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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시리아 내전이 끝났다고? 세력 공백에 따른 지정학적 격변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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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9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주민들이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몰락을 기뻐하고 있다. 다마스쿠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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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은 2011년 시리아 내전에도 정권을 놓지 않았던 바샤르 아사드(59) 대통령이 러시아로 망명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9일 새벽 아사드와 가족들이 모스크바에 도착했고 러시아 망명을 인도주의적 고려로 허가받았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날인 8일 이슬람근본주의 무장단체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이하 하이아트)가 주도하는 반군은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했고 아사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 외교부는 “아사드가 (반군 등) 여러 단체와 협상을 벌였고 사임하고 시리아를 떠났다”며 “러시아는 이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국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전했다. 한겨레 12월10일치 보도





Q. 시리아 내전? 까마득한 옛날에 있던 일 아니었어? 왜 최근 며칠 만에 시리아 대통령이 도망가는 일이 벌어진 거야?



A. 2011년에 발발한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 이란,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동맹들의 지원으로 간신히 승리하고, 2020년부터 내전은 휴전됐어. 하지만, 반군들도 북서부 지역에서 잔존했고, 아사드 정권은 특히 헤즈볼라가 보낸 지상 병력에 의존했어. 그런데,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지난해 10월7일 가자 전쟁에 이어 레바논 전쟁, 이란과 이스라엘의 상대 영토 공격 등 중동 전역에 전화가 번졌어. 이 전쟁으로 아사드 정권의 동맹인 러시아,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란이 타격을 받고 발이 묶였어. 그동안 절치부심하던 반군이 튀르키예 등의 지원을 업고 전격적으로 공세를 펼쳐서 아사드 정권을 타도한거지. ‘베이징의 나비 날개짓이 뉴욕에 폭풍을 일으킨다’라는 말이 있잖아. 그런데, 시리아 주변에서 터진 메가톤급 핵폭탄에 바샤르 아사드 정권이 날아간 거지.





Q. 그럼 시리아 내전이 이제야 비로소 끝난 거네.



A. 글쎄, 새로운 분쟁과 내전 가능성이 여전하네. 우선, 도망간 아사드 정권을 대체할 세력이 마땅치 않아. 새 정부를 구성하기에는 반군과 외세들이 너무 난립하고 공통분모가 없네. 4대 국내 세력과 5대 외세가 앙앙불락 하며 충돌하고 있어.



아사드 타도의 주력인 반군 하이아트는 과거 알카에다 지부로 시작된 지하디즘 세력이고, 쿠르드족의 시리아민주군(SDF)은 기본적으로 분리독립을 추구하고, 시리아민족군(SNA)는 튀르키예 지원을 받으며 쿠르드족을 현재 공격하고 있고, 아사드의 기반인 알라위파는 나머지 반군과는 상극이야.



이번 아사드 타도에 가장 깊숙이 개입한 튀르키예는 쿠르드족 견제가 우선 사항이야. 향후 시리아에서 신정부 구성 등에서 가장 목소리를 높일 거야. 러시아는 시리아 타르투스에 있는 해군 기지 등 군 기지가 있어. 러시아는 지중해 전략에 필수적인 이 교두보들을 유지하려면, 시리아 내에 친러 세력을 유지해야 해. 친아사드였던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와 손잡을 거야. 알라위파 역시 근거지가 러시아 군기지가 있는 지중해 연안이야. 이란과 헤즈볼라는 아사드 체제 붕괴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으나, 시리아 내 영향력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시리아에는 여전히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있지.



미국은 그동안 눈엣가시였던 아사드가 제거된 시리아를 놓칠 수 없지. 주둔 병력을 유지하며, 대리세력이라 할 수 있는 시리아민주군의 몫을 키울 거야. 이번에 아사드 타도에 암묵적으로 손을 잡은 튀르키예의 이해와 상충하지.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불개입을 천명하는 상황에서 이런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미국과 이해를 같이 하는 이스라엘은 이미 골란고원의 시리아 쪽 완충지대를 점령했어. 정부 구성은 고사하고, 제2의 내전의 발발이 우려돼. 한 나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야.





Q. 그런데 시리아가 왜 이렇게 분열되고, 외세 각축장이 된거야?



A. 중동의 나라들이 모두 그렇지만, 시리아도 다민족 다종교 국가야. 이슬람 다수 종파인 수니파 주민이 70%이나,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가 13% 정도야. 프랑스 식민통치 때 알라위파가 경찰, 군인으로 등용했어. 독립 뒤 알라위파가 군부 등을 통해 권력을 잡았고, 1971년부터 하페즈 아사드부터 그 아들 바샤르 아사드까지 53년간 권위주의 통치가 지속됐어. 2011년 다수의 수니파 주민들이 소수 알라위파 독재정권에 항의하는 시위가 내전으로 번지자, 주변 세력들이 개입했어.



아사드 정권은 같은 시아파인 이란과 동맹을 맺고, 반서방 성향이었어. 이란과 대립하던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아랍국가들은 반군을 지원했고, 튀르키예도 가담해 반군 훈련과 지원의 통로가 됐지. 물론 미국 등 서방도 배후에 있었어. 반군 세력에는 친서방 세속주의 성향의 자유시리아군(FSA)와 누스라전선 등 수니파 이슬람주의 세력으로 양분됐어.



이란과 그 동맹세력들이 아사드를 지원했고, 냉전 시대 때부터 우방이던 러시아가 2015년부터 군을 파병하면서 내전의 향방에 결정적 역할을 했어. 아사드 정부는 러시아의 도움으로 간신히 내전에서 우위를 차지했고, 2020년 휴전 상태가 지속한 거야. 그 구도가 아직도 남아있는 거지.





Q. 이번에 아사드 정권 붕괴의 주역인 반군 하이아트는 알카에다에서 시작된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이라며? 그런 세력이 어떻게 살아 남아서, 아사드 타도의 주역이 된 거야?



A. 그게 바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서방 등 모든 세력의 이해타산이 빚어낸 모순된 결과이지. 시리아 내전에서 최대 변수는 바로 이슬람주의 세력이었어.



내전 초기인 2012년 누스라전선 결성에는 당시 이라크의 알카에다 지부인 이라크이슬람국가(ISI)와 그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관여했어. 당시 누스라전선의 지도자가 바로 하이아트의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골라니였어. 당시 서방과 수니파 아랍국가들의 지원을 받던 자유시리아군은 무능하고 부패했어. 그 지도자들은 ’호텔 로비 게릴라’라는 별명을 들었어. 서방의 고급 호텔 로비에서 지원을 얻어내는 활동이나 하며, 자기 주머니를 채웠다는 거지. 어쨌든 외부의 지원은 무차별적으로 반군에게 돌아갔고, 누스라전선은 이를 바탕으로 전투력이나 대중적 지지를 키웠어. 골라니와 누스라전선은 자신들이 알카에다 세력임을 숨기고 대중적 노선을 취한 것도 주효했어.



바그다디는 2013년 4월 시리아 내전에서 세력을 키운 누스라전선을 자신의 이라크이슬람국가(ISI)를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로 통합한다고 발표했어. 골라니는 이를 거부했어. 이 조직은 곧 시리아와 이라크 영토의 각각 3분의 1을 차지해 준국가가 된 그 유명한 이슬람국가(IS)로 발전했어. 서방은 이슬람국가 격퇴 전쟁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어. 미국은 쿠르드족을 무장시킨 시리아민주군으로 이슬람국가와 싸우게 했어. 이슬람국가 격퇴 전쟁은 2019년까지 지속됐어.



반군 중 이슬람주의 세력들이 이슬람국가로 몰려가자, 그동안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서 부패하고 무능한 친서방 반군들만 상대해 제압한 거지. 이슬람국가에 가담하지 않은 골라니는 2016년 알카에다와도 완전히 결별하고는 하이아트를 결성해 북서부 이들리브에서 살아남았어. 골라니의 하이아트는 알카에다의 지하디즘을 완전히 탈색하고는, 이들리브에서 치안과 복지를 제공하는 지방정부 역할을 했어. 자신들에게 도전하지 않으면 소수 종파도 보호했어. 그렇게 살아남은 하이아트가 이번에 가자 전쟁 등을 틈타서 튀르키예 등의 지원을 업고 전격적으로 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킨 거지.





Q. 이번 아사드 정권 붕괴에 결정적 배후인 튀르키예는 왜 그런 거야?



A. 튀르키예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가장 큰 이유는 쿠르드족 문제야. 튀르키예·시리아·이라크·이란 접경 지대에 사는 3천만명의 쿠르드족은 분리독립을 원해. 특히 튀르키예에 쿠르드족은 오래전부터 무장독립투쟁을 벌여서, 제일의 안보 사안이야. 시리아 내전으로 쿠르드족들의 분리독립 가능성이 커지자, 튀르키예가 개입한 거야.



그런데, 시리아 내전에서 쿠르드족이 이슬람국가 퇴치에 혁혁한 공을 세워 세력이 커지고, 튀르키예가 지원하던 반군들은 지리멸멸하며 정부군에 패퇴 당한 거야. 그러자, 튀르키예는 자유시리아군의 후신인 시리아민족군뿐만 아니라 하이아트까지 지원하며 기회를 노리다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한 지난달 27일부터 반군들의 공세를 허락한 거지.



Q. 아사드 이후 시리아는 어찌 되는 거야?



A. 오리무중이지. 무함마드 가지 잘랄리 시리아 총리가 9일 하이아트의 골라니와 회담을 갖고, 반군에게 권력을 이양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어. 하지만, 하이아트가 권력 이양의 주체가 될지는 두고봐야해.



반군 주력 하이아트는 지하디즘을 탈색했다고 하나 수니파 이슬람주의 체제를 목표로 하지. 이는 시리아에 개입된 모든 국내외 세력들이 반대해. 과격한 이슬람주의 세력 발호에는 서로 협조하는 거지. 여기에는 수니파 아랍국가도 동조할 거야. 미국이나 러시아는 서로의 군 주둔을 당분간 인정할 거야. 러시아는 지난 7일 도하에서 열린 러시아, 튀르키예, 이란 및 수니파 아랍 국가들과의 회의에서 이행기 동안 이 기지들을 유지할 수 있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하네. 튀르키예는 자신이 지원한 하이아트를 통해 시리아 내에서 가장 큰 몫을 챙기려 할거야. 튀르키예가 육성한 시리아민족군이 아사드 정권이 타도되자마자 쿠르드족을 공격하고 있는 것에서 잘 드러나.



미국의 이라크 전쟁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타도되자, 이를 대체할 세력이 없는 세력 공백이 생겼어. 이는 이라크 내란과 이슬람국가 출현을 거쳐서, 시리아 및 이라크에서 무장세력 온존 및 만성적 불안에 이어 친이란 세력 대 이스라엘 및 친서방 아랍국가의 대결 강화와 가자 전쟁으로 이어졌어.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 붕괴는 이런 거대한 세력 공백을 중동에 다시 만들고 있어. 내전 종료가 아니라 더 큰 지정학적 격변의 연속이 우려되는 현실이야.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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