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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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포항공대) 교수들도 9일 정치권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또는 하야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포항공대 교수들이 따로 모여 시국선언에 나선 건 학교가 생긴 이후 처음이다.
포항공대 교수와 연구원 10명은 지난 8일 교수 게시판에 ‘나라를 걱정하는 포항공대 교수와 연구원들의 현 시국에 관한 통렬한 반성과 선언문’이라는 제목으로 시국선언문을 올렸다. 시국선언문에는 이날 오후 50여명의 교수와 연구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포항공대 교수들은 “국가 기능이 조속히 복구돼 대학과 교수, 학생, 연구진이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기 위해 정치권은 민주적이고 법적인 절차 하에 대통령 탄핵 또는 하야 절차를 밟아 국정을 빠른 시일 내 회복시켜야 한다”며 “실추된 국격을 정상화하고 이웃 국가와 평화·공영을 도모하며 재도약할 발판을 마련해주기를 국민과 더불어 촉구한다”고 밝혔다.
포항공대 교수들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 상황을 “온 나라가 사욕을 취하려는 법 기술자들에 의해 참극과 대란”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억울한 젊은 죽음들이 줄을 잇고, 개혁의 명분을 앞세운 무리들에 의해 경제가 무너지고, 전문의들이 병원 바깥으로 쫓겨나 병든 백성이 응급실을 전전하는 의료대란이 일어났다”고 짚으며, 그 이유를 “자신만의 사욕을 쫓는 이기적 각성을 한 무리들에게 권력을 내주었고, 나라의 안위보다 자신의 식솔과 패거리만 챙기는 이기적 각성자들이 권력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마침내 불법 계엄으로 참람한 민낯을 온 세상에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시국선언문을 대표 발의한 황동수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한겨레에 “다른 대학 교수·연구자들과 함께 시국선언을 한 적은 있지만, 포항공대 교수들이 자체적으로 시국선언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서명에 참여하는 교수와 연구자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포항공대 교수와 연구자들의 선언 전문.
나라를 걱정하는 포항공대 교수와 연구자들의 현 시국에 관한 통렬한 반성과 선언문
나라를 걱정하는 포항공대의 교수진과 연구자들은, 사욕에 취한 대통령이 스스로 국가적 내란을 일으킨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여 온 나라와 국민과 경제가 대 혼란에 빠지고 전쟁의 위험성이 높아진 작금의 상황을 매우 엄중히 직시한다. 국가 기능이 조속히 복구 되어 대학과 교수 학생 및 연구진들이 본연의 임무로 돌아갈 수 있기 위하여, 정치권들은 민주적이고 법적인 절차 하에 대통령의 탄핵 또는 하야 절차를 밟아 국정을 빠른 시일 내에 회복시킴으로써, 실추된 대한민국의 국격을 정상화하고, 이웃국가와 평화와 공영을 도모하며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기를 온 국민과 더불어 촉구한다. 아울러 이와 같은 국가적 대란이 발생하게 된 경위와 과정을 돌이켜보면서,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교육 분야를 포함한 전방위적 부조리와 부조화와 양극화의 극단적 상황 속에서, 우리 자신들의 잘못은 없었는지 통렬히 반성하며 새로운 각오로 대학과 교육현장을 새롭게 할 것을 다짐하는 마음을 담아 아래와 같은 시국적 반성 및 선언문으로 갈음한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등장하는 진시황의 책사 이사(李斯)의 생애는 작금의 사태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초나라의 하급관리였던 이사가 어느 날 환경이 다른 두 마리 쥐의 삶의 태도를 보고 깨달음을 얻는다. 측간(변소)의 쥐는 사람을 보면 두려워하여 무서워 떠는 반면, 먹을 것이 풍부한 곳간의 쥐는 사람이 들어와도 두려움이 없고 여유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자신은 반드시 먹을 것이 풍족한 곳간의 쥐와 같은 인생이 되어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당대의 유학자요 성악설(性惡說)을 주창한 순자(孫子)를 찾아가 수학을 한 후에 한비자와 더불어 법가(法家)의 효시가 되었다. 결국 진시황의 측근에서 경호실장 비서실장의 권세를 휘두르며 책략과 법령과 제도를 만들어 천하를 통일하고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정승의 자리에 올라간다.
법 기술자 이사는 법을 이용해 제왕의 통치술로 권력을 휘둘렀고, 동문수학했던 친구인 한비자를 비롯한 정적들을 제거하는 참극을 벌였으며 진시황의 눈을 멀게 하여 분서갱유(焚書坑儒)의 역사적 대란을 기획하였다. 법가만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정적 유학자들이 쌓아온 제자백가의 모든 서적을 불태우고 학자들을 땅에 묻어 죽였다. 권력에 눈먼 이사에게는 국사를 맡은 공복으로서의 공익을 위한 대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으며 오직 자신의 이기적 사욕을 위해 간계와 이간질로 나라를 어지럽혔다. 진시황이 죽고 난 후, 환관 조고가 권력을 취하자 그의 제안에 따라 황제의 유서를 위조하여 장남을 죽음으로 내몰고 막내아들 호해를 왕위에 올리는 내란을 일으켰다.
간계와 불의의 편에 서서 마지막까지 이기적 인생을 도모하던 이사는 결국 광장으로 끌려나와 그가 지키려고 안간 힘을 쓰던 그의 식솔들과 함께 삼족이 허리가 잘려 죽는 요참형으로 인생을 마무리한다.
지난 2년 반, 온 나라가 사욕을 취하려는 법 기술자들에 의해 참극과 대란으로 시끄러웠다. 억울한 젊은 죽음들이 줄을 잇고, 개혁의 명분을 앞세운 이사의 무리들에 의해 경제가 무너지고 교실이 문을 닫고 전문의들이 땅에 묻히듯 병원 바깥으로 쫓겨나고 병든 백성들이 응급실을 전전하는 의료대란이 일어났다. 유래 없는 법치 파괴가 자행되고, 제3자의 국정농단을 추궁하는 탄핵의 목소리가 나라를 뒤흔들었다. 남북의 대치상황 속에서 전쟁의 소문이 무성하고 국가의 존망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역사 왜곡으로 친일 매국의 시대가 다시 도래한듯, 일출(日出)로 한반도를 밝히고 지키는 동해의 중심 독도마저 위태로워졌다. 자신만의 사욕을 쫓는 이기적 각성을 한 무리들에게 권력을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내 곳간만 배부르면 된다는 쥐처럼 사람을 함부로 무시하고 거드름을 피우며 나라의 안위 보다는 자신의 식솔과 패거리만을 챙기는 이기적 각성자들이 권력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불법 계엄으로 그 참람한 민낯을 온 세상에 드러내었다.
탄핵의 함성이 하늘에 닿고 있다. 다행히 처음 계엄을 접한 청년들이 깨어나고 있다. 각 대학의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시작하였다. 그들이 펼쳐갈 미래를 위협하는 무도한 기성세대를 향해 소리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이사의 사적인 이기적 각성에서 벗어나 다시 나라를 되살리는 공적인 공익적 대각성으로 거듭나야 한다. 무법자에 의해 법이 흔들린 자리에 주권자의 준엄한 함성이 들려져야 한다. 그것이 무너져 내린 국기를 되살리고 염려와 좌절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국민들을 다시 평안과 환희의 나라로 되돌릴 수 있는 방책이 될 것이다.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이사의 망령들을 과감히 몰아내고, 내 이웃의 고통과 질고를 함께 지고 갈 수 있는 공동체의 회복을 통해서 회복과 치유와 하나된 나라를 다시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독립운동과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한 순국 및 선열들의 삶이 그러하였듯이, 그것이 내 일신의 이익을 초개처럼 여기고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희생했던 그분들의 뜻을 후대에게 바로 전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첩경이 될 것이다.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강물 한강에 불법자들의 탁류를 제거하고 다시 맑은 물이 흐르게 하라.
2024년 12월9일
나라를 걱정하는 포항공대 교수 및 연구자 일동
강다윤, 강윤배, 강명훈, 고아라, 김광선, 김광순, 김대진, 김민정, 김성철, 김연수, 김용준, 김원화, 김종경, 김진희, 김형관, 박상준, 박지민, 박지성, 박태호, 서종철, 손민주, 심재윤, 오태현, 윤은진, 이기라, 이병훈, 이소명, 이승우, 이영주, 이재호, 이준구, 이준민, 이종식, 이충형, 이정욱, 이효민, 정덕종, 정운룡, 정진호, 조동완, 조민수, 조성현, 조성문, 지승훈, 차형준, 최규하, 황동수, 황형주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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