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9일(현지시각) 골란고원 완충구역 근처에서 이동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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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바샤르 아사드 53년 독재 정권 붕괴로 혼란한 시리아 영토 안으로 진격한 데 이어 시리아 화학공장 등 군사시설등을 공습했다. 미국과 튀르키예도 각자의 이해 관계에 따라 시리아에서 군사 행동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양국 비무장 완충지대로 병력을 진입시켜 시리아 아사드 정부군 병력이 버리고 떠난 군사 거점들을 점령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9일 보도했다. 전날인 8일 이슬람근본주의 무장단체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이하 하이아트)이 주도하는 시리아 반군은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했고 아사드 정권은 무너졌다.
이스라엘군이 침입한 양국 완충지대는 이스라엘과 이집트·시리아가 교전한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듬해인 1974년 정전 협정으로 생겨난 골란고원 내 지역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시리아에서 골란고원 3분의 2가량을 빼앗았다. 1973년 이집트·시리아와 이스라엘 사이 4차 중동전쟁이 벌어졌고, 이듬해인 1974년 정전협정으로 휴전했다. 정전 협정 결과로 이스라엘 점령지 너머 골란고원에 생긴 235㎢ 지역이 비무장 완충지대로 유엔 평화유지군 1100명이 주둔 중이다.
국제사회은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골란고원 서쪽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기존 점령지를 넘어서 시리아 영토 안을 침공한 것이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완충지대 침공이 정전 협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기데온 사르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완충구역 점령은 안보상 이유로 취한 임시적이고 제한적인 조치”라고 해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고 시리아군이 진지를 버린 뒤 시리아와의 기존 협정은 무효가 됐다”고 주장했다.
카타르와 쿠웨이트,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등 주변 아랍 나라들은 일제히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 시리아의 영토를 훼손하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맹비난했다. 사우디 외교부는 9일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이 국제법의 지배를 계속 위반하고 있고 시리아가 안정과 완전한 영토를 회복할 기회를 단호히 방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스라엘군 병력이 9일(현지시각) 골란고원 완충구역 근처에서 작전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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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은 화학무기를 만드는 공장으로 의심되는 시설을 포함한 군사시설 공습에도 나섰다. 이스라엘군의 라디오 방송은 이스라엘군이 9일 하루에만 시리아 내 군사시설을 100차례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사르 외교장관은 “이스라엘 국가와 시민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전략 무기들, 화학무기 능력, 장거리 미사일과 로켓이 극단주의자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공격했다”고 말했다.
아사드 정권은 2013년 8월 다마스쿠스 근교 고타 지역에 사린 가스를 뿌려 민간인 1400여명을 살해한 전력이 있다. 이 사건 뒤 미국의 보복 위협과 러시아의 중재로 아사드 정권은 화학무기 폐기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국제 감시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나서 시리아가 보관하던 사린 가스와 브이엑스(VX), 겨자가스 등 화학무기 1100톤을 폐기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시리아가 화학무기 생산 프로그램을 복구해 재가동했을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0일 새벽 다마스쿠스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아사드 정권 붕괴 뒤 약 250차례 이스라엘군이 시리아를 폭격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아사드 정권을 몰아내고 다마스쿠스에 입성한 하이아트는 ‘아사드 정권이 생산한 화학무기를 손에 넣더라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 파트너들과 함께 이들 화학무기를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미 중부군 사령부는 9일 시리아 중부 등에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을 겨냥한 75곳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는 북부 만비즈에서 미국이 지원하는 쿠르드족 세력을 공격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미국과 러시아, 이란, 튀르키예 등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아사드 정권과 친서방 반군, 쿠르드족 반군 등을 지원해, 시리아 내전은 국제전이 됐다. 아사드 정권 몰락 뒤에도 이런 양상은 멈추지 않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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