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지중해 진출 거점 잃고…이란 ‘초승달 연맹’ 축 타격
튀르키예, 난민 복귀 반색…이스라엘, 골란고원에 ‘욕심’
수도 빠져나가는 시민들 시리아 정부가 반군에 의해 붕괴된 8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 거리가 도시를 떠나는 일부 시민들의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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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의 도살자’로 불리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반군의 수도 진격에 러시아로 도피하면서 24년간의 철권통치가 마침내 종식됐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내전 종식과,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 때부터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독재 정권의 몰락을 환영했으나, 내전에 개입해온 주변국들이 각자의 셈법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며 권력 공백 상태의 시리아에서 외세의 각축전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반군 연합이 8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에 진격하기 직전 비행기에 올라 자신을 지원해온 러시아로 피신한 것으로 파악됐다. 크렘린궁의 한 소식통은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에 “알아사드 대통령과 그 가족이 모스크바에 도착했다”며 “러시아는 인도주의적 고려에 따라 그들에게 망명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축이 된 반군 연합은 지난달 27일 시리아 북서부에서 공세를 시작한 후 사흘 만에 제2도시 알레포를 함락시켰고, 파죽지세로 남하해 11일 만에 수도까지 장악했다.
알아사드 정권 붕괴는 중동 지역을 둘러싼 역학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 당시 정부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무력 진압하며 촉발됐고, 여러 반군 세력이 난립하고 미국·러시아·이란·튀르키예 등 강국들이 자국 이해에 따라 개입하며 복잡한 내전으로 비화했다.
알아사드 정권 붕괴는 최대 지원자인 러시아와 이란에 일단 큰 타격이다. 러시아는 당장 자국이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항구인 시리아 타르투스 해군기지를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는 반군 측과 접촉하면서 시리아에 있는 러시아 군시설 및 외교 공관에 대한 안전 보장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역시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을 연결하는 이른바 ‘시아파 초승달 연대’의 한 축을 잃게 됐다. 시리아는 이란이 헤즈볼라 등 역내 친이란 무장세력에게 무기를 전달하는 주요 공급로 역할을 해왔는데, 이 역시 어려워지게 됐다.
반면 일부 반군 조직을 지원해온 튀르키예는 반색하고 있다. 시리아와 국경을 접한 튀르키예는 자국이 수용한 시리아 난민 수백만명을 본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게 됐으며, 국경 일대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 운동으로 인한 안보 불안도 일정 부분 해소하게 됐다. 튀르키예 정부는 시리아 북부를 장악한 쿠르드족 민병대가 자국 내 분리주의 성향 쿠르드족과 손잡고 독립을 추진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이번에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반군 조직은 쿠르드족 분리 독립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알아사드 정권을 제재해 왔으나, 이 정권을 무너뜨린 반군 조직 HTS 역시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의 준동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시리아에 자국군을 주둔시켜 왔으며, IS 격퇴에 협조해온 쿠르드족 민병대 시리아민주군(SDF)을 지원해 왔다.
다만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불개입” 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미국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다마스쿠스 함락 전날인 7일 “시리아는 엉망이지만 우리 우방은 아니며, 미국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리아가 혼란한 가운데 이스라엘은 자국이 점령 중인 골란고원의 영토 편입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알아사드 정권 붕괴로 골란고원 주민들 사이에서 본국 반환 기대감이 커지자, 곧바로 자국군 탱크를 골란고원 국경지대에 전진 배치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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