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래씨가 2016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서울 광진구 동국대 사범대 부속 여고에 차려진 개표소 현장을 감시하며 찍은 사진. 김창래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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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담화에서 ‘부정선거’를 직접 입에 올리진 않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시스템 보안이 허술하다면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실제로 비상계엄 직후 국군정보사령부와 방첩사령부가 서버 복사·탈취 등의 지시를 받고 선관위에 진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극우인사 유튜버 등이 제기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투·개표소 참관을 한 적 있는 시민들은 “부정선거가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작다”면서 현직 대통령이 사실상 부정선거 주장을 하고 나선만큼 음모론이 더 확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직접 감시해보니, 의심 사라졌다”
김창래씨(50)는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이후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의심이 생겼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분류기가 오작동해서 특정 후보 표가 더 많이 나온 것 아니냐’라거나 ‘투표함을 바꿔치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퍼졌다. 유력 정치인도 말을 보탰다. 김씨는 2013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부정선거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수개표 촛불집회’에 참가하면서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김씨는 “내가 게임 개발자 출신이라서 잘 아는데, 개표기계에 충분히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은 부정선거 의심을 하지 않는다. 투·개표 현장을 여러차례 참관한 게 불신을 거둔 계기가 됐다. 투·개표를 진행하는 공무원·참관인 등의 눈을 피해 투표용지 또는 개표 결과를 조작하는 부정선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김씨는 투표소, 개표소, 사전투표 폐쇄회로(CC)TV 감시 등 적극적인 감시 활동을 해왔다. 투표함을 개표 장소로 옮길 때 동행한 적도 있다. 2016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서울 광진구 동국대 사범대 부속 여고에 차려진 개표소를 감시하는 참관인 활동을 했다. 김씨는 ‘특정 후보를 찍으면 무효표가 많아진다’는 의심을 품고 현장에 갔다.
현장은 달랐다. 용지가 기계 오류로 일부 찢어져도 직인이 찍혀 있고 투표 부위의 훼손은 없어 정상적인 표로 계산됐다. 분류기 오작동도 거의 없었다. 김씨는 투표함을 바꿔치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김씨는 “종이가 접혀있는 모양새, 도장이 찍힌 위치도 전부 달랐다”며 “만약 사람을 동원해 다른 투표함을 만들었다면 개입된 사람들이 늘어나고,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았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간을 내서 선거 현장을 보니 유튜버·유명인이 떠들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며 “참관에 참여하는 시민 수를 늘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지인에게 ‘한 번만 참관하러 가보라’고 권유하며 다투기도 했다.
2019~2022년 정의당 마포구 지역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세 차례 개표장에 참관자로 들어간 김민석씨가 찍은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마포구 개표 현장. 투표지분류기가 운영되는 것을 개표 참관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민석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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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선거론자들은 참관해 봤으면”
선거 날 참관하는 정당인, 개표 작업에 동원되는 공무원도 ‘선거 조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에서 11년 일한 공무원 이경훈씨(35)는 “선거 때는 본 투표에 앞서 모의로 진행한 투표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부정선거’ 의혹을 방지하기 위해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며 “이미 일부 유권자들이 유튜버의 말만 믿고 부정선거를 의심하며 난동을 피워 고발되는 사례도 있는데, 대통령의 입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나왔으니 의심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9~2022년 정의당 마포구 지역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세 차례 개표장에 참관자로 들어갔던 김민석씨(26)는 “투표소에서 투표함이 개표소로 오는 트럭에도 참관인이 있고,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정당의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투표함을 바꿔치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부정선거를 주장하시는 분들이 대통령 선거에서 참관인을 꼭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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