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옹진군 연평 어장에서 30년 넘게 꽃게잡이를 하고 있는 성모(57)씨는 “올 가을 꽃게가 이상할 만큼 안 잡혔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한번 조업을 나가면 1000㎏은 잡아야 인건비 등 어선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는데, 200~300㎏ 정도밖에 잡히지 않아 조업하기가 힘들었다”며 “그동안 꽃게가 안 잡힐 때가 더러 있었지만, 올 가을엔 정도가 유독 심했던 것 같다”고 했다.
꽃게로 유명한 인천 연평도 어민들이 올 가을 저조한 꽃게 어획량에 울상을 짓고 있다.
3일 인천 옹진군 등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가을 어기 연평도의 꽃게 어획량은 30만8200㎏으로 집계됐다. 전년 가을 어기 어획량 133만3000여㎏ 대비 4분의1도 되지 않는 양이다.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봄 어기 연평도 꽃게 어획량은 62만2000여㎏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 가을 어기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급격히 달라진 것이다.
한 어민은 “보통은 봄 어기보다 가을 어기에 꽃게 어획량이 많아 기대를 했는데, 올해는 오히려 줄었다”며 “꽃게 조업철이면 동네 주민들이 모두 그물에서 꽃게를 떼어내는 일로 섬 전체가 분주했는데, 올 가을엔 한산했다”고 했다.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봄 어기 어획량이 가을 어기 어획량보다 많았던 적은 없었다.
바다 바닥에 사는 꽃게는 섭씨 17~30도의 비교적 따뜻한 바닷물을 좋아한다. 섭씨 10도가 되지 않는 차가운 바닷물(저층 냉수대)은 피한다.
그동안엔 이 차가운 바닷물이 연평 어장 주변까지 유입돼 꽃게들이 이를 피해서 비교적 따뜻한 어장 중심 지역으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연평 어민들은 그만큼 꽃게를 많이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이 차가운 바닷물의 세력이 약해져 어장 주변까지 유입되지 않았고, 때문에 꽃게들의 분포 범위가 어장이 아닌 지역까지 넓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환경변화가 연평 꽃게 어획량 감소의 주된 요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올여름 연평 연안 수온은 지난 8월 최고 29.6도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 최고 수온 27도보다 2.6도 높기도 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이수정 연구사는 “올 가을 10도 미만의 저층 냉수대가 올 가을 연평 연안으로 유입되는 경향이 약해져 따뜻한 바닷물이 넓은 해역에 걸쳐 형성됐다”며 “여기에 대만 난류 혼합수 유입 증가, 전반적인 고수온 현상까지 겹치면서 꽃게 분포지역이 넓어져 연평 어획량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연구사는 “저층 냉수대가 어떤 이유로 세력이 강해지고 약해지는지에 대해선 아직 더 연구가 필요하다”며 “해양 환경이 유동적이라, 올 가을 같은 상황이 내년에도 지속될지 여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이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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