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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은퇴할 수 없는 ‘장수시대’…58년 개띠보다 더 큰 고민 안고 있는 71년 돼지띠[이윤학의 삼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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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금테로 바꾸세요.”

10년 전 어느 금융회사의 홍보문구다. 2015년은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1세대(1955~1963년생)의 첫 주자들이 정년퇴직을 막 시작하던 때였다. 그전부터 은퇴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충격이 컸다. 당시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3개 연금을 모두 가입한 1차 베이비부머는 단 18%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산업화 주역이었던 베이비부머의 노후가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큰 문제가 된 것이었다.

이제 ‘58년 개띠’로 통칭되는 1차 베이비부머는 모두 법정정년이 지나 은퇴한 상태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58년생이었을까? 공식 통계가 정확하지 않던 시절, 1958년은 출생자 수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선 해로 알려진 까닭이 아닌가 싶다.

실제 58년 개띠들은 많은 사회적 변화를 야기했다. 출생자가 많아서 초등학교는 콩나물교실로 2부제 수업이 처음 시행되었고, 고등학교 입학시험도 ‘연합고사’로 바뀌어 소위 ‘뺑뺑이 시대’를 열었다. 이들은 학교든, 직장이든 동기가 많아 늘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왔다. 사십 줄에 들어서며 맞이한 IMF 외환위기는 그들을 명퇴, 퇴출이라는 찬바람 속으로 내몰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행운아이기도 했다.

그들의 성장기에 한국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그 과실을 한껏 누린 세대이기도 하다. 1980년대 후반 58년 개띠들이 30대에 진입하여 가정을 이루면서 부동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본격화되었다. 수도권에 신도시가 만들어진 것도 그들의 영향이 컸다.

이제 58년 개띠는 우리 나이로 예순일곱, 만 66세이다. 정년인 60세를 지나 이미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상태다. 퇴직 전에 그들이 ‘원하는’ 평균적인 실질은퇴 나이는 66.2세로, 10년 정도 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왜 10년 이상 더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그리고 이미 그 나이(66세)가 되어버린 지금, 그들은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할까? 더 일을 하려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을 알아야 그들의 동생세대, 아들딸세대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실마리가 풀린다.

얼마 전에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생애주기는 노동소득이 증가하면서 28세에 흑자전환하여 43세 때 정점을 이루다 61세에 다시 적자로 전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2010년과 비교해 흑자전환되는 시기는 27~28세로 거의 변화가 없지만, 다시 적자로 바뀌는 시기가 56세에서 61세로 5년 늦춰졌다는 사실이다. 결국 일을 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퇴직연령은 49.3세로, 법정정년 60세보다 무려 10년이나 빠르다. 게다가 10명 중 4명은 ‘원치 않는 사유’로 퇴직한다. 이미 정년이란 제도는 공무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런 노력이 생애주기상 적자전환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1차 베이비부머에 이어 동생세대인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가 본격적으로 정년을 맞는다. 앞으로 10년간 954만명이 순차적으로 은퇴하는데, 1차 베이비부머보다 무려 250만명 더 많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이는 1971년생(92만8000명)이다. 지금 이들은 10년 전 58년 개띠들이 했던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다. 58년 개띠의 동생세대인 2차 베이비부머의 대표주자 71년 돼지띠, 그들은 형세대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여기에 58년 개띠들의 아들딸세대, 소위 ‘에코 베이비부머’라고 하는 3차 베이비부머(1979~1992년생)는 어떤 생각일까?

동생은 형과 다르고 자식은 부모와 다르다. 세상이 바뀌고, 사람도 바뀌었다. 그들은 앞으로 살아야 할 인생이 살아온 인생보다 더 긴 세대이다. 결국 일이다.

지금의 마흔 살이 70세가 되는 30년 후 2055년엔 한국인 기대수명은 90세이고, 두 사람 중 한 명은 노인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경향신문

이윤학 전 BNK자산운용 대표


이윤학 전 BNK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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