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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축제 마친 한강 "계속 쓰던대로 쓸 것··· 기념관 사업 대신 책으로 만나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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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것 자체가 믿음을 근거로 하는 것

"쓰고 읽고 듣는 과정이 희망을 증거하는 것"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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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도 늘 써왔는데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로) 글을 쓰는 게 어려워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돼서 계속 쓰던대로 쓰려고 합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11일(현지 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의 출판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미에 대해 "강연문을 쓰면서 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고, 내가 어디쯤 있고 어디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는지 나의 '좌표'를 파악하게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6일 진행한 전 세계 취재진 대상 간담회와 달리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만 진행돼 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었다.

신작으로 독자 만날 것

앞으로의 집필 계획을 묻자 그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3부작이 있는데, 그 마지막으로 쓰기 시작했던 글이 결도 달라지고 분량도 길어져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가 됐다"며 "그래서 3부작을 마무리하는 소설을 이번 겨울까지 쓰려했는데 (노벨상 수상으로) 준비할 일이 많아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당초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작별'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을 써서 3부작을 마무리하려 했으나 집필 과정에서 방향이 달라져 '작별하지 않는다'로 출간한 바 있다.

이어 독자들이 만날 수 있는 책으로는 장편 소설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과 일찍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언니를 다룬 소설로, 이는 지난 7일 강연에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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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읽고 듣는 과정이 희망을 증거하는 것"

그는 글을 계속해서 쓸 수 있는 동력에 대한 질문으로 ‘어두운 역사나 폭력이 반복될 떄, 어떤 이와는 도무지 연결될 수 었을 것 같을 때 어떻게 무력감을 이기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한강은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믿음을 근거로 하는 것”이라며 “그게 아주 미약한 믿음이라고 해도, 꼭 어떤 사회적인 것을 다루지 않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개인적으로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작은, 최소한의 언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이렇게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 기울여 듣는 과정 자체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소년이 온다’부터 읽고 ‘작별하지 않는다’ 추천

자신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의 경우 장편 '소년이 온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이해하는 '진입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독자에게는 처음이 '소년이 온다'이면 좋을 것 같고,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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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업 원하지 않는 이유

지자체나 기관 등에서 추진하는 각종 기념사업에 대해서는 “제 책을 읽어주시는 것 외에는 바라는 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만약 어떤 의미를, 공간에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닿기를 원한다면 그건 굉장히 가시적인 방법"이라며 "정말 중요한 건 책 속에 열심히 써놨으니, 그걸 읽는 게 가장 본질적인 것 같다. 그 외에 바라는 점은 없다"고 말했다.

한강은 12일 현지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대담 행사를 끝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소감에 대해서는 이 같이 마무리했다. "이제 저는 일상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열심히 신작을 쓸 테니까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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