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수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구속
경찰, 공수처와 공조본 꾸려…‘햄버거’ 모의 정황 파악
법조계 “신속 대응 좋지만 지금이라도 공조해야”
지난 4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나오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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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20여일이 지난 가운데, 수사기관이 저마다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조직의 사활을 걸고 성과 내기에 주력 중이다.
법조계에선 20여일 간의 수사 성과에 대해 “수사기관이 매우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서로 경쟁적으로 수사에 뛰어들면서 협조가 안 되는 부분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특수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구속·국무위원 조사=검찰은 비상계엄 선포 3일 뒤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를 구성했다. 검찰의 특수본 구성은 8년 만이다. 현재 특수본은 검사 25명과 검찰 수사관 30명, 군검찰 파견인력 12명 등 총 78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초동 수사에 신속히 나선 모습이다.
특수본의 가장 큰 성과는 지난 11일 ‘내란 혐의’의 키를 쥐고 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된 첫 구속이다. 특수본은 영장에서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과 공모해 내란을 일으켰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을 내란의 수괴(우두머리)로 본 검찰 판단이 법원에서 일차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의가 있다.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서울고검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수사 관련 브리핑을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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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은 비상계엄 당시 군 병력을 출동시키는 등 핵심 역할을 한 군 장성 4명도 줄줄이 구속했다. 박안수 육군총장(전 계엄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이다. 이로써 검찰은 비상계엄 사태를 실질적으로 지휘한 군 지휘부를 모두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검찰 특수본은 계엄 당일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사항들도 수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 김영호 통일부장관, 조태용 국정원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비공개 조사했다. 특수본은 국무위원들이 계엄 논의에 관여했는지,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것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공수처, 공조본 구성…윤 대통령 통화내역 확보=경찰도 강도 높은 수사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특별수사단을 꾸려 서울청 광역수사단, 서울청 수사부장 등을 합류시켰다. 특수단은 경찰 서열 1·2위인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계엄령 선포 당시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통제하고, 국회의원의 출입을 막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경찰은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와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을 만들었다. 공조본은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긴급 체포했고, 노 전 사령관은 구속했다. 이들이 비상계엄 이틀 전 햄버거 가게에서 정보사 소속 대령 2명과 계엄을 사전 모의한 정황을 확인한 게 공조본의 가장 큰 성과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수본의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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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경찰 특수단은 지난 22일 윤 대통령의 휴대전화에 대한 통신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통화 내역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휴대전화가 윤 대통령과 관련자들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공수처는 경찰, 검찰 보다 시작은 느렸지만 사건의 정점인 윤 대통령의 조사 권한을 가져왔다. 공수처는 지난 9일 검사 8명과 수사관 20명으로 ‘비상계엄 수사 TF’를 꾸렸고, 현재 검사 11명 전원이 수사에 뛰어들었다. 이후 검찰에 사건의 이첩을 요청했다. 공수처법 제24조가 근거였다.
경기도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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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조항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중복 수사에 대해 공수처장이 공정성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청하면 해당 수사기관은 여기에 응해야 한다. 응하지 않으면 위법한 수사가 될 수 있어 향후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검찰 수사팀은 이첩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지만 결국 10일 만에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에 소환되는 상황을 피했지만 대선 후보 시절 “전면 폐지”를 공약했던 공수처 수사를 받게 됐다. 공수처 안팎에선 오동운 공수처장 등이 이번 수사에 조직의 사활을 걸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공수처는 출범 2주년을 맞았지만 수사력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는 공수처의 25일 소환에도 끝내 응하지 않았다.
▶검찰 ‘뒤끝’ 논란…법조계 “협조 이뤄져야”=내란 20일 만에 수사가 상당한 진척을 이뤘지만 법조계에선 “여러 수사기관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느라 공조가 안 되는 건 아쉽다”고 평가한다.
실제 검찰은 지난 1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전격 압수수색 했다. 검찰이 공수처에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한 다음날 이뤄진 압수수색이었다. 검찰은 경찰의 내란 사태 관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불가피한 절차라는 입장이지만 경찰에선 ‘윤 대통령 사건을 빼앗긴 것에 대한 뒤끝’이란 얘기가 나온다.
형사 전문인 김지혁 변호사(법률사무소 태린)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각 수사기관이 조직의 사활을 걸고 존재감을 뽐낼 기회인 건 맞다”면서도 “신속한 대응은 좋지만 수사기관 사이의 공조가 아쉽다. 지금이라도 협조를 통해 국가적 사안에 대처하는 선례를 남겼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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