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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美 주간거래 피해 보상 흐지부지 끝나나... 단체 소송도 참여율 저조로 동력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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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증권 거래장을 중지시킵니까. 칼 안 든 사기꾼이죠. 심지어 이미 체결된 건도 무효화했는데, 앞으로 저도 주식 사고 손해 보면 무효화해도 되겠네요. 이런 사기판을 눈감아주는 게 말이 됩니까.”

'8월 5일 미국 주식 롤백 피해자 모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글


올해 8월 5일 블랙 먼데이(증시 대폭락) 사태 이후 중단된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의 재개 여부가 4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한 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뿐 아니라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 모두 “책임이 없다”며 나 몰라라 식 태도를 보인 탓이다. 약관상 국내 증권사들 책임이 없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에 민원을 넣고 소송에 나서려던 피해자들도 점점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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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이번 사태 관련 민원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KB·NH투자·삼성증권 등 3개 증권사에 기초 자료 등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다만 앞서 들어온 민원을 차례대로 처리하다 보니 자료를 살펴보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에 분쟁조정 건을 비롯해 민원이 1년에 10만여건씩 들어온다”며 “작년 말과 올해 초 들어온 민원에 관한 회신이 인제야 이뤄지고 있어 (ATS 거래 중단 관련 건은) 대략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8월 5일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8% 넘게 폭락하자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로 몰렸다. 주문량이 폭주해 처리를 못 할 지경이 되자 블루오션은 체결된 주문마저 취소했다. 당시 매매로 발생한 모든 손실과 이익 역시 취소됐다. 이에 따른 피해 계좌 수는 9만여개, 피해 금액은 6300억원에 이른다.

이후 투자자들은 ‘8월 5일 미국 주식 롤백(이전 상태로 복구) 피해자 모임’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고 단체 행동을 해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성과는 없다. 이들은 사태 직후 증권사에 피해를 보상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으나, 보상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번 사태가 블루오션의 일방적인 거래 취소로 발생해 증권사는 귀책사유가 없다는 이유였다.

투자자들은 금감원에 KB·NH투자·삼성증권 등 3개 증권사를 상대로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이 역시 난관에 부딪혔다. 금감원이 이 민원을 살펴보기까지 1년이 걸리는 데다가 분쟁조정위원회가 무조건 열린다고 확신할 수 없어서다. 게다가 이번 사태는 처음 벌어진 일이기에 금감원이 참고할 선례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투자자는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단체 소송을 위해 피해를 인증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채팅방을 만들었는데, 참여자가 10여명에 불과하고, 그 10여명마저도 활동이 없는 상태다. 사태 직후 200명이 넘었던 채팅방 인원은 현재 130여명으로 줄었다.

블루오션과 증권사의 무관심 속 국내 증권사의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는 넉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중단된 상태다. 블루오션은 지난 8월 14일 금융투자협회가 보낸 성명서에 대해 “현지 ATS 관련 법령에 따라 보상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보낸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개선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년이 지나 금감원 답변을 받는다 해도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증권사와 투자자가 원만한 협의를 이룰지도 미지수”라면서 “법적 분쟁으로 가도 투자자들이 원하는 답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요새 관련 기사도 덜 나오고 서서히 잊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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