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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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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에서 광주, 평촌에서 과천으로?··· 1기 신도시 ‘이주대책’이 놓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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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지 특성상 이주 수요 낮아

전셋값 상승 불가피

속도조절론 제기도

“모든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돼도 대응할 수 있는 주택 여력은 충분하다. 별도의 이주 단지를 짓는 대신, 이주 수요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도록 하겠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주대책’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선도지구에 사는 3만7000가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주를 해도 시장이 우려하는 ‘전세 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본 것이다. “선도지구가 착공에 들어가는 2027년부터 5년간 ‘이주 가능 범위’에 있는 113개 사업장에서 연 평균 7만가구가 공급되며, 이는 연 평균 이주수요(3만4000가구)보다 높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국토부의 이러한 주장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경향신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시범단지 우성/현대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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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가 정한 ‘이주 가능 범위’는 각 1기 신도시 중심으로부터 반경 10㎞까지다. 이 경우 분당은 성남 원도심은 물론 경기도 과천시·광주시·용인시까지, 평촌·산본은 과천시·의왕시·안산시까지 이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심 평균 속도를 시속 20㎞로 정하고, 차량으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계산에는 맹점이 있다. 물리적인 거리만 고려했을 뿐, 이주 가능 지역의 특성이나 가격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예컨대 이주 대란 우려가 가장 큰 분당은 ‘학군지’라는 특성이 있다. 심형석 미국 IAU 부동산학과 교수(우대빵연구소장)는 “분당을 거주지로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가 학군이 좋고, 아이 키우기 좋다는 것”이라며 “특히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학군이 비교적 덜 발달한 지역으로 이주할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현재 리모델링 진행 중인 정자동 느티마을 3·4단지(1776가구)가 지난해 5월 이주를 시작했을 때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조합 관계자는 “내부 분석 결과 50%는 분당 내부, 20%는 경기도, 10%는 서울, 나머지 10%는 지방으로 이주했다”며 “자녀가 있는 가구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옮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이 분당 내부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6년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한 공급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과 가까운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더해지면 전셋값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느티마을 3·4단지 바로 옆 상록마을(우성) 전용 55㎡의 지난 8월 전세가격은 이주 개시 공고 전인 3월 초(3억8500만원)보다 1억7000만원 올라 5억5000만원에 이르렀다.

분당 재건축 선도지구 규모는 1만948가구로, 전국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에 육박한다. 정부 계획대로 이들이 한꺼번에 이주에 나설 경우 인근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해보인다.

평촌이나 산본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KB통계가 집계한 지난달 과천의 ㎡당 평균 전세가격은 1109만원으로, 산본신도시가 있는 군포시(433만원)나 평촌신도시가 있는 안양시 동안구(553만원)보다 높다. 의왕시는 전세가격은 평촌·산본과 비슷한 편이지만, 교통 편의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김선주 경기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의왕은 지하철이 없어서 서울이나 서울 근교로 출퇴근을 하는 신도시민들이 이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문에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 교수는 “정부 기대와 달리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에서조차 사업성 부족으로 속도를 못내고 있는 정비사업장이 수두룩하고, 1기 신도시 유휴부지에 신규 주택을 짓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전셋값 상승 우려가 크지만 현실적으로 정부가 내놓을 이주 대책은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을 너무 서둘러, 대규모로 진행하려는게 문제”라며 “결국은 정부·지자체가 사업의 속도를 관리하며 가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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