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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비상계엄’ 아수라장 된 국회…계엄군 떠났지만, 시민들 밤새 국회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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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계엄군이 4일 국회 진입을 시도하자 시민들이 서로 손을 잡고 저지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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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심야 긴급 담화에서 국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무산되기까지 약 6시간 동안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은 아수라장이 됐다. 계엄군이 국회 경내에 진입하려 창문을 깨부수고 이를 막아서는 시민들을 몸으로 밀어내는 등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고 윤 대통령의 담화가 발표된 후에도 국회 앞은 시민들로 붐비며 긴장감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 본회의 표결을 위해 국회를 찾은 의원·보좌진과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경찰은 이날 국회 인근에 모인 시민이 4000여명이라고 비공식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문에서 출입을 통제당한 시민과 경찰의 대치도 이어졌다. 시민들은 “밀어!”라고 외치며 경찰 방패를 밀어냈다. 출입이 막힌 여야 의원들이 혼란 속에서 담을 넘어 경내로 진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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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경찰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출입을 통제한 지난 3일 국회 경내로 헬기들이 내리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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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공에 헬기 5대가 줄지어 날아가자 시민들은 비명을 질렀다. 완전무장한 계엄군 4~5명이 정문 앞으로 오자 시민들이 “비상계엄 철폐하라”고 외치며 몰려들었다. 시민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군 병력이 뒤로 물러나기도 했다.

전날 오후 11시57분쯤 무장한 계엄군 수십명이 본청 정문으로 진입하려 하자 시민·보좌진들이 달려들어 막아섰다. 한 시민이 급하게 뛰어가다 넘어져 군중의 발에 채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됐다. 계엄군은 본청 정문 출입이 막히자 동쪽으로 이동해 국민의힘 정책국 사무실 창문 2개를 깨고 안으로 진입했다. 계엄군이 본청 진입에 성공하자 보좌진 등은 본회의장 등 본청 내부 깊숙한 곳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비상 소화전 호스를 꺼내 물을 뿌리고 소화분말을 분사했다.

4일 오전 1시 본회의에 출석한 의원 190명이 전원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는 소식이 국회 주변에서 전해지자 시민들은 손뼉을 치며 함성을 질렀다.

계엄해제 결의안 가결 후에도 국회 본청에서는 계엄군과 보좌진의 충돌이 이어졌다. 보좌진들이 “의사봉을 쳤으니 돌아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내란음모죄”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잠시 뒤 계엄군이 물러서자 국회 관계자와 보좌진들은 손뼉을 치며 “고생하셨습니다” “이겼다” “와”라고 외쳤다. 철수하는 군용헬기 아래로 “윤석열을 탄핵하라” “윤석열을 체포하라”는 시민들의 구호가 이어졌다.

계엄군이 물러난 4일 새벽 본청 로텐더홀에는 일부 의원과 보좌진, 취재진이 긴장 속에서 자리를 지켰다. 국회 정문 앞에 선 시민들은 불안감에 쉽사리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주민들을 모아 차를 함께 타고 국회로 왔다는 성윤수씨(49)는 “아침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아들이 곧 입대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면 아이를 군에 보낼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4일 오전 4시30분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탄핵으로”라고 외치며 야유를 쏟아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부터 국회 앞을 지켰다는 장모씨(49)는 “정상적인 대통령이라면 계엄 선포한 것에 관해서 국민에게 죄송하다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를 해야 하는데,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며 핑계만 대는 듯한 모습이 굉장히 불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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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청에 진입한 계엄군이 4일 새벽 보좌진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소총 개머리판으로 부순 문이 방치돼 있다. 배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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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며 보좌진과 몸싸움을 벌인 경내는 난장판이 됐다. 계엄군이 소총 개머리판으로 밀고 찍는 바람에 부서져 커다란 구멍이 난 문짝이 보였다. 대치 과정에서 보좌진과 국회 직원들이 뿌린 소화기 연기가 자욱했고 바닥에는 물이 흥건했다. 계엄군 진입을 막으려고 출입구마다 쌓은 소파와 의자, 화분 등이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본청 정문은 군·경과 시민들의 극렬한 대치로 파손돼 국회 직원들이 그 앞을 지켰다.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은 이날 기자회견과 집회 등 집단행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 퇴진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며 4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집결하기로 했다. 참여연대도 같은 장소에서 긴급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군인권센터도 입장문을 내고 “계엄 해제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며 “마음만 먹으면 또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끝까지 쿠데타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일손을 놓고 모두 광장으로 모이자”고 했다.


☞ [사설] 반헌법적인 계엄 선포,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040318001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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