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진행된 컴업 2024 퓨처토크 "속마음 토크 : 창업자의 가족으로 살면 어때요?" 세션. (왼쪽부터) 김선혜 퓨처스쿨 대표,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정인혜 알토스벤처스 리드(모더레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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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창업자의 가족이란 무엇일까. 그들은 창업자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부표와도 같다. 때로는 파도와 함께 움직이고, 때로는 파도에 맞서 싸우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균형을 찾아간다. 컴업2024 퓨처토크에서 만난 한 부부의 이야기는 그런 의미에서 흥미로웠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와 김선혜 퓨처스쿨 대표. 그들의 첫 만남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최초의 테드(TED) 행사장. 그곳에서 류중희는 '남다른' 여성을 발견했다. 영어로만 진행되는 행사에 대고 "여기 한국 사람도 많은데 왜 영어로만 하냐"고 외치는 여성. 그는 그녀를 보고 '저 정도 광기라면 우리 회사 마케팅을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는 종종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을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재해석하곤 한다. 김선혜의 눈에 비친 류중희는 '빨간 후드티를 입은, 실없는 농담을 하는 공대생'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은 결혼했고, 1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걸어왔다.
창업자의 배우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마치 끊임없이 흔들리는 배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 당신이 아무리 안정을 추구해도, 배는 계속해서 흔들릴 것이다. 김선혜는 그 흔들림을 받아들이는 법을 일찍이 터득했다. "저는 단 한 번도 창업을 해서 뭔가 더 플러스될 거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인 적이 없어요." 그녀의 이 말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종종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현재의 것처럼 여기는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류중희의 회사가 인텔에 인수되기 직전, 거래가 무산될 뻔한 위기가 찾아왔다. 산후조리원에서 갓 태어난 아이를 안고 있을 때였다. 그는 아내에게 "우리가 망할 수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선혜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런 게 중요해? 지금 우리 애기를 봐, 이렇게 건강하고 예쁘잖아." 그 순간 류중희는 힘을 얻었다고 했다.
우리는 종종 잊는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창업자들은 특히 그렇다. 회사의 성장, 투자 유치, 시장 점유율. 이런 것들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류중희는 말했다. "가족의 행복보다 더 우선할 수 있는 게 있나?"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주말부부가 된 이후의 이야기다. 물리적 거리는 오히려 그들의 관계에 새로운 균형을 가져다주었다. 김선혜는 자신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류중희는 주말이 되면 더욱 애틋한 마음으로 가족을 만나게 되었다. 때로는 거리두기가 관계를 더 견고하게 만드는 법이다.
창업자 부부의 형태는 세 가지로 나뉜다. 한쪽만 창업자인 경우, 둘 다 창업자이지만 다른 사업을 하는 경우, 그리고 같은 회사의 공동창업자인 경우. 류중희는 마지막 경우를 가장 위험하다고 봤다. 부부이자 동시에 비즈니스 파트너가 된다는 것. 그것은 마치 두 개의 다른 우주를 동시에 살아가는 것과 같다. 한쪽에서는 무조건적인 지지와 이해가 필요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냉정한 판단과 비판이 필요하다.
김선혜는 나중에 직접 창업을 했다. 그때 류중희는 멘토가 되려 했고, 그것은 실수였다. "멘토는 멘토고 남편은 남편인데, 남편이 멘토가 되면 지옥이 찾아온다." 그의 말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역할을 혼동한다. 배우자에게 조언자가 되려 하고, 동료에게 배우자처럼 굴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창업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하지만 그 균형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동적인 것이어야 한다. 마치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계속 움직여야만 쓰러지지 않는다. 류중희와 김선혜는 14년간 그 균형을 찾아왔다.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넘어질 뻔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함께 달리고 있다.
그들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물었다. 김선혜는 육아를 이야기했다. "같이 프로젝트를 하는 것처럼" 아이를 키우는 것. 류중희는 자신이 큰 병을 앓았을 때를 떠올렸다. 가족들이 한 명도 울지 않고, 그저 "병원 가면 나을 거야"라고 말해준 것. 그것이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결국 창업자의 가족이 된다는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바다 위에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항해하는 것과 같다. 때로는 폭풍우가 치고, 때로는 맑은 날이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날들을 함께 견디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우리 모든 관계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시카고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창업자들의 이혼률은 43-48% 사이로 추정된다. 이는 일반 인구의 이혼률인 38-40%보다 높은 수치이다. 특히 부부가 모두 창업자인 경우 이혼률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통계 속에서 14년을 함께 걸어온 이들의 이야기는 특별해 보인다.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발견해가는 중이다. 마치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것이 그들을 지금까지 함께 걸어오게 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글 : 손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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