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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역대 이런 예산 심사는 없었다···최악 기록 쌓아가는 22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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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시정연설 불참으로 시작

야당은 상임위·예결위 단독 의결

법정시한 넘겨도 대국민사과도 양보도 없어

경향신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지속가능 대한민국포럼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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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첫 예산안 심사가 여야의 불통·독선으로 얼룩지고 있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대통령 불참 시정연설, 사상 초유의 국회 예산결산특위 야당 단독 의결 등 국면마다 극한의 정치실종 상황을 드러냈다. 여야는 예산안 법정처리시한(12월2일)을 넘기고도 무한 대치를 이어가며 역대 최악의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여야는 예산안 법정처리시한 하루 뒤인 3일에도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논의를 주도할 책임이 있는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사과 등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며 협상에 불응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사과와 강행 처리 예산 철회가 없으면 어떤 협의에도 응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운운하며 증액을 얘기하려면 단독 처리 전에 협상해야 했다”고 말했다.

원내 과반 의석을 점한 ‘제1당’인 민주당은 여당의 사과 요구를 적반하장으로 일축하면서 여당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추가 감액도 불사하겠다고 더 강하게 맞섰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여당은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그만하고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한 증액 예산안부터 만들어서 갖고 오라”고 말했다.

양측 모두 법정처리시한을 넘긴 데 대해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사과 메시지는 없었다. 상대의 변화를 촉구하며 주도권 싸움에만 골몰한 모습이다.

경향신문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4일 국회본회의에서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 11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문을 대독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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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이번 예산안 심사에서는 시작부터 협치의 최소 조건도 지키지 않는 일들이 반복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하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연설문을 대독하게 했다.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한 것은 11년 만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달 7일 기자회견에서 “난장판이 되는 그런 모습을 보면 대통령이 가는 것을 국민한테 보여주는 것이 국회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불참 사유를 밝혔다. 예산안 처리에 국회의 협조를 구하면서 야당 탓을 한 것이다.

상임위 예산 논의에서도 여야 합의 정신이 무시됐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법제사법위, 행정안전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운영위 등에서 야당은 여당 의원들의 항의 속에 단독 의결을 강행했다. 대통령실과 검찰·경찰·감사원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특활비)는 전액 삭감해 ‘보복성’이 짙다는 지적을 받았다. 예결위에서는 특활비 등 쟁점에 대한 논의 대부분을 원내 지도부로 미루면서 스스로 상임위의 심사 기능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향신문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정 위원장이 야당 단독으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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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실종의 정점은 예결위 단독 의결이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예결위에서 4조1000억원의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다. 예산안이 예결위에서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민주당은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2일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면서 단독 처리 명분으로 든 법정처리시한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여야가 먼저 물러서지 않고 버티는 ‘치킨게임’을 이어가면서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에도 예산안 합의 처리가 안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이 오는 4일 감사원장과 검사 탄핵안을 통과시키기로 하는 등 양측의 갈등을 키울 요소가 산재해 있는 점도 합의를 어렵게 할 요소로 꼽힌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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