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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반헌법적인 계엄 선포,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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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참담하고 믿을 수 없는 헌정 중단 시도가 일어난 것이다.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성취해 국제사회 찬사를 받아온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20분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국방부는 전군에 비상경계·대비 태세 강화를 지시했고, 계엄사령부는 집회·시위와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언론·출판을 통제하겠다는 포고령 1호를 발표했다. 계엄사 지시에 따라 군 병력이 국회의사당을 장악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놀라 뛰쳐나온 시민들과 충돌했고, 전국 곳곳에서 심야에 극심한 혼란이 벌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새벽 국회를 소집해 여야 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것은 다행스럽다. 윤 대통령은 무도한 계엄 선포를 즉각 해제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윤 대통령의 기습적이고 충동적인 계엄 선포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헌법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77조1항)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시·사변 또는 그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등 계엄 선포 요건에 해당하는 어떠한 일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 처리와 정부 인사들에 대한 탄핵 추진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지금까지 국회는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탄핵소추를 발의하였으며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 추진 중”이라며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 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오는 10일까지 여야 협의를 촉구해 놓은 상황이다. 이견이 있다면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고 협치로 푸는 게 민주주의다. 그럼에도 이를 계엄 이유로 삼은 것은 민주주의를 짓밟겠다는 행태다. 야당이 정부 인사 탄핵을 추진하더라도 헌법재판소 결정을 받는 헌법적 절차가 있다. 이런 절차를 두고 대통령이 헌정질서를 강제 중단시키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더욱 황당무계한 것은 “지금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윤 대통령 인식이다. 그는 22대 국회 개원식에 6공화국 이후 처음 불참하고,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도 11년 만에 불참했다. 이처럼 야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입법부를 강제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야당 의원들을 모두 반국가 세력으로 체포한 뒤 40여년 전 전두환 흉내를 내 국보위라도 설치할 작정이었던 건가.

윤 대통령은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을 언급했지만, 이번 헌정 중단 시도는 지지율 10%대로 국정 운영 위기에 처한 윤 대통령이 자신과 국정농단 의혹에 휩싸인 김건희 여사를 지키려는 목적 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무모한 시도가 통할 수준의 한국 사회가 아니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위헌적 계엄 선포는 효과를 상실했다”고 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 나라 미래와 안정, 생명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계엄의 신속해제와 헌정중단 시도에 대한 책임규명 및 단죄에 힘을 모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반역 시도를 즉각 멈추고, 반헌법적 계엄 선포 책임을 져야 한다.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자정을 넘긴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앞에서 무장군인들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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