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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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들 사이에서 치열한 공연장 선점 경쟁이 벌어진다면, 팬들 사이에서는 ‘피케팅’(피 터지게 치열한 티케팅) 전쟁이 벌어진다. 이는 암표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져 정가 10만원대 티켓이 최대 수백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연 티켓을 손쉽게 구한 뒤 웃돈을 붙여 되파는 암표 거래는 공연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공연장에 가려는 팬들의 열망이 클수록 암표 가격도 치솟는다. 지난 5월 임영웅 공연은 예매 오픈 즉시 전석 매진돼 암표가 500만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5월에 열린 연세대 축제 ‘아카라카를 온누리에’에는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등 인기 걸그룹이 참여했는데, 암표가 정가 1만7천원의 15~20배 수준인 25만~35만원에 거래됐다. 장범준이 올해 초 암표가 기승을 부리자 예매 전체를 취소해 화제가 된 일도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암표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3년 2161건으로 급증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법 개정까지 이뤄졌다.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공연법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표를 예매한 뒤 웃돈을 얹어 암표 거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암표 거래가 적발돼도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했는지를 입증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9월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암표 판매 행위 자체를 처벌해야 한다고 문화체육관광부에 권고했고, 문체부는 관련 개정안 마련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법적 제재가 강화되고 공연 주최 쪽에서 본인 확인을 강화해도 암표 거래는 여전히 성행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새로운 꼼수까지 나타나고 있다. 암표상이 예매 시 사용한 아이디를 옮겨주거나 스마트폰을 빌려주는 수법이 횡행하는가 하면, 예매자 신분 확인과 함께 채워주는 팔찌를 티 안 나게 옮겨 채워주는 기술도 등장했다.
팬들의 불만은 쌓여간다. 박아무개(25)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티켓 구할 때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티케팅을 할 때 암표 업자들이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선점하는 한편, 공연업계는 (암표를 걸러내기 위해) 관객들에게 무리한 인증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정당한 티켓을 보유해도 입장이 제한되는 일이 벌어진다”며 “암표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이 팬들을 억압하는 쪽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암표가 횡행하면 대중은 ‘어차피 못 구할 티켓인데 가지 말자’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며 “이는 공연 시장 전체를 힘들게 만들 수 있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어 “공연 기획사는 관객들에게 본인 인증 등 절차를 꼼꼼하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대중도 티켓 재판매가 공연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지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암표를 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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