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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집트·리비아·예멘 또다시 내전·독재… 시리아 미래 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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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아랍의 봄’ 다시 주목

조선일보

8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에서 시리아 반군이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했다고 발표한 후 시리아계 미국인과 지지자들이 축하하는 가운데 한 사람이 '자유'라고 쓰인 시리아 야당 깃발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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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서 중동의 반정부 시위 ‘아랍의 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아랍의 봄 시위로 악명 높은 독재 정권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아랍에도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극심한 혼란과 빈곤에 빠지면서 봄이 아닌 혹독한 겨울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리비아다. 2011년 초 42년간 철권통치하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퇴진을 요구하는 민주화 시위가 봉기했다. 카다피가 시위를 유혈 진압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했다. 반정부 시위대에게 쫓기던 카다피가 비참한 최후를 맞으면서 리비아에 봄이 찾아오는 듯했으나, 그 뒤 권력을 장악하려는 군벌들 간의 교전이 격화하고 여기에 열강들까지 서로 다른 세력을 지원했다.

리비아는 두 쪽으로 쪼개지며 무정부 상태가 됐고, 많은 국민이 나라를 등지고 난민이 됐다. 아라비아반도 남부 예멘에서도 같은 해 아랍의 봄으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퇴진했지만, 이후 정파와 종파 갈등이 번지고 사우디와 이란 등 주변국들이 개입하면서 예멘 내전으로 번져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집트는 아랍의 봄을 겪은 후 오히려 권위주의 체제가 더 강화됐다. 30년 동안 철권통치해온 군부 출신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로 물러나고 2012년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그러나 새로 들어선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개헌을 추진하려다 다시 반정부 시위에 직면했고 혼란을 틈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축출됐다. 당시 쿠데타를 이끈 압둘팟타흐 시시 국방장관이 대통령이 돼 지금까지 통치하고 있다.

역시 아랍의 봄으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시리아에서 알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이란의 군사 지원을 받으며 정권을 유지했으나 이 과정에서 수많은 난민이 발생해 유럽으로 향했고, 혼란을 틈타 IS(이슬람국가) 같은 극단주의 테러 단체가 발호하면서 세계 정세를 뒤흔드는 블랙홀이 됐다.

아랍의 봄이 시작된 튀니지는 2011년 벤 알리가 물러난 뒤 총선을 치르고, 3년 뒤에는 2014년 표현의 자유와 성평등을 명시한 헌법을 개정하며 민주화 절차를 밟았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튀니지 시민 단체 4곳이 구성한 ‘국민 4자 대화기구’는 2015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카이스 사이드 현 대통령이 2022년 의회를 해산하고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헌법 개정에 나서면서 독재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랍의 봄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던 다수의 국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오만 등 걸프 지역의 절대왕정 국가들이 젊은 층의 민심 이반을 우려해 여성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의회민주주의 요소를 일부 도입하는 등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아랍의 봄

2010년 12월 튀니지의 한 과일 행상이 경찰 단속에 반발해 분신한 일을 계기로 중동 및 북아프리카로 확산된 반(反)독재·민주화 운동. 그러나 대부분 국가가 다시 극심한 혼란에 빠지며 전반적으로 실패한 개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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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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