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상표 개발 과정은 이름을 가지는 것과 같이 신중해야 한다. 사람은 세상에 빛을 보기 전에 태명을 갖는다. 태명은 아기가 태어나기 전 태아 시기에 부모가 임시적으로 붙이는 이름이다. '배냇이름'이라고도 한다. 뱃속에서 나와 세상을 마주하면 정식으로 이름을 갖는다. 웬만하면 부모가 지어준 이름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이름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름을 부를 때 부드러운 느낌인지 탁한 느낌인지에 따라 이미지도 달라진다. 이름이 세상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이름 때문에 인생이 잘 안 풀린다고 생각될 때 개명을 신청한다. 이름을 바꾸는 절차는 조금 번거롭지만 그렇게 힘든 과정은 아니다. 그런데 그 이름으로 다시 주변에 알리고 새롭게 이미지를 쌓아가는 부분에서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필자 주변을 둘러보면 개명한 사람들이 몇몇 존재한다. 새이름이 익숙한 사람이 있고, 이전 이름이 익숙한 사람이 있다. 그래서 새이름이 익숙한 사람한테는 새이름을 부른다. 새이름과 이전 이름이 뭔가 익숙하지 않으면 새이름과 이전 이름의 중간 단계의 합성어를 새로 만들어내 별명처럼 부른다. 예를 들면 진우에서 태석으로 개명했으면 '진태'라고 부르는 식이다. 개명했지만 여전히 이전 이름이 익숙하면 혼용해서 쓴다. 지방사람이 서울에선 사투리를 쓰진 않지만 같은 지역 사람을 만나면 사투리가 나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인생에 있어 이름을 처음에 접하는 기억이 생각보다 상대방을 대할 때 많은 영향을 준다. 이름에 쌓여져 가는 추억 때문에 과거 기억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현재 이름을 부를 때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이름을 부를 때도 있다.
상표를 만드는 과정도 사람의 이름을 짓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브랜딩을 하는 과정에 법적으로 등록 받는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상표를 새롭게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상표를 라이센스하는 방법도 있다. 상표를 라이센스하는 경우 개발과 등록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기존 상표가 가지고 있던 인지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상표에는 품질보증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상표만으로 좋은 품질의 상품을 구분한다. 많은 기업들이 상표를 등록받기 전에 사용하던 '코카콜라' 같은 상호를 상표로 등록한다. 등록을 하는 것은 공식적인 권리를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상표를 등록하고 잘 사용하려면 다른 상표와 쉽게 구분될 수 있게 특이해야
브랜딩에 좋은 상표를 만들어 내는것은 각자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만드는 것이 좋다. 변리사들은 법적인 영역과 선행상표권들을 검색해 조언해 줄 수 있다. 디자인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을 창작해내야 하기 때문에 등록을 받기 위해 요건을 맞춰가는 것과는 다른 영역이다. 상표로부터 최대한 상업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등록을 받아야 한다. 등록을 받기 위해서는 제품과 밀접한 정보를 제공하는 상표를 신청하면 식별력이 떨어지게 된다. 지우개 제품을 가지고 지우개 상표를 출원하는 경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이고, 제품에 직접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식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등록받기 힘들어진다. 단어 자체로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단어나 로고가 들어간 상표가 등록받기 쉽다.
서술적 양식보다 단일양식의 이름을 개발하는 것이 사용에도 편리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다. 상표가 너무 길면 사람들 머릿속에는 줄임말이나 자의적 해석으로 다르게 기억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초기에 생각했던 브랜딩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상표를 등록하고 잘 사용하려면 다른 상표와 쉽게 구분될 수 있게 특이해야 한다. 특이하다는 의미는 차별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차별성은 상표를 처음 봤을 때 느낌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제품에 대한 관계를 함께 본다. 상표는 사용될수록 사업이나 기업의 정확한 느낌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상표가 만들어지면 세상 밖에서 많이 거론돼야 제품과 건물 등 많은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타인에게 라이센스해 타제품에 사용될 수도 있다.
필자는 '세계문학도서읽기챌린지' 독서모임을 주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책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였다. 인간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단순한 정의를 내리고 인간사회에서 부조리한 부분을 나타내는 소설이다. 독서모임에서 책을 읽고 독서모임원들과 함께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연극을 보기 위해 대학로에 모였다. 처음에는 책 내용을 연극으로 그대로 보여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연극을 보고 나니 두 무명 배우의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였다. 처음 같은 이름을 들었을 때는 제목을 제대로 보지 않고 당연히 책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극을 보고 나니 연극이 재해석됐다는 것을 알고 연극의 제목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상표를 라이센스해서 쓰는 제품을 보면 이러한 느낌을 받는다. 라이센스하는 과정에 이미지를 끌어다 쓰더라도 상표가 쓰여지는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에 따라서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
사업하는 입장에서 너무 오랜 기다림은 사업적 손실을 가져와
연극에서는 무명의 남자 배우가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끊임없이 둘이서 대화를 나누며 '기다림'의 시간을 가진다. 지하 연습실에서 나가 세상사람들과 마주했을 때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걸 거부한 채 둘이서만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소속사를 갈망하지만 기회가 오지 않는다. 한 남자 주인공이 연극이 시작되면 연습실 밖의 화장실을 이용하면 안 된다는 규칙을 깨고 급한 마음에 외부 화장실을 갔다가 캐스팅 당해 소속사가 생기는 일이 발생한다. 하지만 다른 주인공은 그동안 열심히 한 본인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고 어떻게 그렇게 쉽게 소속사 생기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화를 내게 된다. 결국 소속사를 포기하며 다시 둘만의 규칙과 생활루틴을 고수하며 또다시 '기다림'을 가지며 막이 내린다. 기다림이란 단어는 추억이 들어가면 아련한 느낌도 있고, 음미할 감성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없는 너무 오랜 기다림은 감성적인 느낌이 오기 전에 사업적 손실을 가져온다.
대표가 좋은 사업 기회를 얻으면 생각지도 못한 성장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 기회는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만 오지 않는다. 세상에 나가 소비자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세상에 상표를 적절히 사용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주목할 때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인생에 있어서 상표와 제품이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돼야 한다. 개선 과정에 세상에 더욱 알려지고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기업의 철학과 정체성은 상표가 사용되면서 만들어진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다림으로 막을 내리기 싫다면 상표가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쓰이고 무엇을 바라고 왜 선택했는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상표가 처음 만들어지고 나서 시장에 알려지면 수많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를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세상과 마주한 상표는 시장에서 어떻게 알려지고 사용되는 지에 따라 좋은 상표로 거듭나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글=심진우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건설환경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3년동안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국가R&D·정부예산기획 관련 보고서·IP가치평가가이드라인·기술가치평가 등 연구원 신분으로 다양한 분야의 과제를 수행했다.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외래교수로도 활동했으며, 현재는 특허법률사무소 베젤에서 책임연구원과 뮤즈펜(Musepen) 대표로 기술사업화·전문가 컨설팅 등을 맡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사람들과 소통하며 깨달은 인사이트를 글로 풀어 정리하고, 기존의 세상을 바라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경험에서 발견되는 인생의 다양한 시선을 글을 통해 공유되기를 원한다. '심진우의 24시간이 모자라'라는 대전제로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하여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작권자 Copyright ⓒ 테크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