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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7일 인공지능(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을 위한 기본법안(AI 기본법)을 의결했다. 2020년 7월 첫 법안 발의 이후 4년 만에 이뤄진 성과로, AI 산업의 건전한 발전 지원과 신뢰 기반 조성을 위한 기본 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AI 기본법은 정부의 AI 진흥 계획 수립부터 데이터센터 투자 활성화, 지역균형발전 지원, 벤처 지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원 근거를 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금지 AI' 개념을 제외하는 대신 인간의 생명이나 신체 안전과 관련한 AI 기술을 '고영향 AI'로 규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고영향 AI 관련 사업자에게 신뢰성과 안전성 확보 조치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법안 통과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여러 부처와의 이견을 조율해야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는 표준 관련 내용에 대해 합의를 이루었고, 문화체육관광부와는 저작권 관련 내용으로 이견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그러나 법사위 당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문체부 저작권 국장이 생성형 AI의 저작권 침해 요소와 관련해 조항 추가를 요구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 것이다. 이에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기본법에서 가급적 규제를 담지 않기로 했다"며 "문체부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다른 부처의 규제 관련 사항은 각 부처에서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법안 통과 이후에는 제40조 2항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조항은 법 위반에 대한 신고나 민원이 접수됐을 때 정부가 AI 기업의 사업장에 들어가 장부나 서류, 그 밖의 자료를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조항이 AI 기업들의 사업 운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18일 설명자료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사실조사 조항은 AI기본법에만 규정된 것이 아니고 현행법 상 행정조사의 기본법인 '행정조사기본법' 제7조 규정을 반영한 일반적인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민원인의 사적 이해관계에서 제기된 민원이나 익명의 탄원·투서 등에 의한 경우에는 사실조사를 실시하지 않도록 하위법령에 명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과된 법안에는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 부과 조항도 포함됐다. 이는 크게 세 가지 경우에 적용된다. 첫째, 이용자 수와 매출액 등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오픈AI, MS,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대리인 지정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다. 둘째, 정부의 시정 명령을 위반했을 때다. 셋째, 생성형 인공지능 이용자 고지를 위반한 경우다.
김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은 "21대에서 논의가 충분히 됐던 내용이고 당시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통과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모든 것을 다 담아내다 보면 기본법 제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일단 기본법 제정부터 하고 그 이후에 제기된 문제들은 후속법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도 이에 동의하며 "미진하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개정안으로 해결하면 된다. 지금 시작하는 것을 발목 잡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이 법은 개문발차 하는 것이 맞다"며 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AI 기본법은 오는 30일 개최 예정인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가 AI 경쟁력 제고와 AI 주요 3개국(G3) 도약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투어 AI 개발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법적 토대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조속한 입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일부 독소조항에 대한 추가 입법이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 AI 기업들의 우려를 반영하고,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규제의 틀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 김문선(english@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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