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과 “1년 뒤엔 다 찍어주더라” 발언 논란을 빚은 국민의힘 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구 을) 국회의원 인천지역 사무실 앞에 10일 오전 누군가가 던진 계란 투척 흔적이 남아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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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 전국팀 선임기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1조다. 2013년 개봉돼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영화 ‘변호인’에서 배우 송강호가 정부에 비판적인 대학생들을 고문한 사실을 부인하는 경찰 고위 간부를 나무라며 법정에서 일갈했던 대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한 12·3 내란사태는 헌법 1조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장갑차를 서울 도심에 출동시키고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을 잡아가기 위해 총기를 휴대한 특수부대 군인들을 동원한 것은 명백한 친위 쿠데타이다.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 18명 가운데 17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12·3 내란사태가 발생하자 국민의힘 부산 국회의원 17명 가운데 조경태 의원만이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겠다고 밝혔고 나머지는 침묵하거나 탄핵 반대를 표명했다.
부산 시민들이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에서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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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국민의힘 부산시의원들의 발언과 행동은 대한민국 헌법 1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ㄱ시의원은 윤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윤 대통령님의 계엄령 선언에 적극 지지와 공감하며 종북 간첩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행정부 마비를 막아야 한다”고 썼다. ㄴ시의원은 12일 열린 정례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전원석 민주당 시의원이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자 연단에 올라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발표한 비상계엄 관련 담화문 내용을 그대로 낭독했다. ‘야당이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라며 광란의 칼춤을 춘다.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과 함께 싸울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ㄷ시의원은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목숨이 붙어 있는 사슴의 생살을 뜯어 먹는 사악한 하이에나 무리와 말벌이 꿀벌을 초토화하는 동물의 왕국 티브이를 보고 있다”고 썼다. 논란이 일자 텔레비전 ‘동물의 왕국’을 보았다는 취지의 글이라고 해명했지만, 하이에나와 말벌이 윤 대통령 탄핵을 결의한 국회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가결하고 얼마 뒤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부산 시민들이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에서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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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박정희 군사정권을 무너뜨린 도시다. 1979년 10월16일 부산대생들이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한 유신헌법 철폐를 요구하며 교문을 박차고 나갔다. 퇴근길 부산 시민들이 합류하고 경남 마산으로까지 시위가 퍼지자 놀란 박정희는 부산과 마산에 비상계엄과 위수령을 발령했다. 그는 열흘 뒤 측근인 김재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부장의 총에 맞아 숨졌다. 18년 군사 철권통치의 종말이었다.
부산은 전두환 군사정권의 종식에도 한몫했다. 1987년 부산 출신 서울대생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아 숨진 것을 계기로 전국에서 시위가 일어나자 부산에서도 6월10일부터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날마다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당시 전국 투쟁의 구심이었던 서울 명동성당 농성자들이 해산하려는 즈음에 부산 대학생들은 중구 대청동 가톨릭센터에서 농성을 계속하며 소강상태의 시위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얼마 뒤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가 6·29 선언을 하면서 광주 시민 학살의 우두머리 전두환 시대는 몰락했다.
12·3 내란사태를 마주한 대다수 국민처럼 부산 시민 대다수도 12·3 내란 행위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을 결의했던 14일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 주변에 운집했던 수많은 인파를 보면 그렇다.
부산 국민의힘 국회의원들과 시의원들이 다음 선거에서 다시 선택을 받으려면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 탄핵이 맞다’고 인정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을까. 이들이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지 않는 것은 ‘1년 뒤엔 다 찍어준다’는 윤상현 국회의원의 말을 믿어서일까. ‘부산은 국민의힘 텃밭이니까 결국 나를 찍어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들이 다음 선거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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