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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레바논 불 끄니 시리아서 내전 격화···속 타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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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란 단절’ 조건으로 시리아 제재 해제 논의”

경향신문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과 튀르키예군 장갑차가 2019년 9월8일(현지시간) 시리아 탈아비아드 인근 튀르키예 국경 지대에서 합동 순찰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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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휴전이 성사되자마자 이번엔 시리아에서 수년간 소강 상태였던 내전이 격화되며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던 중동 정세가 다시 격랑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그간 중동 갈등에 개입해온 미국은 반군들의 대대적인 공세로 어느 쪽도 지원하지 못한 채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

미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IS) 소탕을 명분으로 시리아에 미군 900명을 주둔시키고 있으나 자국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반군을 지원할 수도, 그렇다고 ‘적성 국가’ 이란·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협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시리아 반군 연합의 제2도시 알레포 점령과 관련해 “미국은 알레포와 주변 지역에서 진행 중인 작전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알려졌다시피 이 작전은 (미국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시리아를 방문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반군의 공격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앞서 시리아 북서부 최대 반군 단체인 HTS를 주축으로 한 반군 연합은 레바논 휴전이 성사된 지난달 27일 북서부 지역에서 기습 작전을 시작한 후 사흘 만인 지난달 30일 8년 만에 알레포 탈환에 성공했다. HTS의 전신은 테러 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누스라 전선’으로, 이들은 현재는 알카에다와 결별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상 그 뿌리는 같아 미국은 HTS를 테러 조직 명단에 올렸다. HTS 수장 아부 모하메드 알졸라니에겐 1000만달러(약 140억원)의 현상금까지 걸린 상태다.

HTS는 알아사드 정권에 대항해 시리아를 해방시킨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이들의 목표가 시리아의 ‘민주화’보다는 근본주의적인 이슬람 국가 건설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휴전으로 중동 지역에서 ‘급한 불’을 끈 미국은 곧바로 시리아에서 불꽃이 튀자 외교전에 분주한 모습이다. 미국은 시리아와 국경을 접하며 일부 반군 세력을 지원하고 있는 튀르키예와 소통하는 한편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와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더 대변인은 시리아 주둔 미군 사령관이 “잠재적인 오판 방지”를 위해 핫라인으로 러시아와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반군연합의 공세가 시작된 후 시리아 정부군과 합동으로 반군 지역에 공습을 가하고 있다.

2011년 중동지역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 여파로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초반에는 알아사드 정권의 폭정에 저항하는 민주화 항쟁 성격이 강했으나, 미국·러시아·이란·튀르키예 등 강국들이 자국 이해에 따라 개입하고 반군 세력도 분열·대립하며 복잡해졌다. 여기에 혼란을 틈타 ISIS와 같은 극단주의 테러단체까지 발호하며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미국은 양측에 “긴장 완화”를 촉구하고 있으나 테러 단체로 규정한 반군도, 미국이 제재하고 있는 알아사드 정권도 직접 지원할 수 없는 딜레마에 놓였다고 미 CNN은 짚었다. ‘시리아의 도살자’로 불리는 알아사드 대통령은 독가스 등 화학무기까지 사용해 자국민을 잔혹하게 진압하며 악명을 떨친 인물로, 이로 인해 아랍연맹에서도 퇴출됐으나 지난해 이란·사우디아라비아 관계 정상화의 여파로 12년 만에 복귀했다. 그는 시리아를 중동 진출 교두보로 삼아온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고 10년 넘게 이어진 내전의 주요 국면을 돌파해 왔다.

최근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과의 단절’을 조건으로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제재 해제를 논의해왔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된 최근 몇 달간 미국이 이란과 헤즈볼라의 고립을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시리아는 그간 이란이 헤즈볼라에 무기를 공급하는 주요 무기 운송로로 이용돼 왔는데, 알아사드 정권이 이를 차단하고 이란과 관계를 끊으면 서방의 제재를 해제해 준다는 일종의 ‘당근과 채찍’ 전략을 검토해 왔다는 것이다.

앞서 레바논 언론도 이스라엘이 이란 고립을 위해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것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이란과 시리아의 동맹을 깨기 위한 이런 전략은 시리아 반군의 진격 이전 논의된 것으로, 미국이 이런 ‘거래’를 제안한다고 해도 반군 격퇴를 위해 이란의 군사지원이 절실한 알아사드 정권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시리아 제재는 갱신되지 않으면 오는 20일 만료된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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