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미래를 말하다] 방송통신대 고성환 총장
한국방송통신대 고성환 총장. /방송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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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통신대(방송대)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학생들의 학업을 보조하는 ‘디지털유니버시티(AIDU)’ 사업을 추진한다. AI를 기반으로 한 고등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다른 대학에 공유해 이를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방송대는 학생 수가 10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원격 대학이다.
고성환 방송대 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대학 수업에 AI를 활용해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는 AIDU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플랫폼 개발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DU는 대부분 강의를 온라인으로 하는 방송대의 기존 교육에 AI를 접목해 맞춤 학습, 경로 설계, 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AI가 학생에게 필요한 각종 논문과 뉴스 등 최신 자료를 찾아주고, 질문에 답해주고, 학생이 부족한 영역이 무엇인지 분석해주는 등 ‘학습 도우미’ 역할을 한다. 플랫폼을 개발해 안착하면 다른 대학에도 공유할 계획이다.
고 총장은 AI 기술이 방송대처럼 온라인으로 ‘대량 교육’을 하는 대학들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1972년 전 세계 두 번째로 설립된 원격 대학인 방송대는 고교 졸업장만 있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현재 재학생 수가 9만4544명에 달한다. 고 총장은 “교수가 많은 학생들을 개별 지도하기 어렵다 보니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AI가 각 학생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방송대는 최근 첨단 학과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컴퓨터과학과 재학생 수가 2022년 8631명에서 올해 9915명으로 2년 만에 1284명이 늘었다. 고 총장은 “첨단 학과에 젊은 층 입학이 늘면서 학생 가운데 20~30대 비율도 43%까지 올랐다”며 “원격 대학인 방송대가 첨단 분야 전공 지식을 가장 효율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방송대는 2021년 ‘프라임칼리지’ 첨단공학부에 AI 전공도 신설했다. 방송대는 원격 대학이지만 일부 강의나 시험을 오프라인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프라임칼리지는 100% 온라인으로 진행해 직장인들의 수요가 높다.
고 총장은 “첨단 학과가 각광받으면서 동시에 인문·사회학 등 기초 학문은 붕괴하는 등 고등교육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며 “방송대는 ‘교육 복지’ 실현을 위해 설립된 국립대인 만큼 기초 학문을 지키는 보루 역할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최근 대구대가 설립 45년 된 사회학과 폐과를 결정하는 등 대학들이 시장 수요가 낮은 학과 문을 닫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고 총장은 “취업 시장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상업적 논리로 여러 학과가 사라지고 있지만, 기초 학문에 대한 수요는 미래에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탄탄한 기초 학문이야말로 선진국의 필수 요건이고 그 수요를 방송대가 충당하겠다”고 했다.
방송대는 2017년부터 유네스코 유니트윈 사업을 통해 몽골·베트남·말레이시아·네팔·캄보디아 등에 원격 교육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으로부터 48억원을 지원받아 우간다 마케레레대의 원격 교육 환경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고 총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지만, 방송대를 설립해 한국의 고등교육을 확산하고 교육 격차를 해소한 것은 ‘교육 복지’ 차원에서 대단한 업적”이라며 “수십 년간 쌓아온 교육 노하우를 저개발국 등에 전수하며 방송대가 민간 외교 역할도 수행하겠다”고 했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고 총장은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교양교육원장, 인문과학대학장 등을 거쳐 2022년 3월부터 총장을 맡았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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