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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계엄쇼크에 아파트 매매 반토막…8년 전 朴탄핵 때 벌어진 일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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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주택시장도 대통령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거래가 뚝 끊기고 집값이 약세다. 그러잖아도 연말 시장의 기온이 떨어지던 차에 한파가 몰아치는 게 아닌지 불안감이 크다.

국토부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해제된 지난 4일 이후 14일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가 3900여건이다. 하루 평균 350여건이다. 직전 11일간 8000여건(하루 평균 700여건)의 반 토막 수준이다. 지난달 17건을 거래했던 9000여 가구의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 이달 들어 아직 한 건의 거래 신고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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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이후 주택 매매거래량이 줄어들고 집값 하락세가 커졌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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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 약세 속 분당은 올라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멈추고 전국적으론 약세가 짙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중·하순 이후 0.01%이던 수도권 주간 상승률이 지난주 0%를 나타냈고 전국은 -0.02%에서 -0.03%로 하락 폭을 키웠다. 서울 아파트값이 그나마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상승 폭이 줄었다. 일부 단지는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달 20일 28억원에 거래됐던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의 13일 거래 가격이 2억원 내린 26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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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하지만 시장 전체가 ‘비상계엄’ 상황은 아니었다. 곳곳에서 가격 상승 거래가 이뤄졌고 분양시장에 청약자가 몰렸다. 재건축 단지 등에서 이전보다 가격이 오른 거래나 역대 가장 비싼 신고가 거래가 잇따랐다. 지난달 1기 신도시 재건축 시범지구로 선정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 샛별마을(삼부) 전용 59㎡가 지난 5일 9억7500만원에 계약됐다. 7월 8억3000만원에서 1억4500만원 올랐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의 하나로 꼽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가 11일 처음으로 34억원을 넘긴 34억500만원에 거래됐다.



비상계엄 후 거래 줄고 집값 약세

탄핵안 가결 이후 시장 안정 기대

국회에 쌓인 규제 완화 법안 숙제

공급 늘리고 수요 보강, 힘 모아야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삼익을 재건축하는 아크로리츠카운티 70가구 일반공급 모집에 1순위자 3만4279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482.8대 1에 달했다.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적용받아 전용 84㎡ 분양가가 22억원 선이었다. 인근 새 아파트 같은 크기가 30억원에 육박한다. 같은 날 청약 접수한 서울 성북구 삼선동2가 창경궁롯데캐슬시그니처도 26.7대 1의 높은 1순위 경쟁률을 나타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재건축 등 호재나 '로또 분양'의 여전한 인기는 시장이 아직도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치보다 경기·금리 변수 주목해야



다행히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주택시장도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도 가격 급락 없이 되살아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6년 12월~ 2017년 3월 국회의 탄핵안 가결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까지 3개월간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이 20만건으로 직전 3개월간 30만간보다 3분의 1 적긴 했다. 같은 기간 집값은 전국 1.5%, 서울 3.7% 상승세를 나타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태풍 속에서도 부동산 시장이 받은 영향은 집값이 폭락했던 2008년 금융위기 등 경제 위기보단 덜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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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앞으로 주택시장은 탄핵보다 경기·금리 등 경제 변수가 크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주택시장이 상승기였던 박 전 대통령 탄핵 시점과 달리 이번에는 약세장을 덮친 탄핵이어서 시장 회복세가 이전만 못 할 수 있다.

주택시장에서 탄핵 정국 큰불은 잡히겠지만, 불똥이 규제 완화로 튀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까지도 여소야대 국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 탄핵안 가결로 사실상 주도권을 잡은 야당의 반대가 더 강해질 수 있어서다.

현재 국회엔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이 쌓여 있다. 도시정비법 개정안과 재건축ㆍ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은 인허가 절차를 통합하고 단축해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도시정비법 개정안은 조합 설립 동의 요건을 75%에서 70%로 완화하고 통합심의 대상을 재해영향·소방설계 등으로 확대한다. 조합원 분양공고 기한도 120일에서 90일로 단축한다.

촉진 특례법은 개발 밑그림인 기본계획과 구역별 정비계획을 병행하고 사업시행과 관리처분(분양계획) 인가를 한꺼번에 다룬다. 사업성을 좌우하는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 건축연면적 비율)을 지금보다 10% 정도 더 높일 수 있게 했다. 역세권은 현재 법적 상한의 120%에서 130%까지, 역세권 이외에선 법적 상한의 100%에서 110%까지 허용한다. 아파트를 많이 짓는 3종 주거지역의 경우 법적상한용적률이 300%여서 용적률이 30%포인트 올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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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재건축·종부세 완화 등 법안 계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법안은 재건축 기간 평균보다 많이 오른 집값에 부과하는 부담금을 아예 없앤다.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은 1주택자 공제금액을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5억원으로 상향하고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적용하는 중과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과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양도세·종부세 특례를 신설한다.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세를 비롯해 60여 가지 행정업무의 기준으로 쓰이는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없애는 부동산가격공시법 개정안도 있다.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킨 국회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헌법이 정한 권리인 입법권을 행사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도 국회는 100건이 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률안 심사를 재개하고 시급한 법률안부터 처리해야 한다. 앞으로 집값 급등을 가져올 수 있는 주택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규제 완화가 1순위다.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는 한편, 주택경기 침체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민간부문을 보완해 공공이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야당도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정부·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다주택자 규제나 세제 완화 등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여야가 언성을 높이며 대립하던 이전과 달리 지금이 규제 완화에 더 유리할 수 있다. 탄핵안 가결을 처리한 국회가 정부의 규제 완화 추진에 힘을 보탤 때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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