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尹 탄핵소추 이후 첫 만남
"권 선배" "이 대표" 오랜만에 악수 - 권성동(오른쪽)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권 원내대표를 '선배'라고 불렀다. /이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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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이 대표와 만나 “작금의 국정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이전에 남발했던 정치 공세적 탄핵소추는 국회 차원에서 철회해서 헌법재판소의 부담을 좀 덜어달라”면서 “탄핵소추로 국정이 마비 상태니까 그것도 풀어주시기를 부탁 말씀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이 탄핵소추를 강행해 헌재에 탄핵심판이 계류 중인 최재해 감사원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14건을 철회해 달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잠재성장률에 맞춰서, 너무 형식적인 균형·건전 재정 얘기에 매몰돼서 사실은 정부의 경제 부문에 대한 책임이 너무 미약했다는 생각”이라며 “조속하게 민생 안정을 위한 민생 추경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권 원내대표의 ‘탄핵소추 철회’ 요구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민생 추경’ 편성 제안과 관련해 “내년도 본예산 집행 계획도 준비가 안 된 시점”이라며 일단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이철원 |
권·이 두 사람은 이날 오후 2시에 만나 15분간 공개 발언을 한 뒤 30분가량 비공개로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각자 요구 사항을 내놓으며 협조를 요청했지만 구체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남은 이틀 전 한동훈 전 대표 사퇴로 당대표 권한대행을 겸하게 된 권 원내대표가 취임 인사차 이 대표를 방문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권 원내대표는 “서로 지나친 경쟁을 좀 자제하고 차분하게 민생과 안보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면 이 혼란 정국을 잘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도 “오른손으로는 싸우더라도 왼손으로는 합의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국민의힘을 ‘내란 세력’이라고 공격하는 것과 관련해 “내란죄가 너무 무서운 범죄고 누구도 동조할 수 없는데, (내란 세력이라고 공격하면) 정부를 상당히 위축시킨다”며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잘 작동하려면 야당이 정치 공세 수위를 낮춰 협치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사흘 전 자기가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에 국민의힘이 참여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마치 여당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협의체 참여를 거절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날 “저희는 다 양보할 수도 있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협의체 참여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조금 더 숙고한 뒤에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각자 추진하는 민생 법안 처리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권 원내대표는 인공지능(AI) 기본법, 반도체 특별법, 국가 기간 전력망 특별법, 이 대표는 상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고 서로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고 한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만나서는 설전을 벌였다. 반면 이날 이 대표와는 밝은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권 원내대표를 “고시 공부를 같이했던, 옆방을 쓰던 대학 선배다. 개인적으로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어제도 제가 전화를 한번 드렸다”며 전날 권 원내대표와 통화한 사실을 먼저 공개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80학번)와 이 대표(82학번)는 중앙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비공개 회동을 마치고 민주당 대표실을 나서는 권 원내대표를 이 대표가 문 밖까지 나와서 배웅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 대변인은 “두 분이 부드러운 분위기로 대화했다”고 전했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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