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미스터트롯3′ 최고 13.5% 1위
열여섯부터 홀로서기 박지후 “인생아 고마웠다”
트로트 가수 춘길로 ‘제2의봄길’ 연 모세
21년차 김용빈의 당당한 도전 등 화제
19일 처음 방송한 TV조선 ‘미스터트롯3′에서 직장부로 도전한 에어컨 설치 기사 박지후가 ‘인생아 고마웠다’를 열창하고 있다. 그의 인생을 닮은 노래에 MC 김성주를 비롯한 마스터석에서 눈물과 올하트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오른쪽 위는 트로트 가수 ‘춘길’로 현역부에 등장한 발라드 가수 모세. 1절만에 올하트가 터졌다. 아래는 역대 시즌 최연소인 8세에 출전한 유지우. 조항조의 ‘정녕’으로 올하트를 받았다. /TV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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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버티게 해 준 이 노래를 이 멋진 무대에서 부르고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라고 칭찬을 받으면 제 한이 좀 풀릴 것 같습니다.”
에어컨 설치기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직장부 박지후(39)씨가 고른 노래는 ‘인생아 고마웠다’(원곡 조항조)였다. 박지후는 19일 밤 처음 방송된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3’에서 “인생아 고마웠다”라고 읊조리듯 노래를 시작했다. 허스키한 목소리는 그가 겪어낸 내면의 상처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사람이 나를 떠나도, 세상이 나를 속여도, 내 곁에 있어주어서, 인생아 고마웠다…”
박지후에게 인생은 노래였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손에 자랐다. 열여섯 살부터는 혼자 살아내야 했다. 쪽방에 몸을 겨우 누이며 살았다. 창문도 닫히지 않고, 보일러도 돌지 않는 냉기 가득한 그 혹독한 골방보다 그를 더 힘들게 한 건 모두의 외면이었다. 경연 무대 위에 선 박지후는 “춥고 배고프고 무섭고 외로웠다”면서 “따뜻한 말이나 칭찬을 받기 힘들었고,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삶을 포기하려고도 했다. 가진 것도,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에 ‘마지막’을 떠올리며 눈을 감는 순간,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를 버린 부모였지만 그에게 남긴 것도 있었다. 노래를 잘 부르는 가창력이었다.
배고파서, 무서워서, 외로워서 부르고 또 불렀던 그 노래가 그에게 동반자가 됐다. 자신을 지켜준 노래에 떳떳하고 싶어 반듯하게 살아내려 애썼다. 막노동부터 청소, 각종 수리 등 안 해본 게 없다. 수없는 못질과 망치질에 손이 성할 날이 없었다. 몸 여기 저기가 상처투성이였지만, 노래를 부르면서 마음속 깊은 상처는 점차 치유돼 갔다.
‘박지후’라고 돼 있는 그의 유튜브를 찾아보면 8년 전 대구 서문시장에서 버스킹한 장면 등 무명 가수로 오랜 기간 노래한 모습도 살필 수 있다. 박효신의 ‘야생화’ 더원 ‘사랑아’ 등을 보면 지금보다 훨씬 맑고 파워풀한 창법이다.
과거 각종 지역 가요제에 ‘박정길’이란 이름으로 상을 여럿 받기도 했다. 하지만 5년 전 성대 결절로 그의 유일한 버팀목인 노래를 한동안 하지 못했다. 지난해 수술을 받고 겨우 목소리를 찾아 최근 박지후란 이름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의 인생 한편을 보는 듯한 노래에 MC 김성주는 허공을 보며 눈물을 겨우 참아내더니, “잘 이겨내서 너무 대견하고 칭찬하고 싶다. 본인의 노래로 희망을 가진 분들이 생기셨을 거라 믿고 더 좋은 무대를 만들어 달라”고 응원했다.
박지후의 노래는 TV조선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12시간 만에 23만뷰를 기록했고,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팬들은 “잘 살아오셨고, 나와줘서 고맙다” “아픈 삶 딛고 꽃길 가는 가수로 보상 받을 것” “큰 위로 받았다. 가족의 마음으로 응원하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박지후는 장윤정·이경규 등 ‘선배 마스터’ 9인과 ‘미스터트롯1·2’ 출신 스타 9인의 ‘선배 마스터’ 18인 모두에게 올하트를 받아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이번 미스터트롯3에는 시청자들의 한층 올라간 기대감만큼이나 눈길을 사로잡는 참가자들도 다양했다. 유소년부에 속한 최연소 참가자인 유지우(8세)는 기교 없이 낭랑한 목소리로 ‘정녕’(원곡 조항조)을 소화해 올하트를 받았다. 팬들은 “천사의 목소리”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마스터 이찬원은 “최근 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그 해답을 찾은 것 같다”며 놀라움과 감사를 전했다. 유소년부 중학생 박정서(15)는 성인을 능가하는 중저음 목소리로 올하트를 끌어내 주목을 받았다.
신동으로 데뷔한 21년차 가수 미스터트롯3 현역부A 김용빈/TV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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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미스터트롯’ 진을 모두 배출한 현역부도 화제였다. 현역부 A조로 등장한 트로트 신동 출신인 데뷔 21년 차 김용빈(33)은 “제가 설 무대가 점점 없어지는 기분”이라며 ‘미스터트롯’ 시리즈에 처음 도전한 이유를 전했다. 순정 만화 주인공 같은 외모에 태진아의 ‘애인’을 곱고도 낭창하게 소화해낸 그 역시 올하트를 안았다.
발라드 가수 모세(45)는 트로트 가수 춘길로 변신해 귀가 뻥뚫리는 가창력으로 현철의 ‘당신의 이름’을 불러 노래 1절 만에 올하트를 끌어내며 유소년부 박정서가 기록한 최단 시간 올하트 기록을 깼다.
미스터트롯3 대학부 최재명/TV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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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오디션 경험이 없다는 대학부 최재명(25)은 귀염성 있는 눈웃음으로 마스터 이은지로부터 “사랑해”라는 외침을 얻어내더니 가수 안예은의 노래 ‘상사화’를 수월하게 부르며 심사위원 전원으로부터 올하트를 받았다. 이날 방송은 전국 시청률 12.9%(닐슨 유료가구 기준), 최고 13.5%를 기록하며 공중파·종편 등 이날 전 채널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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