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가 동네북이 되었다.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1등을 놓치고 파운드리에서 점유율이 더 벌어진 삼성, 주가는 폭락했고 투자자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외국인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삼성전자를 팔아 치운다. 투자자들의 외면에 반도체사업 책임자를 바꾸고, 반성문 쓰고, 10조원 들여 자사주 샀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삼성전자의 대응도 식상하지만 외국인이 파는 것은 삼성이 아니라 한국을 팔아 치우는 것이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지만 돈은 반대다. 성장률이 낮은 데서 높은 데로 흘러간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한국이 세계 평균 성장률을 못 따라가는 성장을 한 것이 벌써 20년이 넘는다.
국내외 예측기관들이 한국의 2025년 성장률을 더 낮추고 있고, 해외 투자은행(IB)들은 1%대로 보고 있다. 세계 평균을 못 따라가는 나라에서 돈을 빼서 평균 이상 가는 나라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나라에서 가장 큰 회사에 투자한 주식을 가장 많이 팔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은 상식이다. 지금 한국은 밸류업이 아니라 그로스업을 하지 않으면 외국인의 매도는 못 막는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도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변하는 주식시장에 아부할 생각 말고 약해진 근육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개선된 숫자를 보여주면 그게 진짜 반성문이다. 시총 300조원짜리 회사에 10조원 자사주는 한강에 돌멩이 하나 던지는 격이다.
지금 삼성의 문제는 인력이고, 첨단반도체 개발력이다. 10조원 자사주가 아니라 9조원은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 확보에 쓰고, 1조원은 당장 문제가 되는 HBM 개발에서 경쟁사를 뛰어넘는 기술과 제품을 만드는 엔지니어에게 포상금으로 걸어 삼성 엔지니어들의 잠든 야성과 자존심을 파격적인 보상으로 깨우는 것이 더 낫다
정부도 반성해야 한다. 정책은 작은 생선 굽듯이 신중하게 해야 한다. 자주 뒤집으면 살점이 다 떨어져 나가 먹을 것이 없다. 과학기술 전쟁시대에 과기예산을 삭감했다가 고급 연구인력이 다 빠지자 다시 허겁지겁 주워 담는 실수, 한국을 먹여 살리는 건 반도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 한국의 달러는 의사가 버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가 버는데, 어설픈 의대정원 확대로 의료대란을 부르고 반도체학과 지망생을 의대 지망생으로 보내는 우를 범하고 있다.
세계가 반도체전쟁으로 각국이 모두 파격적인 보조금으로 자국 반도체기업을 키우는데 눈치 보느라 야당보다 보조금 주는 데 인색한 한심한 여당, 부모 돌아가셔서 60% 상속세 내면 자동으로 소액주주 되는 징벌적 상속세제도 안 고치고 주가 상승을 얘기하는 정치권을 보면 답답하다.
바닷물의 온도가 5도만 달라져도 어종이 싹 다 바뀐다. 미국 대선 이후 전 세계가 요동치는데 한국의 정치는 달라진 게 없다. 미국의 지난 4년간의 정책기조가 홀랑 뒤집어지고 전 세계가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공포에 떨고 있는데 정작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 한국의 정치권은 철 지나간 선거 얘기로 날밤을 새운다.
정부가 똑똑해야 나라가 발전한다. 미국은 정부효율부를 만들어 기업인을 장관으로 앉혀 정부조직 75%를 구조조정한다는데 한국은 자고 나면 위원회고, 조직 확대다. AI시대에 데이터센터가 필수인데 지자체의 몽니에 전력공급이 안 돼 기업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포기하고 반도체특화단지를 만들어 놓고도 전력·용수 공급을 못해 삽도 못 뜨고 있는 것이 한국 행정력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과거는 역사책'에 묻고 '미래는 돈'에 물으라고 한다. 외국인의 순매도, 개미도 버리고 떠나는 국장(한국 주식시장)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 돈이 빠지면 인재와 기술이 빠지고 저성장의 늪에 빠진다. 기업과 정부 그리고 정치권의 변화와 발 빠른 개혁이 없으면 '돈'의 무서운 응징이 기다린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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