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을 드론으로 공격하는 영상을 지난 1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드론에 설치된 카메라가 실시간 전송한 영상은 흡사 게임 장면을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 당시 드론을 조종했던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워싱턴포스트에 “마치 이지 모드(easy mode)로 컴퓨터 시뮬레이터를 플레이하는 것 같았다. 기괴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북한군이 겨누기 쉬운 목표물이었단 뜻이다. 러시아군은 드론 공격을 피하기 위해 숲속에 숨어 소규모로 이동하는 반면, 북한군은 엄폐물 하나 없는 들판을 수십명씩 무리지어 거침없이 달렸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그들은 마치 좀비처럼 우리에게 다가왔다. 북한군이 드론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19일 우크라이나전에 파병된 북한군 중 사망자가 최소 100여명, 부상자는 1000여명에 달할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이 1만1000여명을 파병한다고 밝혔을 때부터 군사 전문가들이 표했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실전 경험이 부족하고, 러시아군과 언어가 통하지 않는 데다, 드론 공격에 대한 대응 능력이 부족한 북한 병사들은 러시아의 ‘총알받이’로 전락했다.
북한 병사들의 목숨을 대가로 김정은 정권은 대륙간탄도미사일·정찰위성 등의 기술 전수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꽃다운 나이의 북한 병사들은 그들이 싸워야 할 아무 이유가 없는 이역만리 전장에서 헛된 죽음을 당하고 있다. 드론 카메라에 잡힌 한 북한 병사 얼굴의 잔상이 떠나지 않는다. 그것은 죽음의 공포에 질려 있다기보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멍한 표정에 가까웠다.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촬영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 병사 모습.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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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북한 군인들 상대 드론 공격 장면. |
정유진 논설위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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