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기념촬영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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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여파로 한·일 외교 관계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윤 정부가 2022년 출범 뒤 일본에 일반적인 양보를 거듭한 뒤 개선된 한-일 외교 관계가 개선됐다고 일본은 평가해왔는데, 윤 대통령이 갑자기 퇴진 위기에 놓이자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5일 “미국의 지원으로 관계를 강화해온 한·일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당분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게 됐다”며 “일본 정부로서는 ‘아닌 밤에 홍두깨’ 격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에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4일 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관저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나카타니 겐 방위상과 한국 관련 정세에 대해 30분간 협의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이시바 총리가 기자들과 만나 “다른 나라의 내정 문제에 관해서 뭐라고 얘기할 입장은 아니지만, 특별히 중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과 정부 공식 브리핑에 나선 다치바 게이이치로 관방 부장관도 “매우 놀랐다”면서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사태의 추이를 계속 지켜보겠다”는 것 외에 다른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이달 중순 일한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방한을 계획했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한국 방문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고, 방한을 조율 중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던 이시바 총리, 나카타니 방위상 방한도 “당분간 어렵다”는 분위기다.
특히 이시바 총리는 불과 한달여 뒤인 내년 1월초 한국에서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조율하고 있었는데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의 한 측근은 “앞서 이시바 총리와 윤 대통령의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느낌이 좋았다”면서도 “이런 상황에서는 (총리의 방한이) 어렵다”고 아쉬움을 토론했다. 이어 이 측근은 “어쩌면 한달 뒤 윤석열 정부가 있을지도 알수 없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은 대일 관계에서 일방적 양보를 거듭해 온 윤 대통령의 입지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윤 대통령이 한국 안에서는 정치 방식 등 문제로 혹독한 평가를 받아왔지만, 일본에서는 한·일 관계 개선의 파트너로 의지해온 게 사실”이라고 풀이했다. 윤 정부는 한-일 관계 최대 쟁정이었던 강제동원 피해 대법원 손해배상 판결 문제 해결 방안으로 지난해 3월 가해 일본 기업 대신 한국 재단이 배상금을 원고에게 내주는 이른바 ‘제3자 변제’를 발표했다. 이어서 윤 정부는 조선인이 대거 강제동원됐던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신청 때도 양보했다. 일본이 조선인 노동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등재에 찬성해줘, 올해 여름 일본은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퇴진할 가능성이 생기자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은 “타이밍이 너무 안 좋다”, “당분간 (한국과) 외교는 어려울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계엄선포 사태에 따른 한국 쪽 혼란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개선돼온 한·일 관계가 후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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