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훨씬 더 많은 여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어야 옳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던진 표를 보면 찬성 12, 기권 3, 무효 8, 반대 85표다. 다행히 가결은 되었지만, 국민의힘 찬성표가 고작 12표밖에 안 된 것을 보며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여당’이란 현재 정부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당이라는 뜻인데, 이는 국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현대 민주국가 헌법하에서는 대통령만이 아니라, 국회 역시 국민에 의해 선출되고 국민의 의사를 대의하며 정부를 견제하고 입법으로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대통령만큼이나 막강한 권한이 부여된 권력이기 때문이다. 국회 다수 의석을 점한 정당이라면 우리가 통상 여당이라고 칭하진 않지만 실은 의회 권력에 있어선 실질적으로 여당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제가 아닌 의원내각제였다면, 현재의 여소야대 정국은 이미 조기 총선을 통해 정권교체가 이뤄져, 여야가 뒤바뀔 개연성이 매우 큰 정치상황이었다. 따라서 국회의 탄핵 가결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된 현재 상황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은 야당과 긴밀히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협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행히 최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야당 내지 국회의장의 여·야·정협의체 구성 제안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조속히 이 협의체를 구성해 의료 위기와 국방, 경제 등 총체적 국정 난맥상에 하루빨리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6개 정책법안에 대해 야당도 한 걸음씩 양보해 여당과 절충안을 잘 도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당 역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 참여해야 하며, 한덕수 권한대행은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국회 인준이 완료되는 즉시 요식절차로서 재판관 3인을 즉각 임명해야 할 것이다.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내란죄 수사와 명태균씨가 녹취파일 등으로 폭로한 대통령 후보 경선과 관련한 여론조사 조작 등에 대한 수사를 위한 것이다. 이 내란죄와 선거 여론 조작은 국가적으로 중범죄 행위에 해당하며, 권력으로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춘 특검이 그에 대해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이 2개의 특검법안에 대해 한덕수 권한대행은 정략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하루속히 법률안을 공포하고, 특검 임명 절차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쓸데없이 시간을 끌다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내란 공범이라는 국민적 지탄을 받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 탄핵소추 대상으로도 전락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헌정질서 위기, 그리고 주식시장 폭락과 고환율 등 경제적 난국을 시급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헌법이 명하는 바와 다수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를 잘 헤아려 솔로몬의 지혜를 보여줘야만 한다.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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