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백화점과 이커머스 등 내년 유통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통업체들은 백화점 명칭을 변경하고 AI쇼핑 도우미를 출시하는 등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일 상의회관에서 올해 유통업계를 결산하고 내년 유통시장의 변화와 판도를 미리 조망해보는'2025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BCG 코리아 소비재 부문 송지연 파트너는"오프라인 유통은 변혁의 시대를 맞이해 과거의 오프라인 유통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점포가 아닌 고객중심으로','가격과 원가가 아닌 데이터와 고객인사이트'등에 기반한 사고와 변화 없이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커머스에 대해서도"개인화된 최적의 맞춤형 고객경험 제공하는 등 새로운 운영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은 내년 백화점 업계는 수도권과 지방의 비대칭화가 심해지면서 백화점 상권의 양극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빅3(롯데, 신세계, 현대)가 경쟁에서 뒤처진 상위 20위권 밖의 점포에 대한 조직 슬림화에 나서면서 내년이 2000년초 1차에 이어 2차 구조재편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백화점업의 키워드로는'백화점 명칭 변경'과'Town(타운)화'를 들었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대구점을'더현대 대구'로, 부산점을'커넥트 현대'로 변경했다. 신세계는 경기점의 명칭을'신세계 사우스시티'로 바꿨다. 집객을 위해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 호텔,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구성하는'Town화'도 변화의 한 축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슈퍼마켓 부문 발표에 나선 에이지데이터 김종근 대표는 내년에도 식비 부담에 따른 내식 수요와 절약 소비트렌드가 계속될 것이라 봤다. 근거리 유통채널인 SSM(체인슈퍼)은 내년에도 성장할 것이란 예상이다. 여기에 대형마트와의 구매 통합에 따른 물류, 배송, 소싱, 가격경쟁력 효과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형마트업계 발표에 나선 이경희 이마트유통산업연구소 소장은 대형마트가 올해 -0.5% 역성장에서 내년에는 0.8%로 플러스 성장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망 이유로는 내식 수요 유지에 따른 식품 카테고리의 선방, 비식품의 개선 흐름, 신규출점 등을 꼽았다. 대형마트의 식품 매출 비중은 2021년 65.7%에서 2024년 9월 69.9%로 증가했다.
편의점업계 전망에 나선 신종하 BGF 리테일 실장은 내년 편의점은 부정적인 영업환경 속에서도 선방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점포 출점이 둔화되고 편의점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다 내년 최저임금이 1.7% 인상된 1만30원으로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한 점 등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경기 상황이 부정적일수록 근거리에서 필요에 따른 소량 구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만큼, 다른 소매업의 매출을 편의점이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전문점분야 발표에 나선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위원은"외국인들의 쇼핑 장소가 시내 면세점에서 H&B 전문점, 즉 올리브영으로 바뀌고 있다"고 언급했다. 면세점 업계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반면 올리브영의 올해 매출 성장률은 전년대비 약 30%에 달할 전망이다.
온라인쇼핑업계 발표에 나선 이미아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박사는 "올 7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쇼핑 도우미 루퍼스(Rufus)가 정식 출시되면서 AI쇼핑 도우미 시대가 개막되었다"고 밝혔다.
온라인쇼핑에 생성형 AI기술이 접목되면 "도쿄 여행"과 같은 키워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쿄에 여행 갈건데 계획 짜줘" 같은 대화체로 검색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는 사용자의 쇼핑 검색 여정 전반을 도와주는 쇼핑 내비게이터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김민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정책팀장은"미국 행정부의 정책 급변으로 우리 경제와 소비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업은 미국 정책의 방향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면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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