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0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2025년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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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상황 영향 없도록 최선"
26일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 "(국내)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되고, 영향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개인이 아닌 우리나라가 유치 주체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우리나라가 의장국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면서다. 또 다른 당국자도 "인프라 구축, 시설 재정비 등은 계획에 따라 예산을 투입하고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에 맞춰 보고하고 결정하면 된다"며 탄핵 정국으로 인한 영향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엿새 후인 지난 9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에서 열린 APEC 비공식 고위관리회의(ISOM)에서도 한국의 의장국 수행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가는 없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정상회의에 앞서 내년 내내 경주뿐 아니라 서울, 인천, 부산, 제주 등에서 고위관리회의와 다양한 각료급 회의도 열리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것 역시 중요한 '회복 신호'가 될 수 있다.
다만 야권의 한 대행 탄핵 추진에 따라 APEC 준비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행은 국무총리로서도 지난 8월부터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향후 상황에 대해 "(탄핵안이 가결)되면 검토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이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 비공식고위관리회의(ISOM) 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외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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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참석 관건
내년 APEC의 최대 '흥행 카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참석이 될 전망이다. 과거에도 APEC은 미·중 정상이 나란히 참석하는 글로벌 외교의 '큰 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최근 한·중 관계가 개선 흐름을 보이는 데다 중국이 2026년 APEC 의장국인 만큼 시 주석 참석을 적극적으로 견인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은 최고위급에서 APEC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시 주석의) 참석 여부는 초청장이 나간 뒤 확답을 받겠지만 (사전) 회의 과정에서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 장관도 "(지난 10년 동안) 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불참한 선례가 없기 때문에 그런 전제 하에 중국 당국과 얘기하고 있다"(지난 18일, 외교부 장관·경제부총리 합동 외신 간담회)고 말했다.
계엄 사태 뒤 처음 이뤄진 지난 24일 한·중 외교장관 통화에서 한국뿐 아니라 중국 측이 "한국의 APEC 주최를 지지한다"고 보도자료에 명시한 것 또한 긍정적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시 주석이 내년에 방한할 경우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는 모습.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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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탄핵 국면에서 김대기 차기 주중 대사 내정자의 부임이 사실상 백지화되는 등 대중 외교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전례를 보면 적어도 내년 초부터 정상 섭외를 위한 물밑 작업이 숨 가쁘게 이뤄져야 하는데 주중 대사 공석 등 리더십이 실종돼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땐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郎)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미·중·일·러 '4강'을 포함한 주요국 정상이 다수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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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소홀' 트럼프 참석도 미지수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트럼프는 1기 때부터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앞세우며 APEC 등 다자회의 참석을 통한 미국의 역내 영향력 확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1기 임기 첫해인 2017년과 대선 패배 후인 2020년 등 재임 중 두 차례만 APEC에 참석했다. 게다가 정상 외교가 사실상 불가능한 한국은 다음 달 20일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대미 외교전에서 이미 크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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