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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미, 삼성 반도체 보조금 6조8600억…변수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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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보다 26% 감소한 규모

삼성의 줄어든 투자액 영향

차기 행정부 출범 전 ‘확정’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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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자국 내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에 당초 발표보다 20% 넘게 줄어든 보조금 47억4500만달러(약 6조8600억원)를 지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다음달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한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정확하게 집행할지가 관건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반도체법에 따라 삼성전자에 47억45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양측이 지난 4월 예비거래각서(PMT)에 서명할 때 발표한 64억달러보다 약 26% 깎인 수치다.

보조금 축소는 삼성전자의 투자액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무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들어설 2나노 공정 중심의 첨단 파운드리 공장과 연구·개발(R&D) 시설 구축, 텍사스주 오스틴의 기존 생산설비 확장에 3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다. 2030년까지 모든 투자를 마치는 게 목표다. 투자 규모는 PMT 서명 당시 밝힌 ‘400억달러 이상’보다 줄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운영 전략을 효율화하는 과정에서 투자 규모를 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미 국내에 선단 생산라인이 있고 차세대 반도체 R&D단지(기흥 NRD-K)를 조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파운드리 사업 부진 속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중은 12.8%로 인텔(8.7%), TSMC(10.2%), 마이크론(12.3%) 등 다른 기업들보다 높은 편이다. 투자 성격, 보조금 지급 대상 투자액 규모 등에 따라 차이가 생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SK하이닉스에 대해선 4억5800만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확정 지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들여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는다.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022년 초당적 지지를 받아 제정됐다. 자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과 R&D에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보조금은 사업 진행 단계별로 나눠서 지급된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이 반도체법을 비판하고 관세 부과를 대안으로 내놨다는 점이다.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매겨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만들면 된다는 게 그의 논리다.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0월 팟캐스트 대담에서 “반도체 보조금은 너무 나쁘다”며 “단 10센트도 내놓지 않아도 됐다. 관세로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의 지지를 받아 통과된 법안인 만큼 이미 시작된 보조금 지급 절차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 정부의 계약 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주 등 투자를 유치한 지역의 공화당 의원들 역시 반도체법 폐기에 반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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