해석할 때 '회사의 이익은 곧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란 논리를 적용해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별개로 보지 않는다는 거죠.

핀셋 규제 한계 못 넘는 자본시장법

둘째 이유는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상법은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가리지 않고 적용되기 때문에 시장에 혼란을 준다. 자본시장법(상장사에 적용하는 법)만 개정해도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 합병이나 물적분할 등 특별한 일이 발생할 경우,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핀셋 규제를 만들면 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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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핀셋 규제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핀셋의 내용을 조금만 벗어나도 실효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니까요. 예컨대 비상장사와 불공정한 합병을 한다면 막을 길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이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건 이 때문입니다.

이관휘 서울대(경영대) 교수는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최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반주주들의 자금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회사의 주주 보호를 의무화해야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가 상충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재계와 달리 상당수의 주주는 상법 개정을 반기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만, 그럴수록 '공론화의 장'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과연 여당도 1500만 주주를 위해 상법 개정을 찬성할까요?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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