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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두 전쟁 사태… ‘인간은 왜 무력 지니려 하나’ 분석한 日 연구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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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6명은 논리와 상관없이 무력 지니길 택해”

조선일보

최근 러시아 드론 공격으로 피해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테르노필/테르노필주(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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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 전쟁까지, 올해도 지구촌 초유의 ‘두 전쟁’ 사태가 종식되지 않고 끝날 공산이 커졌다. 이 가운데 일본의 한 연구팀이 ‘인간 사회는 왜 ‘무력(武力)’을 손에 쥐려 하는가’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가고시마대 오조노 히로키(大薗博記) 사회심리학 준교수는 최근 ‘만약 당신이 무기를 들면 나도 들겠다’는 제목의 논문을 집필했다. 일본 매체들은 냉전 시대인 1962년 10월 소련이 우방국 쿠바에 중거리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 하자 미국이 전면전을 불사하겠다고 나서 전쟁 위기가 불거졌던 ‘쿠바 위기’ 때를 거론하며, “무력 보유는 실제 전쟁뿐 아닌 외교 힘겨루기의 수단이란 점에서 최근 지구촌 상황을 사회학적으로 설명해낼 수 있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오조노 준교수가 이 연구에 착수한 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3차 세계대전’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가 커졌던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여기에다 최근 일본에선 자위대에 ‘반격 능력’을 부여한 2022년 12월 일본 정부의 ‘3대 안보 문서’ 개정과 지난 9월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신임 총재(이듬달 총리 취임)의 ‘핵무기 보유 검토’ 발언 등으로 자위대 방위력 강화에 대한 논란이 불붙은 상황이다. 오조노 준교수는 “사회심리학자로서 정치나 외교에 앞서 ‘인간의 마음’에 주목해 (무력을 지니려는 의도를) 파악하려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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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조노 히로키 일본 가고시마대 오조노 히로키 사회심리학 준교수/일본심리학회


조사는 인터넷에서 일본인 남녀 18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실험 절차는 크게 세 가지였다. 우선 참가자는 두 명씩 짝을 지어 ‘공격 버튼’을 가질지 가지지 않을지를 선택한다. 둘 다 가질 수도 있고, 안 가질 수도 있다. 선택과 함께 두 참가자에겐 ‘1500점’의 점수가 주어진다.

공격 버튼을 가진 참가자는 30초 이내에 누를 것인지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공격 버튼을 누르면 스스로 100점을 잃지만 상대는 1000점을 잃는다. 이는 선제공격을 한쪽에만 해당되고, 상대 측이 뒤늦게 공격 버튼을 눌러 반격하더라도 점수는 바뀌지 않는다. 양쪽 모두 누르지 않으면 둘 모두가 1500점씩을 추가로 얻는다.

나아가 실험은 상대방이 공격 버튼을 가졌는지 여부를 전 참가자에게 공개했다. 양측이 버튼을 들고 있다면, 먼저 공격을 당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유발한 것이다.

이날 요미우리 보도에선 참가자들의 공격 버튼 보유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만이 공개됐다. 오조노 준교수는 이번 실험을 통해 ‘인간의 논리적 판단이 가능한가’를 최우선적으로 알아보려 했다고 밝혔다. 버튼을 가지지 않는 선택은 상대방의 두려움을 제거함으로써 공격당할 위험을 줄이기에, 논리적으론 갖지 않는 쪽이 패하지 않을 기대치가 높다는 게 실험팀 측 전제다.

하지만 실험 결과, 참가자 10명 중 6명(59.3%)이 공격 버튼을 갖기로 택했다. 실험팀 전제에 따르면 인간 심리는 논리와 무관하게 우선 무력을 보유하는 쪽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오조노 준교수는 다른 조건의 실험도 함께 실시했다. 대전 상대를 가상의 인물로 두고 상대가 공격 버튼을 가질 확률을 미리 알려줬다. 상대의 버튼 보유 확률은 10·90% 중 하나로 무작위 설정됐다. 이 확률을 듣고 나서 참가자는 자신이 버튼을 가질지 여부를 선택했다. 실험 결과, 상대가 버튼을 가질 확률이 희박해도 54%가 갖기로 택했고 반대 경우엔 73.5%가 갖겠다고 했다.

요미우리는 이번 실험이 ‘버튼을 가지지 않는 쪽이 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제로 실시됐다며, 이는 버튼을 갖더라도 공격을 누르면 자신도 점수를 잃는데다 버튼을 가짐으로써 상대에게 두려움을 유발하면 선제공격을 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갖지 않으면 이러한 리스크 자체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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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시 항공 자위대 기지에서 지대공 유도탄 패트리엇(PAC3) 부대가 요격 태세를 갖추기 위해 전개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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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최선의 선택은 애초부터 ‘공격 버튼을 갖지 않는다’란 것. 하지만 실험 결과에선 어느 조건이든 버튼을 가지겠단 선택이 과반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실험은 ‘현재 지구촌 상황을 고려해 일본은 핵보유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하는가’ ‘핵보유는 상대국의 공격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는가’ 등의 질문을 참가자들에게 미리 물었지만 공격 버튼 보유 여부와 이렇다 할 상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실험팀 측은 밝혔다.

정치적 논란이 있는 핵보유에 대한 의견과 무관하게, 인간은 심리적으로 무력을 보유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오조노 준교수는 “인간은 진화하면서 ‘상대가 힘을 가졌다면 나도 가져야 한다’는 심리가 굳어졌다. 이 영향으로 공격해도 반격당할 가능성이 작은 상황에도 직감적으로 (공격) 버튼을 가져야 한단 선택을 한 사람이 많게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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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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